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으로 돌아가기
TECH HACKER NEWS 오늘 9분 읽기 25 READS

'혼자 해내는 것'이 독립이라는 착각: 상호의존으로 본 일하는 방식

'혼자 해내는 것'이 독립이라는 착각: 상호의존으로 본 일하는 방식
SOURCE IMAGE · HACKER NEWS

독립(independence)이라는 단어는 흔히 '남의 도움 없이 혼자 해내는 상태'로 통한다. 하지만 거동이 불편한 한 필자가 자신의 방을 묘사하며 던지는 질문은 이 통념을 정면으로 흔든다. 그는 집 안을 자유롭게 걷지 못하고, 식료품과 약, 식사는 모두 문을 통해 배달되며, 이동 보조기구와 원격 진료, 적응형 도구에 의존해 생활한다. 조절식 침대와 손잡이 바, 손이 닿는 선반, 벽에 고정한 기기들로 채워진 그 방은 수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그의 신체에 맞춰 설계됐다. 겉보기엔 '의존의 집약체'처럼 보이지만, 정작 그 공간에서 그는 글을 쓰고 프로젝트를 관리하며 대학원 수업을 듣는다.

이 글의 출발점은 간명하다. 우리 모두는 타인에게 의존하며, 다만 그 의존이 얼마나 눈에 보이느냐가 다를 뿐이라는 것이다. 이 명제는 기술과 분업으로 돌아가는 현대 사회를 이해하는 데에도 유효한 렌즈가 된다.

보이는 의존과 보이지 않는 의존

자립적이라 여겨지는 사람조차 타인이 지은 집에서 깨어나고, 거대한 공공 인프라를 통해 전기를 쓰고, 상수도로 흐르는 물을 마시며, 낯선 이들이 재배하고 운송한 음식을 먹는다. 정비사, 의사, 약사, 환경미화원, 소프트웨어 개발자, 농부, 물류창고 직원 등 평생 만날 일 없는 수천 명에게 기대어 산다. 여기에 점점 더 많은 알고리즘이 더해진다. 스마트폰이 길을 안내하고, 캘린더가 약속을 기억하며, 앱이 음식을 배달하고 송금과 처방전 재발급, 차량 호출을 처리한다.

필자의 의존과 이들의 의존 사이 차이는 '존재 여부'가 아니라 '가시성'이다. 우리 문화는 어떤 종류의 도움이 무능의 증거로 간주되는지를 선택적으로 판단한다. 자동차로 마트에 가는 사람은 독립적이라 여겨지지만, 그 차는 연료와 도로, 정비, 보험, 글로벌 제조망에 의존한다. 반면 매장을 걸어 다닐 수 없어 식료품을 주문하는 사람은 의존적이라 분류된다. 부유한 사람이 요리와 청소, 이동, 일정 관리를 외주로 돌리면 성공의 전형이 되지만, 같은 일에 도움이 필요한 가난하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은 다른 모든 가능성을 소진했음을 증명하도록 요구받는다. 결국 핵심은 도움의 유무가 아니라, 누구의 도움이 정상적인 것으로, 혹은 사적으로 구매되거나 지위로 전환된 것으로 받아들여지느냐에 있다.

독립이 아니라 자율이 문제다

필자가 짚는 결정적 혼동은 독립(independence)과 자율(autonomy)을 뒤섞는 데 있다. 통상적 의미의 독립은 '도움 없이 과제를 완수하는 것'인 반면, 자율은 '자기 삶에 대한 의미 있는 통제권'을 뜻한다. 그는 물건을 방 건너로 옮겨줄 사람이 필요하지만 그것으로 무엇을 할지는 스스로 정하고, 누군가의 운전이 필요하지만 목적지는 자신이 고른다. 모든 물리적 과제를 혼자 해내면서도 삶에 대한 통제력은 거의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광범위한 도움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돌봄을 지휘하고 일을 창조하며 세상에 온전히 참여하는 사람도 있다.

이 구분은 실무자에게도 울림이 있다. 혼자 모든 것을 떠안는 것이 가장 높은 수준의 역량이 아니라, 종종 가장 비효율적인 방식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장애인이 이를 빨리 배우는 이유는, 모든 일을 스스로 하겠다고 고집하다가는 하루치 에너지를 전부 소진하고 통증과 위험을 키우며 나머지 삶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제한된 힘을 '도움이 필요 없음을 증명하는 데' 쓸 것인가, 아니면 도움을 받아들이고 그 힘을 글쓰기에 쓸 것인가. 역량은 개별 신체 안에 머무르지 않고 주변 세계가 만들어낸다. 계단은 걷던 사람을 못 걷게 만들고, 자막은 접근 불가능한 영상을 접근 가능하게 바꾸며, 유연한 근무제는 고용을 가능하게 한다. 같은 원리가 보육이 있을 때 다르게 기능하는 부모, 유급 휴가가 있을 때 달라지는 노동자, 안정적 인터넷이 있을 때 달라지는 학생에게도 적용된다.

기술은 의존을 없애지 않고 바꾼다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작아지고 흩어진 가족 구조는 상호의존을 부정하기 어렵게 만든다. 반면 의료·주거·교통·일터는 여전히 건강하고 거동이 자유로우며 인지적으로 일관되고 기술에 능숙한, 상상 속 인물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 기후 불안정은 이 교훈을 더욱 피할 수 없게 한다. 폭염과 화재, 홍수, 정전, 공급망 붕괴는 모두가 도로와 깨끗한 물, 전기, 통신망, 약국, 응급 서비스, 그리고 서로를 살피는 이웃에 얼마나 철저히 의존하는지를 드러낸다. 회복력은 혼자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가정이 아니라 탄탄한 지원 네트워크에서 나온다.

여기서 기술에 대한 필자의 균형 잡힌 시각이 기술 실무자에게 특히 유효하다. 스마트홈 기기는 조명 제어와 문 잠금, 알림, 도움 요청을 통해 일상의 물리적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인공지능은 정보 정리와 행정 절차 탐색, 번역을 도우며 일부 인지·신체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은 의존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의존을 만든다. 스마트홈은 전기와 인터넷, 소프트웨어, 제조사, 사이버보안, 기술 지원, 그리고 감당 가능한 비용에 의존하며, 로봇 돌봄조차 유지보수와 감독, 재원, 윤리 규칙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더 나은 질문은 '기술이 의존을 제거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의존 관계 안에서 당사자가 더 큰 자율을 행사하도록, 그리고 돌봄이 지친 한 사람에게만 떠넘겨지지 않고 지속 가능하도록 기술이 어떻게 도울 수 있는가'이다.

돌봄도 인프라다

우리는 보통 인프라를 도로와 교량, 송전선, 상수도, 광대역망으로 떠올린다. 그러나 보육, 노인 돌봄, 의료, 장애 지원, 가사노동 같은 돌봄 역시 인프라다. 이것이 없으면 사회의 나머지가 작동하지 않지만, 그 노동은 종종 저임금이거나 무급이고 비가시적이다. 누군가 자족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다른 누군가가 그의 일정을 잡고 식사를 차리며 약을 관리하고 이상 징후를 알아채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돌봄은 소진을 부르고 불평등한 권력 관계를 만들 수 있으며, 돌봄을 받는 사람이 통제당하거나 방치될 위험도 있다. 바로 그렇기에 돌봄은 비가시 상태에 머물러선 안 되며, 이를 필수 인프라로 인정할 때 보상과 안전장치, 대안, 책임성을 설계에 넣을 수 있다.

필자의 결론은 자기연민이 아니라 사회 설계에 대한 제안이다. 상호의존을 전제로 설계된 사회는 지원을 받기 위해 재난적 질병에 이르도록 사람을 방치하지 않고, 역량을 키워줄 도구를 받기 위해 무능을 반복 증명하라 요구하지 않는다. 접근성은 공식 진단을 받은 사람보다 훨씬 많은 이들에게 이롭고, 원격 참여를 일상화하며, 몸이 변해도 계속 살 수 있는 집을 짓고, 돌봄을 받는다고 해서 존엄과 통제권을 내주지 않게 한다. 독립은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자기 삶을 스스로 이끌 만큼 충분한 지원을 갖춘 상태다. 자립적 개인은 언제나 가상의 존재였고, 미래의 독립은 고립이 아니라 부정되지 않고 의도적으로 설계된 상호의존에 있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onlys.ky/independence-is-interdependence/
SHARE
NEXT · CHOOSE

변화를 읽었다면,
내가 만들 수익 구조를 고릅니다.

정보를 더 모으는 데서 멈추지 않고, 광고·외주·판매·중개·구독 중 내 상황에 맞는 출발점을 정해보세요.

21가지 수익 구조 살펴보기 →
처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