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으로 돌아가기
TECH HACKER NEWS 오늘 7분 읽기 27 READS

잊힌 자원 '란트': 오줌이 만든 산업과 품질 검증의 역사

잊힌 자원 '란트': 오줌이 만든 산업과 품질 검증의 역사
SOURCE IMAGE · HACKER NEWS

유용하면서도 거의 언급되지 않는 자원이 하나 있다. 바로 우리 모두가 매일 만들어 내는 오줌이다. 델라웨어대학교와 윈터서 프로그램이 매년 1월 진행하는 영국 디자인사(史) 현장 수업에서 한 참가자는 런던, 스토크온트렌트, 바스 같은 도시를 돌며 화려한 유물을 보았지만, 정작 전시되지 않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고 적는다. 가죽 무두질, 담배 숙성, 화약 제조, 염색, 표백, 맥주 양조에 이르기까지 과거 수많은 공정에 필수였던 이 화학 작용제는 역사 유적지에서 좀처럼 다뤄지지 않는다.

영어 urine은 라틴어 urina, 그리스어 ouron에서 왔지만, 이 이야기에는 고대 영어 단어 '란트(lant)'가 더 어울린다. 란트는 그냥 오줌이 아니라, 모아 두고 발효시킨 '숙성된 오줌'을 가리킨다.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암모늄 성분 덕분에 란트는 특정 화학 공정에서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지녔다. 다시 말해, 원료의 가치는 물질 자체가 아니라 시간과 처리 과정이 더해졌을 때 비로소 발생했다.

공짜 자원의 역설적인 유통 구조

흥미로운 지점은 이렇게 쓸모 있는 자원이 어떻게 수집되고 분배됐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튜더 시대 영국에는 '공 파머(gong farmer)'라는 직업이 있었다. 'gong'은 '가다'를 뜻하는 고대 영어 gang에서 온 말로, 변소와 분뇨 구덩이에서 인분을 퍼내는 일을 맡았다. 보수는 후했지만 사회적으로 심하게 낙인찍혔고, 작업은 오후 9시부터 새벽 5시 사이에만 허용됐다. 다만 이들은 주로 고형 폐기물을 다뤘기 때문에, 액체인 란트가 산업 현장에 어떻게 전달됐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는다.

글쓴이는 명쾌한 답을 찾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오줌이 너무나 흔해서 애초에 뚜렷한 유통 시장이 형성될 필요가 없었고, 산업은 그저 이 공짜 자원을 가져다 썼으리라는 추정이다. 어디에나 있고 비용이 들지 않는 자원일수록 공식적인 거래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역설은, 오늘날 데이터처럼 '널려 있어 보이는' 자원을 다루는 사람에게도 익숙한 장면이다.

화약과 왕실 독점

화약 제조는 이 이상한 자원 배분 방식을 잘 보여 준다. 화약에는 초석(saltpeter), 숯, 황이 필요한데, 이 중 초석만이 확보가 까다로웠다. 초석은 새의 배설물과 사람의 오줌에서 나오는 부산물이었고, 그래서 17세기 영국에서 초석은 왕실 독점 대상이 됐다. 찰스 1세는 가정이 집과 가축의 오줌을 모아 매일 '초석 담당관(Saltpeter men)'에게 넘기도록 포고했다. 1638년에는 이들의 권한이 비둘기장, 마구간, 지하실의 오줌에 젖은 바닥까지 파낼 수 있도록 확대됐고, 초석 채취를 쉽게 하려고 바닥을 '부드러운 흙' 외의 것으로 덮는 일이 금지됐다. 훗날 올리버 크롬웰이 가택을 침범할 특권을 폐지했지만, 자원은 필요할 때마다 여전히 자유롭게 공급된 것으로 보인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 원료를 민간의 일상에서 강제로 끌어모은 셈이다.

이 수업에서 참가자들은 배설과 관련된 역사적 도구들도 살폈다. 조지 왕조 시대 침실의 일상을 보여 주는 데니스 세버스 하우스, 햄프턴 코트의 왕실 변소, 존 손 경 박물관의 양동이 벽장 등이다. 마지막 날 홀번 박물관에서 본 마이센 자기 부르달루가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큐레이터 카트린 존스는 이 작품이 당대 마이센의 회화와 금박 기법을 보여 주는 걸작으로, 유명 화가 요한 게오르크 하인체의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장면은 바토의 그림 '라 쉬르프리즈'에서 따왔고, 안쪽에는 그 용도를 암시하는 'Aux Plaisirs des Dames(숙녀를 위하여)'라는 문구가 숨겨져 있었다.

측정 도구를 부른 품질 문제

란트는 지역 산업과도 밀착해 있었다. 칼더데일의 17세기 가옥들에는 뒷문 통로 옆, 사용하기 편한 높이로 벽에 짜 넣은 '란트 통'이 있었고, 여기 모인 액체는 양모 축융(fulling) 작업에 쓰였다. 나폴레옹 전쟁기 글래스고에서는 화약용 오줌을 모으기 위해 바퀴 달린 통이 거리를 돌았고, 가정은 제공한 양에 따라 돈을 받았다. 영리한 시민들은 곧 물을 타서 양을 부풀리면 더 벌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자 글래스고의 과학 기기 제작자 윌리엄 트와델이 제조업체가 '가짜로 희석된 제품'을 사지 않도록 비중계(하이드로미터)를 발명했다고 전해진다.

이 마지막 일화는 자료의 출처가 한 화학 교사의 구전이라는 점에서 수치나 정황을 그대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값을 매긴 자원은 반드시 품질 조작의 유인을 낳고, 그 조작은 결국 객관적 측정 도구를 불러온다'는 구조는 분명하게 읽힌다. 눈에 보이지 않는 원료의 농도를 수치로 검증하는 장치가 신뢰를 복원했다는 이야기는, 품질 지표와 검증 체계가 왜 거래의 전제가 되는지를 오래된 방식으로 증언한다. 잊힌 자원 란트의 역사는 결국 자원 자체보다, 그것을 둘러싼 수집·분배·검증의 체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관한 기록이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sites.udel.edu/materialmatters/2018/04/11/lant-the-f...
SHARE
NEXT · CHOOSE

변화를 읽었다면,
내가 만들 수익 구조를 고릅니다.

정보를 더 모으는 데서 멈추지 않고, 광고·외주·판매·중개·구독 중 내 상황에 맞는 출발점을 정해보세요.

21가지 수익 구조 살펴보기 →
처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