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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시작된 독일 정착기: 한 개발자가 본 신뢰의 노동 문화

영어로 시작된 독일 정착기: 한 개발자가 본 신뢰의 노동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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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취업을 노리고 인턴을 시작한 한 터키 개발자의 정착기가 화제다. 2017년 컴퓨터공학 3학년을 마친 저자는 에라스무스 장학금과 함부르크의 한 회사 인턴 자리를 동시에 확보하며 처음으로 터키 밖으로 나갔다. 그가 독일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1960년대 노동 이주자들이 여름마다 고향에 와서 전한 이야기, 즉 잘 웃지 않고 차갑고 규칙에 집착한다는 전형적인 이미지가 전부였다. 이 글은 그 선입견이 3개월의 인턴 기간에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담담하게 기록한다.

신뢰가 기본값인 조직

실무자 입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노동 환경이다. 저자는 다른 여름 인턴들에게 주어지지 않은 책임을 맡았고, 팀 이벤트와 도시 외곽 오프사이트에도 모두 참여했다. 최저임금을 받으면서도 그는 '인생 최고의 여름'이라고 표현한다. 인턴 종료 무렵 리드는 곧바로 정규직 제안을 했고, 학업을 마치는 동안 터키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다 성과가 좋으면 정규 계약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실제로 성사됐다. 그는 졸업장을 받기도 전인 2018년 6월 함부르크로 이주해 같은 팀, 같은 룸메이트와의 생활을 재개했다.

신뢰라는 키워드는 반복해서 등장한다. 룸메이트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프리카 여행을 떠나며 열쇠를 우편함에 넣어두라고 했고, 회사에서는 아파도 진단서 없이 쉬라고 했으며, 리드는 일을 더 하려는 그에게 오히려 휴가를 쓰라고 권했다. 버스나 기차에서 표를 검사하지 않는 일상까지, 그는 이 사회의 신뢰 수준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한다.

수평적 위계와 다양성

당시 직원 약 2,000명 규모의 대형 인터넷 기업이었음에도, 그는 C레벨 임원이 직접 커피를 내리고 자기 잔을 씻는 모습, 오래된 자전거로 출근하는 CFO를 목격했다. 직장평의회(works council) 선거에 출마해 최다 득표로 당선된 경험은 특히 시사적이다. 회사에서 이민자 비율이 약 25%에 불과하고 독일인 후보가 다수였는데도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는 것이다. 평의회 활동으로 CTO·CEO와 논쟁을 벌인 뒤 회식에서 함께 맥주를 마시는 문화는, 훗날 그가 경험한 미국 회사의 뚜렷한 위계와 대비된다. 그는 승진에서도 차별을 느끼지 못했다고 적으며, 부모가 터키 출신인 쳄 외즈데미르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총리가 된 사례 등을 근거로 든다.

냉정하게 읽어야 할 조건들

다만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지 말라고 분명히 선을 긋는다. 그는 모두가 영어를 쓰는 대형 국제 기업에, 함부르크라는 도시에서, 거주지를 고를 수 있는 급여로 '부드럽게 착륙'했다고 인정한다. 위의 모든 일화가 영어로 이루어졌고, 독일어 학습은 '정착을 결심한 뒤'에 시작됐다는 점도 중요하다. 즉 언어가 정착을 가능하게 한 것이 아니라, 정착 결심이 언어 학습을 낳았다는 순서다. 아무런 기반 없이 도착하는 대다수 이민자가 만나는 독일은 그가 만난 독일과 같지 않다고 그는 못 박는다.

한국 IT 인력이 유럽 이주를 고민할 때 참고할 만한 현실적 대목도 있다. 저자는 첫 직장을 떠나 구직 중이던 시기에 영주권 신청이 반려됐다. 독일 당국이 말하는 '안정적 생계'는 계좌 잔고가 아니라 수습 기간을 이미 넘긴 정규 계약을 뜻한다는 것을 그때 배웠다고 한다. 저축이 있어도 소용없었다. 감정적으로 힘든 날이었지만, 그는 1년 안에 사라질 수 있는 잔고보다 6개월을 버틴 서명된 계약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는 논리를 결국 수긍한다. 이주를 준비하는 실무자라면 체류 자격이 고용 형태와 얼마나 강하게 묶여 있는지 미리 계산해 둘 필요가 있다.

규칙이라는 인프라

마지막으로 그는 많은 이들이 불평하는 독일의 규칙을 오히려 선호한다고 밝힌다. 누군가 표준을 정해두면 무언가를 할 때 길을 잃지 않고 찾아보면 된다는 것이다. 차가 없어도 빨간불에 멈추는 습관, 바깥으로 열리도록 만든 공공건물 비상구, 밤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정숙 시간(Ruhezeit)까지, 그는 규칙이 일상의 의사결정 부담을 덜어준다고 본다. 예민한 잠을 자는 그는 소음 기록(Lärmprotokoll)을 근거로 집주인에게 항의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고, 그래서 '많은 독일인보다 더 독일인 같다'는 말을 듣는다. 이 글의 가치는 화려한 성공담보다, 신뢰·수평적 조직·명문화된 규칙이라는 사회적 기반이 개인의 정착을 어떻게 떠받치는지, 그리고 그 기반의 혜택이 왜 모두에게 균등하지 않은지를 함께 보여준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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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전체 보기 → https://mertbulan.com/more-german-than-many-germ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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