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조업 소프트웨어의 세 기둥을 한 번에
Carbon이라는 오픈소스 제조업 소프트웨어가 셀프호스팅 버전을 공개했어요. ERP, MES, QMS 세 가지를 한 시스템 안에서 다루는 게 특징인데요. 이 셋이 각각 뭐냐면, ERP는 견적·주문·구매·재고·회계처럼 회사의 자원과 돈의 흐름을 관리하는 시스템이고, MES는 실제 공장 현장에서 어떤 작업이 어느 기계에서 누가 언제 했는지를 추적하는 시스템이에요. QMS는 품질 관리 시스템으로, 검사 기록이나 불량 처리, 시정 조치 같은 걸 관리하고요. 보통 이 셋은 각기 다른 회사의 다른 제품으로 들어와서 서로 연동하느라 고생하는 게 제조업 IT의 오랜 고통이었거든요.
왜 이게 반가운 소식이냐면
기존 제조업 ERP 시장은 SAP나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Dynamics 같은 대형 제품이 꽉 잡고 있어요. 라이선스 비용도 비싸지만 더 큰 문제는 커스터마이징이에요. 공장마다 공정이 다르고 도면 관리 방식이 다르니까 그대로 쓸 수가 없는데, 이런 제품을 손보려면 전용 언어와 전문 컨설턴트가 필요해서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거든요. 오픈소스 쪽에는 Odoo와 ERPNext가 있지만, 둘 다 범용 ERP에서 출발해 제조 모듈을 얹은 형태라 현장 실행이나 품질 관리 부분은 아쉽다는 평이 많았어요.
Carbon은 처음부터 제조업, 그중에서도 주문을 받아 소량 다품종으로 만드는 가공 업체를 겨냥해서 만들어졌어요. 견적을 내고, 수주가 되면 BOM(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부품 목록)과 라우팅(어떤 순서로 어떤 공정을 거치는지)을 바탕으로 작업 지시를 만들고, 현장에서는 태블릿으로 작업 시작과 완료를 찍고, 검사 결과를 기록하고, 완성품을 출하하는 흐름이 하나로 이어져요. 자재 구매와 재고 관리도 같은 데이터베이스 위에서 돌아가니 시스템 간 연동이라는 문제 자체가 사라지는 거죠.
기술 스택이 개발자 친화적이에요
이 프로젝트가 특히 웹 개발자에게 흥미로운 이유는 기술 스택 때문이에요. 백엔드 데이터베이스와 인증, 실시간 기능은 Supabase 위에 올라가 있어요. Supabase가 뭐냐면 PostgreSQL 데이터베이스에 인증, 파일 저장, 실시간 구독, API를 묶어서 제공하는 오픈소스 백엔드 플랫폼이에요. 프론트엔드는 TypeScript와 React 기반의 풀스택 프레임워크로 만들어져 있고, 스타일링은 Tailwind CSS를 써요. 요즘 스타트업에서 SaaS 만들 때 쓰는 스택 그대로라, 이 조합에 익숙한 개발자라면 코드를 열어보고 바로 손을 댈 수 있는 구조예요.
권한 관리도 PostgreSQL의 행 단위 보안 정책(RLS)을 활용하는데, 이건 데이터베이스 자체가 '이 사용자는 이 행만 볼 수 있다'를 강제하는 기능이에요. 애플리케이션 코드에서 권한 체크를 빼먹어도 DB가 막아주니 ERP처럼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시스템에는 꽤 중요한 설계 선택이죠. 셀프호스팅은 Supabase와 앱을 내 인프라에 직접 띄우는 방식이라, 회사 내부망이나 자체 클라우드에 올려서 데이터를 외부에 내보내지 않고 쓸 수 있어요.
업계 흐름 속에서 보면
제조업 소프트웨어는 한동안 '클라우드 SaaS로 가느냐, 온프레미스에 남느냐'가 화두였어요. Katana나 Fulcrum 같은 중소 제조업 SaaS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클라우드 쪽으로 무게가 실렸지만, 도면이나 원가 데이터를 외부 서버에 두기 싫어하는 회사도 여전히 많거든요. Carbon이 클라우드 호스팅과 셀프호스팅을 둘 다 제공하는 건 이 두 진영을 모두 잡으려는 전략으로 보여요. 오픈소스 코드를 공개하고 호스팅과 지원으로 돈을 버는, 최근 개발자 도구 업계에서 익숙한 방식이기도 하고요.
한국 개발자에게 주는 시사점
우리나라는 중소 제조업 비중이 크고, 정부가 스마트공장 보급 사업으로 MES 도입을 몇 년째 지원해 왔어요. 그런데 현장에서는 '보급형 MES를 깔았는데 우리 공정과 안 맞아서 안 쓴다'는 이야기가 정말 많거든요. 결국 회사마다 맞춤 개발이 필요한데, 바닥부터 만들기엔 비용이 크고 대형 ERP를 뜯어고치기엔 더 커요. Carbon처럼 현대적인 스택으로 짜인 오픈소스는 이 중간 지대에 딱 맞아요. 웹 개발 경험이 있는 소규모 팀이 특정 업종에 맞게 손봐서 SI를 하거나, 자기 회사 시스템으로 직접 도입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해지니까요.
다만 주의할 점도 있어요. 오픈소스라고 해도 라이선스 조건은 꼭 확인해야 해요. 상업적 이용이나 재배포 조건이 프로젝트마다 다르거든요. 그리고 ERP는 도입 자체보다 데이터 이관과 현장 교육이 훨씬 어려운 영역이라, 기술 스택이 좋다고 해서 도입이 쉬워지는 건 아니에요. 그래도 코드를 직접 읽을 수 있고 원하는 대로 고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존 선택지들에 비하면 큰 차이예요.
정리하면
Carbon은 제조업의 ERP·MES·QMS를 현대적인 웹 스택 위에 하나로 묶은 오픈소스이고, 셀프호스팅 공개로 국내 중소 제조업 맞춤 시스템의 현실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어요.
제조업 쪽 시스템을 만들어 보신 분들, 기존 MES나 ERP에서 가장 답답했던 지점이 뭐였나요? 이런 오픈소스가 그 문제를 실제로 풀 수 있을지 여러분의 경험을 들려주세요.
🔗 출처: Hacker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