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으로 돌아가기
TECH HACKER NEWS 오늘 6분 읽기 22 READS

택시 기사는 알츠하이머로 잘 죽지 않는다 — '길찾기'가 뇌를 지키는 이유

택시 기사는 알츠하이머로 잘 죽지 않는다 — '길찾기'가 뇌를 지키는 이유
SOURCE IMAGE · HACKER NEWS
택시 기사는 알츠하이머로 잘 죽지 않는다 — '길찾기'가 뇌를 지키는 이유

443개 직업 중 알츠하이머 사망률이 가장 낮았던 직업

몇 년 전 의학 저널 BMJ에 흥미로운 연구가 하나 실렸어요. 미국의 사망 기록 약 900만 건을 뒤져서 직업별로 알츠하이머병으로 사망한 비율을 비교한 건데요. 443개 직업 가운데 알츠하이머 사망 비율이 가장 낮은 직업이 바로 택시 기사와 구급차 운전기사였거든요. 전체 평균으로는 사망자의 약 1.7%가 알츠하이머와 관련돼 있었는데, 택시 기사는 1% 수준, 구급차 기사는 0.7% 정도로 눈에 띄게 낮았어요.

여기서 재미있는 건 '운전을 많이 해서'가 아니라는 점이에요. 같은 운전직인데도 버스 기사나 비행기 조종사한테는 이런 효과가 없었거든요. 연구팀이 주목한 차이는 딱 하나였어요. 버스는 정해진 노선을 반복해서 달리고, 비행기는 관제와 자동화 시스템이 경로를 잡아주죠. 반면 택시와 구급차는 매번 출발지와 목적지가 달라요. 실시간으로 머릿속 지도를 돌리면서 '지금 이 시간엔 이 길이 막히니까 저쪽으로 돌아가자' 같은 판단을 하루 종일 해야 하는 직업이라는 거예요.

해마: 우리 뇌 안의 GPS

이게 왜 알츠하이머랑 연결되냐면, 뇌에서 공간 기억과 길찾기를 담당하는 부위가 해마(hippocampus)거든요. 해마가 뭐냐면, 뇌 안쪽 깊숙이 있는 바다 생물 해마처럼 생긴 작은 부위인데, 새로운 기억을 만들고 공간을 인지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해요. 그리고 하필이면 알츠하이머병이 가장 먼저 공격하는 부위이기도 하고요. 알츠하이머 초기 증상이 '익숙한 길에서 길을 잃는 것'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유명한 선행 연구도 있는데요, 2000년에 런던 택시 기사들의 뇌를 MRI로 찍어본 연구예요. 런던에서 택시 면허를 따려면 'The Knowledge'라는 악명 높은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2만 5천 개가 넘는 거리와 주요 장소를 지도 없이 통째로 외워야 해요. 보통 준비에만 3~4년이 걸리죠. 그런데 이 시험을 통과한 택시 기사들은 일반인보다 해마 뒷부분이 유의미하게 컸고, 경력이 길수록 더 컸어요. 근육처럼 뇌도 쓰면 쓸수록 커진다는 걸 보여준 상징적인 연구였어요.

물론 조심해서 읽어야 할 부분도 있어요. 이번 사망 기록 연구는 상관관계를 보여준 거지 인과관계를 증명한 건 아니거든요. 애초에 공간 감각이 좋은 사람이 택시 기사라는 직업을 택했을 가능성도 있고요. 그래도 해마 연구들과 퍼즐이 맞아떨어지는 그림이라 연구자들이 진지하게 보고 있는 거죠.

개발자에게 낯설지 않은 이야기

그런데 이 이야기, 어딘가 익숙하지 않으세요? 내비게이션이 나오기 전에는 다들 머릿속에 지도를 그리며 다녔는데, 지금은 집 앞 마트 가는 길도 내비를 켜죠. 실제로 GPS에 의존할수록 공간 기억 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어요. 편해진 만큼 해마가 할 일이 없어진 거예요.

요즘 개발자들이 AI 코딩 도구를 두고 하는 고민이랑 구조가 똑같아요. 'AI가 코드를 다 짜주면 내 문제 해결 근육은 어떻게 되지?'라는 질문이요. GPS가 길찾기라는 인지 노동을 대신하면서 해마가 쉬게 된 것처럼, AI가 설계와 디버깅이라는 인지 노동을 대신하면 우리 뇌의 어딘가도 분명히 쉬게 될 거예요. 도구를 쓰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에요. 다만 '어떤 근육은 의도적으로 계속 써줘야 한다'는 관점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래서 뭘 하면 좋을까

연구자들이 제안하는 건 거창한 게 아니에요. 가끔은 내비 없이 새로운 길로 가보기, 지도를 먼저 보고 경로를 머리로 그린 다음 출발하기, 익숙한 동네에서도 안 가본 골목으로 걸어보기 같은 것들이에요. 개발로 치면 가끔은 자동완성을 끄고 직접 짜보기, AI한테 물어보기 전에 5분만 스스로 디버깅해 보기 정도가 되겠네요.

한 줄 정리: 매일 새로운 경로를 계산하는 택시 기사의 해마는 평생 훈련 중이었고, 그게 알츠하이머를 막는 방패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예요. 뇌는 쓰는 만큼 남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세요? 내비게이션 없이 초행길을 찾아갈 수 있으신가요? 그리고 AI 도구 시대에 '일부러 계속 쓰는 근육'으로는 뭘 남겨두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 출처: Hacker News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theconversation.com/taxi-drivers-rarely-die-of-alzhe...
SHARE
처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