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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스타 라쿤 '지모시'와 짧은 척추 증후군, 그 뒤의 과학과 경계

인터넷 스타 라쿤 '지모시'와 짧은 척추 증후군, 그 뒤의 과학과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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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애틀에서 등장한 야생 라쿤 한 마리가 이번 달 인터넷을 사로잡았다. '지모시(Jimothy)'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라쿤은 목이 거의 보이지 않는 동그랗고 통통한 실루엣 덕분에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킹 지모시' 같은 별명과 팬아트, 타투, 심지어 '핫 지모시 서머(Hot Jimothy Summer)'라는 밈까지 낳았다. 처음 그를 세상에 알린 시애틀 주민 키아나 홀은 워싱턴주 밸러드의 한 굿윌 매장 근처에서 차 밑에 있는 동물을 고양이로 착각했다가, 몸을 돌린 순간 특유의 무늬를 보고 라쿤임을 알아챘다고 한다. 이름의 유래는 단순하다. "그냥 지모시처럼 생겨서"였다는 것이다. 온라인 반응에서는 그의 특이한 몸매를 두고 빅풋이나 추파카브라 같은 미확인 생물에 빗대는 댓글까지 나왔다.

짧은 척추 증후군이란 무엇인가

지모시의 둥근 체형은 '짧은 척추 증후군(short spine syndrome)'이라 불리는 드문 유전 질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의 생태학자 줄리언 D. 에이버리에 따르면 이 질환은 결함이 있는 열성 유전자가 원인이며, 증상이 실제로 나타나려면 부모 양쪽으로부터 각각 한 개씩, 두 개의 복사본을 물려받아야 한다. 그는 이런 유전자를 가진 개체 둘이 짝을 이룰 확률 자체가 낮고, 그 배경에는 이 질환을 지닌 동물이 정상적인 개체보다 어떤 상황에서든 훨씬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 증후군은 발달 중인 척추의 형성에 영향을 주어 척추뼈가 짧아지거나 압축되고 융합된 형태로 만든다. 에이버리는 그 과정을 길게 밀어 편 반죽을 일정한 간격으로 눌러 조각으로 끊어내는 것에 비유한다. 정상적인 척추가 개별 척추뼈로 분화되는 방식이 바로 그런 식인데, 결함 유전자를 가진 동물에서는 이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생에서 이런 사례가 거의 목격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태어난 뒤에도 살아남아 활동하기가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지모시가 '운 좋은' 사례인 까닭

그런 점에서 지모시는 예외적인 경우로 보인다. 에이버리는 그가 발달 과정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통과한 것 같다고 말한다. 성별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는 단서를 달면서도, 이런 동물이 대체로 정상적인 뇌 기능과 내부 장기를 갖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폐나 뇌가 손상됐다고 볼 근거는 없으며, 지모시도 정상적인 수명을 누릴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이다. 바이럴 영상 속에서 그가 별 어려움 없이 먹이를 찾고 기어오르며 움직이는 모습은 낙관할 이유를 준다. 라쿤이라는 종 자체가 워낙 자원 활용에 능하고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는 일반종이라는 점도 여기에 힘을 보탠다.

진짜 위험은 질환이 아니라 사람

정작 지모시에게 더 큰 위험은 그의 신체 조건이 아니라 사람들의 반응이라고 에이버리는 지적한다. 사람들이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하면 동물은 위험한 방식으로 주변을 맴돌게 되고, 사람에게 익숙해진 개체는 차에 치이거나, 지나치게 길들여졌다는 이유로 야생동물 당국에 의해 제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가오는 위협을 충분히 경계하지 못하다가 결국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런 상황에서 철저한 '개입 최소화' 원칙을 권한다. 개체군에는 자연적인 변이가 필요하며, 야생동물은 스스로의 경로를 따르게 두는 편이 낫다는 입장이다.

워싱턴주 어류야생동물국도 같은 철학을 밝혔다. 이 기관 대변인은 CBC 뉴스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선천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지모시가 도움 없이 잘 돌아다니는 것으로 보이므로 그대로 두기를 권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것이 지모시를 멀리서 지켜보는 즐거움까지 포기하라는 뜻은 아니다. 에이버리는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존중하는 거리에서 그를 본다면 좋은 일이라고 말한다. 라쿤 한 마리에 마음을 뺏긴 사람이 이후 호저나 관목 속 울새 둥지를 보고 싶어 하게 되고, 그런 관심이 결국 주변 세계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사람들이 애정을 갖게 만든다는 것이다.

지모시의 인기는 아직 식을 기미가 없다. 7월 26일 시애틀 시의원 알렉시스 메르세데스 링크는 그를 기리는 공식 선언문을 발표하고, 커뮤니티 아트 대회를 곁들인 '지모시 서머'를 지정할 계획을 밝혔다. 한 마리 야생동물이 밈과 캐릭터로 확산되는 이 과정은, 온라인의 관심이 실제 동물의 안위와 얼마나 쉽게 어긋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지모시를 처음 소개한 홀의 바람은 소박하다. 그가 계속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사람들은 그 대가로 그를 지켜봐 주는 것, 그리고 이 소동이 사람들로 하여금 동네를 산책하며 주변의 야생을 관찰하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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