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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회로기판이 캔버스가 될 때 — 연금술과 우주 기호를 새긴 PCB 뱃지 프로젝트

초록색 회로기판이 캔버스가 될 때 — 연금술과 우주 기호를 새긴 PCB 뱃지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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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회로기판이 캔버스가 될 때 — 연금술과 우주 기호를 새긴 PCB 뱃지 프로젝트

개발자 책상 위 굿즈 중에 좀 특별한 물건이 하나 있어요. 바로 회로기판 그 자체가 작품인 PCB 뱃지인데요. 최근 한 메이커가 연금술 기호와 천체 도상을 새긴 PCB 뱃지 시리즈를 직접 설계해서 GitHub에 오픈소스로 공개했어요. 중세 연금술사들이 쓰던 신비로운 기호들이 금색 회로 패턴으로 반짝이는 뱃지라니, 소재 선택부터가 재미있는데요.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PCB 아트'라는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한번 풀어볼게요.

PCB가 캔버스가 되는 원리

먼저 PCB가 뭐냐면요, Printed Circuit Board, 즉 인쇄 회로 기판이에요.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뜯으면 나오는 그 초록색 판, 전자 부품들이 올라가는 바탕이 되는 판이죠. 그런데 이 판이 사실 단일한 물체가 아니라 여러 층의 샌드위치거든요. 맨 아래에 FR4라는 유리섬유 기판이 있고, 그 위에 전기가 흐르는 구리 층, 구리를 보호하는 솔더마스크 층(우리가 보는 초록색이 바로 이 층이에요. 요즘은 보라색, 검정색, 흰색도 있어요), 그리고 부품 이름 같은 걸 인쇄하는 흰색 실크스크린 층이 올라가요. 노출된 구리에는 산화 방지를 위해 금도금(ENIG) 처리를 하기도 하고요.

PCB 아트는 바로 이 층 구조를 물감 팔레트처럼 쓰는 거예요. 솔더마스크를 벗겨서 금색 구리를 드러내면 반짝이는 금색 선이 되고, 실크스크린으로는 흰색 디테일을 그리고, 솔더마스크 아래에 구리를 깔았는지 여부에 따라 같은 색이라도 밝기와 질감이 달라져요. 검정 기판 위에 금색 연금술 기호가 새겨진 뱃지를 상상해 보시면, 왜 이 조합이 매력적인지 바로 감이 오실 거예요. 재료의 제약이 오히려 독특한 미감을 만들어내는 거죠.

어떻게 만드나요

제작 과정도 생각보다 접근하기 쉬워요. 설계는 KiCad라는 오픈소스 PCB 설계 툴로 하는데요, 원래는 진짜 회로를 그리는 도구지만 아트웍 용도로도 쓸 수 있어요. 일러스트레이터나 잉크스케이프에서 그린 그림을 PCB 레이어로 변환해주는 도구들도 있어서, 벡터 그래픽만 다룰 줄 알면 전자공학 지식이 깊지 않아도 시작할 수 있거든요. 설계가 끝나면 거버(Gerber)라는 표준 제조 파일로 내보내서 제조사에 업로드하면 되는데, JLCPCB나 PCBWay 같은 곳을 이용하면 작은 뱃지 몇 장 만드는 데 배송비 포함 만 원이 안 되는 경우도 많아요. 예전에는 시제품 하나 만들려면 수십만 원이 들었는데, 소량 제조 비용이 극적으로 내려간 덕분에 개인이 취미로 즐길 수 있는 영역이 된 거예요. 부품 없이 순수 장식용으로 만들면 납땜조차 필요 없고, 욕심이 나면 LED와 코인 전지를 달아서 빛나는 뱃지로 발전시킬 수도 있어요.

배지라이프라는 문화

이런 전자 뱃지 문화에는 이름도 있어요. '배지라이프(badgelife)'라고 부르는데요, 세계 최대 해커 콘퍼런스인 DEF CON에서 시작됐어요. 행사 입장 뱃지를 단순한 이름표가 아니라 마이크로컨트롤러와 LED, 심지어 게임과 퍼즐까지 담은 전자 작품으로 만드는 문화가 자리 잡았고, 이제는 참가자들이 비공식 뱃지를 직접 제작해서 서로 교환하는 하나의 서브컬처가 됐거든요. 이번 연금술 뱃지처럼 설계 파일을 통째로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것도 이 문화의 특징이에요. 남의 설계를 열어보고, 배우고, 변형해서 자기만의 뱃지를 만드는 선순환이 돌아가는 거죠. 소프트웨어의 오픈소스 정신이 하드웨어로 그대로 이어진 모습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한국 개발자에게는

하드웨어에 관심은 있는데 뭐부터 해야 할지 막막했던 분들에게, PCB 뱃지는 정말 좋은 첫 프로젝트예요. 실패해도 잃는 게 몇 천 원 수준이고, 회로가 틀려서 동작 안 할 걱정도 없고(장식용이라면요), 결과물은 손에 잡히는 실물로 남거든요. KiCad라는 업계 표준급 툴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는 것도 덤이고요. 팀 굿즈나 사내 해커톤 기념품, 국내 개발자 콘퍼런스 뱃지로 응용해도 반응이 좋을 거예요. 명함 대신 자기 이름과 GitHub 아이디를 새긴 PCB 명함을 만드는 분들도 있는데, 첫인상 하나는 확실하게 남길 수 있죠.

정리하면, 이 프로젝트는 저렴해진 제조 인프라와 오픈소스 도구가 만나면 개인이 어디까지 만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지만 즐거운 사례예요. 여러분이라면 어떤 도안을 PCB에 새겨보고 싶으신가요? 좋아하는 프로그래밍 언어 로고도 좋고, 팀 마스코트도 좋으니 아이디어를 나눠주세요.


🔗 출처: Hacker News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github.com/KaiPereira/Alchemical-Cosmological-Bad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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