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으로 돌아가기
TECH HACKER NEWS 7분 읽기 27 READS

화학자·화학공학자·공장장: 강점 위에 커리어를 설계하는 법

화학자·화학공학자·공장장: 강점 위에 커리어를 설계하는 법
SOURCE IMAGE · HACKER NEWS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한마디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험은 생각보다 흔하다. 이 글의 저자는 중고 의류 마켓플레이스 ThredUp에서 10년 넘게 여러 기능 조직을 넘나들며 점점 더 큰 책임을 맡았지만, 정작 그 경력들을 하나로 꿰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커리어의 정점처럼 보이는 자리에서 왜 그토록 불행했는지 설명하기 어려웠다고 말한다. 그 혼란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그는 사람이 가장 잘하는 일의 유형을 설명하는 세 가지 원형(archetype)을 만들어냈다. 자신을 이해하려고 고안한 틀이지만, 재능 있는 사람이 왜 특정 자리에서 무너지는지, 조직을 어떻게 설계해야 사람의 강점을 끌어낼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데도 쓸모가 있었다는 것이다.

세 가지 원형

첫 번째는 화학자(chemist)다. 무언가가 작동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왜 작동하는지 이해하는 역할로, 새 제품·새 비즈니스 모델·새 기술이 모두 이들의 영역이다. 산출물은 새로운 지식이며 실용성은 전제 조건이 아니다. 저자는 폴 그레이엄의 에세이 'Do Things That Don\'t Scale'을 인용해, 확장되지 않는 수작업이 발견 과정의 본질이라고 설명한다. ThredUp 초기에 창업자들은 고객이 충분히 쉽게 만들어주면 옷을 봉투에 담아 보낼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고, 사무실은 곧 처리할 방법도 없는 마일라 봉투로 넘쳐났다. 그 운영상의 혼란 자체가 추구할 가치가 있는 무언가를 발견했다는 신호, 즉 화학 반응이 일어난 증거였다.

두 번째는 화학공학자(chemical engineer)다. 작동하는 것을 받아서 규모 있게 작동하게 만든다. 처리량, 변동성, 실패 양상, 비용, 계측, 제어, 사람 운영자, 그리고 시스템의 한 부분을 바꾸면 다른 곳이 바뀐다는 사실까지 다뤄야 한다. 이들은 본질적으로 시스템 사고자이자 시스템 구축자다. ThredUp의 초기 운영 인력은 텅 빈 창고를 대규모로 옷을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과 프로세스로 바꿔냈고, 봉투가 쌓여 있던 빈 창고로부터 4년 뒤 세계 최대 규모의 의류 행거 자동화 설비를 갖추게 됐다. 세 번째는 공장장(plant manager)이다. 화학공학자가 만든 시스템을 운영하며 가동률, 품질, 비용, 인력, 유지보수, 편차, 지속적 개선을 책임진다. 이미 알려진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작동시키는 역할, 즉 '기차를 제시간에 다니게 하는' 일이다.

왜 승진이 재앙이 되는가

저자 자신은 전형적인 화학공학자였다. 엔지니어링·제품·데이터 과학 어디에도 깔끔하게 들어맞지 않았고, 오랜 기간 기이한 직함들을 달았던 것은 그가 하는 일을 통상적인 조직 구조에 끼워 넣기가 그만큼 어려웠기 때문이다. 공통된 실마리는 직무가 아니라 '시스템을 설계하고 구축하는 일' 그 자체였다. 그는 위로 올라갈수록 단순히 고도를 높인 것이 아니라 줌의 범위를 넓혀, 개별 프로세스의 세부와 회사 전체의 작동을 오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11년간의 재직을 끝낸 것은 그를 공장장 자리에 앉힌 조직 개편이었다. 처음으로 스스로 설계하지 않은 역할이었고, 부사장으로 승진해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웠다고 여겼지만 오히려 깊은 불행에 빠졌다.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매 순간 자신의 본능과 싸우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가 끌어내는 통찰은 실무자에게 특히 유효하다.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그 강점을 포기하지 않고도 더 큰 책임을 맡을 수 있게 해주는 조직과, 그 일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이해하는 환경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발견, 시스템 구축, 안정적 운영은 각기 다른 구조와 프로세스, 불확실성에 대한 다른 허용치를 요구한다. 관리직이 흔히 역기능에 빠지는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금전적으로 보상받는 거의 유일한 승진 경로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일로 승진하거나, 즐기지 못할 걸 알면서도 그 자리를 좇는다.

채용과 조직 설계로 확장되는 교훈

이 틀은 리더에게도 거울이 된다. 저자는 과거 ThredUp에서 알고리즘 팀을 꾸리며 머신러닝 박사 학위를 가진 데이터 과학자를 채용했다. 이미 대규모로 돌아가던 사진 보정 시스템을 점진적으로 개선하라는 과제를 줬지만, 그 사람은 매번 완전히 새로운 최첨단 시스템을 처음부터 설계하려 했고 일정은 계속 밀렸다. 뒤늦게 깨달은 것은 자신이 '화학공학자가 할 일에 화학자를 뽑았다'는 사실이었다. 새 원형을 만드는 데 경력을 쏟은 사람에게, 기존 시스템과 생산 제약·비용·사업 성과의 맥락에서 해법을 평가하는 일을 맡긴 것이다. 그는 강점을 보고 뽑은 뒤 그 강점을 쓰지 못하는 자리에 앉혔다.

실리콘밸리에는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온 사람이 다음 단계로는 못 데려간다'는 말이 있다. 때로는 사실이다. 상장을 앞둔 회사에서 스타트업의 장부 관리와 SOX 규제 아래 분기를 마감하는 일은 다른 직무이고, 아무리 환경을 바꿔도 메워지지 않는 간극이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 말이 실제보다 훨씬 넓게 쓰인다고 지적한다. 발견해야 할 새 제품과 진입할 새 시장, 제대로 지어진 적 없는 시스템은 어느 규모에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문제는 회사가 커지면서 이미 작동하는 것을 보호하기 위한 프로세스와 기대치가, 발견과 시스템 구축에까지 그대로 강요된다는 점이다. 그 순간 화학자와 화학공학자는 자신을 성공하게 한 조건을 잃는다. 유능한 사람이 흔들리기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들여다볼 곳은 사람이 아니라 조건이다. 안에서 보면 '맞지 않는 사람'과 '제 실력을 낼 수 없게 된 사람'은 똑같이 느껴지며, 그 차이를 분별하는 일이야말로 리더의 몫이라는 것이 이 글의 핵심이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www.seeingthesystem.com/p/chemists-chemical-engineer...
SHARE
NEXT · CHOOSE

변화를 읽었다면,
내가 만들 수익 구조를 고릅니다.

정보를 더 모으는 데서 멈추지 않고, 광고·외주·판매·중개·구독 중 내 상황에 맞는 출발점을 정해보세요.

21가지 수익 구조 살펴보기 →
처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