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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 플로터로 손그림 홀로그램 만들기: 레이저 없이 3D를 새기는 법

펜 플로터로 손그림 홀로그램 만들기: 레이저 없이 3D를 새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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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터가 종이에 잉크를 뿌린다면, 펜 플로터는 실제 펜이나 스타일러스를 쥐고 지정된 좌표를 따라 선을 그리는 기계식 장치다. 한 개발자가 이베이에서 반쯤 고장 난 펜 플로터를 사서 수리한 뒤, 이 장치로 프린터나 맨손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결과물을 만드는 데 재미를 붙였다고 한다. 그가 최근 몰두한 작업이 바로 손으로 새기는 방식의 홀로그램이다. 레이저도, 광학 테이블도 없이 오직 표면에 정밀한 곡선을 새겨서 입체감을 만들어내는 이 실험은, 물리 현상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도구로 옮기는 과정 자체가 흥미로운 사례다.

기름 묻은 손가락에서 출발하는 원리

저자는 홀로그래피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수식 없이도 이 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출발점은 의외로 기름 묻은 손가락이다. 올리브유 같은 기름을 손가락에 묻혀 휴대폰 화면을 만지면 지문이 남긴 미세한 능선 위로 빛이 반사되는 지점, 즉 하이라이트가 생긴다. 누구나 화면의 지문 얼룩에서 본 적 있는 그 반짝임이다. 카메라나 눈의 위치를 옮기면 이 하이라이트도 함께 이동한다. 핵심 통찰은 이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사되는 능선의 곡률, 즉 얼마나 급하게 휘어 있는지에 따라 하이라이트가 움직이는 방향과 속도가 달라진다.

이 현상은 CD 표면에 뜨는 무지개 조각이나 자동차 와이퍼 자국에 생기는 빛 번짐과 본질적으로 같다. 저자가 주목한 규칙은 능선의 곡률 반경이 급할수록 하이라이트가 머리 움직임 대비 적게 이동하고, 곡률이 완만할수록 많이 이동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하이라이트의 겉보기 이동 속도는 곡률 반경에 반비례한다. 이것이 현실 세계에서 멀리 있는 물체가 더 느리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원리와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에, 각 점을 카메라로부터의 거리에 반비례하는 곡률의 반사 능선으로 바꿔 새기면 표면 위에 깊이 정보를 담은 3차원 장면을 그릴 수 있게 된다.

재료와의 싸움

원리는 명쾌하지만 실제 구현은 재료 선택에서 막혔다. 저자가 언급한 수식은 각 점이 대략 쌍곡면의 단면 형태가 된다는 것으로, 거리와 시야각, 광원 각도가 변수로 들어간다. 다만 펜 플로터라는 로봇이 형태를 대신 그려주기 때문에 정밀한 수식보다 재료의 물성이 더 큰 관건이었다. 사무용품점에서 산 투명 라미네이팅 시트는 너무 유연해서 새기는 도중 움직이고 표면이 물결쳐 실패했고, 초등학교 시절 쓰던 왁스 코팅 색종이는 필요한 곡선의 양을 감당하지 못하고 찢어지거나 구겨졌다. 결국 효과를 낸 재료는 오래된 CD 주얼 케이스였다. 이베이에서 몇 달러에 대량으로 샀는데 새것이 아닌 낡고 지저분한 중고가 왔다는 소소한 에피소드도 곁들여진다.

도구 역시 중요했다. 아버지에게 받은 훅과 픽 세트 중 가장 뾰족한 직선형 픽이 주얼 케이스에는 잘 들었지만 종이류는 완전히 망가뜨렸다. 좁고 날카로운 도구여야 제대로 새겨졌다는 것이다. 조명 조건도 까다롭다. 이 방식은 주변광에서도 작동하는 무지개 홀로그램이나 백색광 홀로그램과 달리 반드시 점광원을 요구한다. 광원이 넓어질수록 가상 이미지의 점이 퍼지면서 깊이 정보가 흐려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깜깜한 옷장 안에서 손전등 빛을 눈에 직접 비추며, 광원의 주된 반짝임이 새긴 자국 바로 위쪽에 오도록 했을 때 효과가 가장 좋았다고 전한다.

실무자에게 남는 것

이 프로젝트가 흥미로운 이유는 결과물의 완성도보다 접근 방식에 있다. 물리 현상을 수식 우선이 아니라 관찰 가능한 직관으로 재구성하고, 그것을 좌표 명령으로 번역해 기계에 맡기는 흐름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잇는 취미형 엔지니어링의 전형이다. 특히 형태의 정확한 기하를 사람이 계산하지 않고 플로터에 위임했다는 점은, 도구가 있으면 근사에 의존하던 부분을 정공법으로 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는 능선의 형태를 원으로 근사하는 기존 방식 대신 쌍곡면을 그대로 그릴 수 있었던 이유로 바로 이 자동화를 든다.

다만 한계도 분명하다. 저자 스스로 카메라로 찍은 결과는 다소 실망스럽다고 인정한다. 육안으로 손전등을 들고 머리를 움직여야 입체감이 살아나기 때문에 재현과 공유가 어렵다. 주얼 케이스에 자국을 많이 낼수록 효과는 좋아지지만 동시에 표면이 거칠어져, 샘플링이 촘촘해지면 새긴 영역이 그냥 무광의 얼룩으로 뭉개진다는 재료의 근본적 제약도 남아 있다. 저자는 다이아몬드 팁 스타일러스를 시험해볼 생각은 있지만 아직 그만한 비용을 들일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이 작업물을 홀로그램이라 부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그는 여지를 둔다. 다만 작은 조각을 잘라내도 장면 전체가 온전히 담긴다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홀로그램의 특성만큼은 갖췄다고 말한다.

결국 이 실험이 던지는 메시지는 홀로그래피를 처음 기술한 가보르가 그랬듯 값비싼 장비 없이도 물리 현상을 탐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가 인용한 대목 중에는 고대 문명이 이 원리만 알았다면 굳은 그을음 수지 위에 나무 도구로 이런 이미지를 새길 수 있었을 것이고, 어딘가 창고에 표면이 사포 자국처럼 긁힌 유물이 잠들어 있을지 모른다는 상상도 있다. 검증된 사실은 아니지만, 단순한 도구로 깊이를 새긴다는 발상이 시대를 넘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잘 드러낸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blog.jordan.matelsky.com/Penplotter-hol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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