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 말이면 일본 소셜미디어에는 좀비도 마녀도 아닌 기묘하게 평범한 분장 사진이 올라온다. '지미(地味) 할로윈', 영어권에서는 'Mundane Halloween'으로 불리는 이 행사다. 핵심 규칙은 단순하다. 분장이 너무 평범해서 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무슨 콘셉트인지 알 수 없어야 한다는 것. 화려함을 겨루는 일반적인 할로윈과 정반대 방향으로, 얼마나 일상적이고 미묘한 순간을 포착했는지를 겨룬다.
이 문화는 2014년 일본의 웹 미디어 데일리 포털 Z(Daily Portal Z)에 모인 어른들에게서 시작됐다. 할로윈 분위기에는 끼고 싶지만 마녀나 좀비처럼 대놓고 꾸미기는 쑥스러웠던 이들이, 당시 일본에서 인기를 끌던 과장된 코스튬 대신 '그냥 일상복 같은' 분장을 택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영어 명칭 'Mundane Halloween'은 이를 꾸준히 소개해 온 매체 스푼앤타마고가 2018년에 붙였고, 지금은 #地味ハロウィン 해시태그로 한 해의 출품작들을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자리를 잡았다.
설명을 듣고 나서야 웃게 되는 분장
올해 공유된 사례들을 보면 이 행사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 '아주 좁은 이자카야에서 단체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 '뒤로 의자를 젖혀도 되는지 물어보려는 사람', '디자인 수도꼭지를 어떻게 트는지 몰라 헤매는 사람', '지하철에서 웃긴 영상을 보며 웃음을 참는 사람', '머들러를 빨대로 착각한 사람', '비즈니스 회식에서 신발을 벗어야 할 줄 몰랐던 사람' 같은 식이다. 하나같이 사진 한 장만으로는 전달되지 않고, 한 줄짜리 설명이 붙는 순간 '아, 그 상황'이라며 무릎을 치게 만든다.
웃음의 방아쇠는 특별한 소품이 아니라 공감이다. 누구나 한 번쯤 겪었지만 평소에는 언어화하지 않던 어색한 순간을, 분장이라는 형식을 빌려 또렷하게 지목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 행사는 '일상의 미세한 불편과 당혹감을 수집하는 대회'에 가깝다.
제품을 만드는 사람에게 남는 것
얼핏 IT 실무와는 무관해 보이지만, 관찰의 결이 닮아 있다는 점에서 곱씹을 만하다. 예컨대 '디자인 수도꼭지를 켜지 못하는 사람'은 전형적인 어포던스(affordance) 실패 사례다. 멋있게 만들었지만 어떻게 조작해야 하는지 암시를 주지 못하는 수도꼭지는, 아이콘만 세련되고 동작 방식이 불분명한 앱 UI와 정확히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머들러를 빨대로 착각한 사람' 역시 사용자가 설계자의 의도와 다르게 도구를 쓰는 전형적인 장면이다.
제품 기획이나 UX 리서치에서 가장 다루기 어려운 것이 바로 이런 '설명하기 전까지는 보이지 않는' 마찰이다. 사용자는 대개 큰 불만만 말하고, 순간적으로 멈칫했다가 넘어간 미세한 당혹감은 기억조차 하지 않는다. 지미 할로윈이 재미로 수행하는 작업 — 일상의 사소한 멈칫거림을 끈질기게 관찰하고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일 — 은 사실 사용성 관찰이나 페르소나 설계에서 요구되는 감각과 본질적으로 같다. '아주 좁은 공간에서 단체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처럼, 제약 조건 속 사용자의 행동을 구체적인 상황으로 묘사하는 방식은 그 자체로 좋은 시나리오 서술의 예시이기도 하다.
재미는 재미로
물론 이것을 방법론으로 격상시킬 필요는 없다. 지미 할로윈은 어디까지나 어른들이 소소하게 즐기는 놀이이고, 일본 특유의 생활 맥락과 집단적 공감대 위에서 성립한다. 같은 상황도 문화가 다르면 웃음의 포인트가 통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가장 평범해서 설명이 필요한 순간'에 주목하는 그 시선만큼은, 화려한 기능 경쟁에 몰두하기 쉬운 제품 현장에 조용한 반문을 던진다. 사용자가 진짜로 멈칫하는 지점은 거창한 곳이 아니라, 아무도 설명하지 않고 지나치는 수도꼭지 앞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