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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바와 ZFS를 만든 회사는 왜 사라졌나: 썬 마이크로시스템즈의 실수를 되짚다

자바와 ZFS를 만든 회사가 왜 사라졌을까

썬 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라는 이름을 들으면 요즘 개발자들은 대개 '자바 만든 회사' 정도로 기억할 거예요. 하지만 이 회사는 그보다 훨씬 큰 존재였거든요. 1982년에 생겨서 워크스테이션과 서버 시장을 주름잡았고, SPARC라는 자체 CPU, 솔라리스(Solaris)라는 유닉스 운영체제, 네트워크 파일 시스템 NFS, 파일 시스템 ZFS, 커널 추적 도구 DTrace, 그리고 자바까지. 지금 우리가 쓰는 인프라 기술의 상당 부분이 이 회사에서 나왔어요. 그런데 2010년, 오라클에 약 74억 달러에 팔리면서 회사는 사라졌죠.

그 썬에서 1996년부터 회사가 팔릴 때까지 일했던 엔지니어 브라이언 캔트릴(Bryan Cantrill)이 '썬이 무엇을 잘못했나(What Sun Got Wrong)'라는 글을 올렸어요. 캔트릴은 DTrace를 공동 개발한 사람이고, 지금은 서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째로 만드는 회사 옥사이드 컴퓨터(Oxide Computer)의 공동창업자예요. 평소 썬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 사람이라, 그가 직접 '잘못한 것'을 짚는다는 건 꽤 무게가 있는 일이에요. 오늘은 이 글을 계기로, 썬이 남긴 교훈을 캔트릴이 여러 자리에서 반복해 온 이야기들과 함께 정리해 볼게요.

첫 번째 실수: 싸구려라고 무시한 x86과 리눅스

썬의 가장 뼈아픈 실수로 늘 꼽히는 게 x86과 리눅스를 얕본 거예요. 이게 뭐냐면, 1990년대 썬은 자기네 SPARC 칩에 솔라리스를 얹은 고가의 서버를 팔았거든요. 성능도 좋고 안정성도 좋았지만 비쌌어요. 그 사이에 인텔 x86 칩은 PC 시장에서 엄청난 물량으로 팔리면서 해마다 빨라지고 싸졌고, 그 위에 리눅스가 공짜로 돌아가기 시작했죠. 썬 내부에서는 이걸 '장난감'으로 봤어요. 심지어 2002년에는 x86용 솔라리스 개발을 아예 중단하려다가 사용자들의 반발로 되살린 적도 있어요.

캔트릴이 여러 번 이야기한 지점이 바로 여기예요. 썬은 자기들이 만든 기술이 더 좋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더 싸고 더 대충 만든 것'이 시장을 먹을 수 있다는 걸 믿지 않았다는 거죠. 결국 구글, 아마존 같은 회사들이 싸구려 x86 서버 수만 대를 리눅스로 묶어 데이터센터를 짓는 시대가 왔고, 썬의 비싼 서버는 설 자리를 잃었어요. 경영학에서 말하는 '파괴적 혁신'의 교과서적인 사례인데요. 기술이 더 좋은 쪽이 아니라, 충분히 괜찮으면서 훨씬 싼 쪽이 이긴다는 거예요.

두 번째 실수: 닷컴 버블에 취해 있었다

2000년 전후 썬은 '우리는 닷컴의 닷이다(We're the dot in dot-com)'라는 광고를 했어요. 인터넷 스타트업들이 벤처 자금으로 썬 서버를 사재기하던 시절이라 매출이 폭발했거든요. 문제는 이 매출이 진짜 수요가 아니라 버블이었다는 거예요. 2001년 버블이 꺼지자 스타트업들이 망하면서 중고 썬 서버가 시장에 쏟아졌고, 새 서버는 팔리지 않았어요. 버블 시절에 잔뜩 뽑은 인력과 늘려놓은 조직은 그대로 부담이 됐죠.

이건 지금 봐도 남 얘기가 아니에요. 특정 시기의 비정상적인 수요를 자기 실력으로 착각하는 회사는 어느 시대에나 있거든요.

세 번째 실수: 소스를 너무 늦게, 애매하게 열었다

썬은 2005년에 솔라리스 소스를 공개한 오픈솔라리스(OpenSolaris)를 내놨어요. 하지만 이때는 이미 리눅스가 서버 시장의 표준이 된 뒤였죠. 게다가 라이선스로 CDDL이라는 걸 골랐는데, 이게 리눅스 커널의 GPL과 호환이 안 돼요. 그래서 ZFS처럼 훌륭한 기술이 리눅스 커널에 정식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지금까지도 별도 모듈로 설치해야 하는 불편함이 남아 있어요. 오픈소스를 '한다'는 것과 '커뮤니티가 실제로 쓸 수 있게 한다'는 건 다른 문제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예요.

자바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어요. 자바는 전 세계 개발자가 쓰는 플랫폼이 됐지만, 정작 썬은 자바로 돈을 거의 벌지 못했거든요. 플랫폼을 퍼뜨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걸 사업으로 연결하는 모델이 없었던 거죠. 결국 자바로 제대로 수익을 낸 건 인수 후 라이선스 정책을 바꾼 오라클이었어요.

네 번째: 비싼 인수와 마지막 선택

2005년 스토리지텍(StorageTek)을 41억 달러에, 2008년 MySQL을 10억 달러에 인수했는데, 어느 쪽도 회사를 살릴 만한 시너지를 내지 못했어요. 그리고 2009년 IBM과의 인수 협상이 깨진 뒤 오라클로 팔렸죠. 캔트릴은 오라클 인수 이후의 일들, 예를 들어 오픈솔라리스 커뮤니티가 사실상 해체되고 많은 프로젝트가 닫힌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아주 강한 어조로 비판해 온 사람이에요. 그가 나중에 illumos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지금 옥사이드에서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다 오픈소스로 만드는 회사를 하는 건 그 경험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어요.

재밌는 점: 썬의 '비전'은 틀리지 않았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썬이 내걸었던 방향 자체는 대부분 맞았다는 거예요. '네트워크가 곧 컴퓨터다(The Network is the Computer)'라는 슬로건은 클라우드 시대를 20년 먼저 말한 거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생각은 지금 애플 실리콘이나 캔트릴의 옥사이드가 증명하고 있죠. 즉 썬의 문제는 비전이 아니라 실행이었어요. 옳은 방향을 봤지만, 시장이 어떤 속도로 어떤 경로를 통해 거기에 도달할지를 오판한 거예요.

한국 개발자에게

한국에서도 '기술은 우리가 더 좋은데 왜 시장은 저쪽으로 가지?' 하는 상황을 자주 봐요. 썬의 역사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미리 보여주는 셈이에요. 더 좋은 기술보다 충분히 좋고 접근하기 쉬운 기술이 이기고, 오픈소스는 타이밍과 라이선스가 반이며, 플랫폼을 퍼뜨리는 것과 수익을 내는 건 별개의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 개인 커리어로 봐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내가 익숙한 스택이 '더 좋으니까' 살아남는다는 보장은 없거든요.

한줄 정리: 썬은 방향을 맞히고도 x86과 리눅스를 얕보고, 버블을 실력으로 착각하고, 오픈소스를 늦고 어색하게 열어서 무너졌다.

여러분이 보기에 지금 업계에서 '썬처럼 되어가는' 기술이나 회사가 있나요? 반대로 옛날 리눅스처럼 '싸구려'라고 무시당하다가 표준이 될 것 같은 기술은요?


🔗 출처: Hacker News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bcantrill.dtrace.org/2026/09/20/what-sun-got-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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