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으로 돌아가기
TECH HACKER NEWS 7분 읽기 23 READS

위키피디아에서 지워지는 사람들: '유명함'은 누가 판정하는가

위키피디아에서 지워지는 사람들: '유명함'은 누가 판정하는가
SOURCE IMAGE · HACKER NEWS

위키피디아에서는 매일 수십 건, 많게는 수백 건의 생존 인물 전기(傳記)가 삭제 후보로 지목된다. 이유는 대상 인물이 충분히 '저명(notable)'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역 배우 출신의 로스앤젤레스 공인중개사, 은퇴한 대사, 프로 무대에서 10분도 뛰지 못한 축구 선수의 문서가 세계 최대의 무료 백과사전에서 조용히 사라진다. 영어판만 700만 건이 넘는 문서를 보유한 위키피디아가 공간이 부족해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방대한 내용을 검증할 자원봉사 편집자의 수가 한정돼 있다는 데 있다.

진실이 아니라 '검증 가능성'

위키피디아의 판단 기준을 이해하려면 한 가지 구분을 짚어야 한다. 2001년부터 편집에 참여해온 브리타 구스타프슨은 "우리는 무엇이 진실인지를 찾는 게 아니라 무엇이 검증 가능한지를 찾는다"고 말한다. 남북전쟁 당시 장교 너새니얼 라이언이 전투 중 겨자를 마셨다는 서술은 17년간 그의 전기에 남아 있다가, 틀렸음이 입증되어서가 아니라 신뢰할 만한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삭제됐다. 수십 년간 발각되지 않은 날조도 여전히 발견되는 상황에서, 한정된 검증 역량을 어디에 쓸 것인가의 문제인 셈이다.

중요한 것은 편집자가 "이 사람은 유명하지 않다"고 선언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은 단지 저명성을 뒷받침할 신뢰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할 뿐이다. 성폭력 생존자를 지원하는 네바다의 비영리단체 CEO 킴벌리 스몰의 문서가 삭제될 때, 한 편집자는 비영리단체 임원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물었다. 직무의 성격상 초점은 개인이 아니라 조직에 맞춰지기 때문이다. 다른 편집자의 답은 간결했다. "위키피디아 등재는 상(賞)이 아니다."

그러나 당사자에게는 상이다

문제는 당사자들이 그것을 분명히 하나의 가치로 받아들인다는 데 있다. 구스타프슨조차 "문서가 있다는 것은 무언가를 말해준다. 무언가를 암시한다"고 인정했다. 원문 기자가 삭제를 앞둔 수백 명에게 연락했을 때, 상당수는 그 사실을 기자를 통해 처음 알았고 "페이지를 살릴 글을 써달라"고 부탁하는 이도 있었다. 30년 경력의 미시간주 정형외과 의사 매슈 송거는 허영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재판에서 전문가 증인으로 자주 불려 나가는데, 위키피디아 등재가 변호사들에게 일종의 공신력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이란계 국제관계 자문가 마넬리 미르칸 역시 문서가 자기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높여준다고 봤다. 그의 전기는 이력서처럼 읽힌다는 지적을 받았다.

여기에 '닭과 달걀' 구조가 있다. 미르칸의 문서는 삭제됐다가 새 출처와 함께 며칠 뒤 되살아났는데, 그는 프랑스 언론이 이란 사태 해설자로 자신을 택한 배경에 경력과 전문성만이 아니라 '위키피디아에 있다는 사실'이 있었다고 본다. 즉 언론 보도가 저명성을 입증하고, 그 저명성이 다시 보도를 부른다. 반대로 피닉스의 피트니스 업계 임원 앤드루 와이언트는 2차 출처 부족으로 삭제되자 스스로를 홍보하지 않은 탓으로 돌렸다.

자기 문서는 건드릴 수 없다

또 하나의 금기는 자신에 관한 정보를 직접 수정하는 것이다. 설령 기존 사실이 틀렸더라도 이해 상충을 공개하지 않고는 손댈 수 없고, 공개해도 강하게 권장되지 않는다. 공동창업자 지미 웨일스가 자기 전기를 여러 차례 편집하다 적발된 사실 자체가 그의 전기에 실려 있다. 소설가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은 2022년 이혼 사실을 반영하지 못하자, 오직 그 정보의 2차 출처를 만들기 위해 인터뷰에 응했다. 2005년부터 활동한 편집자 앤 클린은 자기 문서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거부를 넘어 "제대로 쓸 수 없도록" 개인정보 노출을 막는다고 했다.

북마케도니아 출신으로 NASA 존슨우주센터에서 일하는 '아날로그 우주비행사' 마르티나 디모스카의 사례는 이 긴장을 압축한다. 그가 "내가 위키피디아에 올랐다"는 글을 올린 다음 날 문서는 삭제 후보가 됐다. 2008년부터 활동한 편집자 키릴 시메오노프스키는 그 전기를 '과장된 개인 성취의 나열'로 규정하고, 출처가 링크드인 게시물에 기대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논쟁 과정에서는 사칭 계정들이 등장했다 차단됐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로 보였던 출처가 실은 알바니아 매체 텔레그라피였다는 지적과, 시메오노프스키가 근무하는 북마케도니아 중앙은행 관련 인물 문서에는 비독립적 출처를 썼다는 반박이 오갔다.

이 사건은 공개된 편집 토론 페이지에서 진행됐다. 무엇이 백과사전에 실릴 자격이 있는가 하는 가장 까다로운 판단이 바로 그 공간에서 내려진다는 뜻이다. 실무자 관점에서 교훈은 분명하다. 위키피디아 등재는 평판 신호로 소비되지만 그 신호의 토대는 당사자의 홍보가 아니라 독립적이고 검증 가능한 2차 출처이며, 자기 손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오히려 삭제의 빌미가 된다. 노스웨스턴대 교수 로즈메리 부시는 자신의 문서가 설득력이 약하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AI가 쓴 듯 이상하다고 느꼈다. "나에 대한 위키피디아 문서 없이도 세상은 멀쩡하다"면서도 삭제 제안의 말투가 "조금 무례하다"고 덧붙였다. 등재가 상이 아니라는 원칙과, 그것을 상처럼 여기는 사람들 사이의 거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이유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www.wired.com/story/the-tragedy-of-losing-your-wikip...
SHARE
NEXT · CHOOSE

변화를 읽었다면,
내가 만들 수익 구조를 고릅니다.

정보를 더 모으는 데서 멈추지 않고, 광고·외주·판매·중개·구독 중 내 상황에 맞는 출발점을 정해보세요.

21가지 수익 구조 살펴보기 →
처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