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액션캠 = 고프로'였던 시절이 있었죠. 스노보드 헬멧에도, 서핑보드에도, 유튜버의 셀카봉 끝에도 전부 고프로가 달려 있었는데요. 최근 외신에서 '한때 막강했던 고프로의 끝인가'라는 질문이 나올 만큼 상황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어요. 한 시대를 정의했던 하드웨어 회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그리고 여기서 개발자와 스타트업이 배울 게 뭔지 짚어볼게요.
정점에서 내리막까지
고프로는 2004년 닉 우드먼이 '서핑하는 내 모습을 찍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구에서 시작한 회사예요. 손목에 묶는 필름 카메라로 출발해서, 방수와 충격에 강한 초소형 캠코더라는 새 카테고리를 사실상 혼자 만들어냈죠. 2014년 상장 때는 주가가 80달러 넘게 치솟으며 시가총액이 수십억 달러에 달했는데요. 지금은 주가가 1달러 안팎을 오가며 상장폐지 요건을 걱정하는 처지가 됐어요. 10년 만에 기업 가치가 거의 10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거예요.
변곡점이 몇 개 있었어요. 2016년 야심차게 내놓은 드론 '카르마'는 비행 중 전원이 꺼지는 결함으로 리콜됐고, 결국 드론 사업 자체를 접었죠. 그 사이 스마트폰 카메라는 무섭게 좋아져서 '굳이 카메라를 하나 더 살 이유'를 잠식했고요. 액션캠이라는 카테고리 자체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작년 모델과 올해 모델의 차이를 소비자가 체감하기 어려워진 것도 컸어요.
경쟁자들은 어떻게 치고 올라왔나
결정타는 경쟁 구도예요. DJI는 드론에서 쌓은 짐벌과 영상처리 기술로 Osmo Action 시리즈를 밀어붙였고, Insta360는 360도 카메라라는 옆 카테고리에서 시작해 일반 액션캠까지 라인업을 넓혔거든요. 이 중국 업체들의 무기는 수직계열화예요. 센서 수급부터 생산까지 자체적으로 통제하니 제품 주기가 빠르고 가격 경쟁력이 좋아요. 고프로가 1년에 한 번 신제품을 내는 동안 경쟁사는 두세 개 카테고리에서 신제품을 쏟아내는 구조인 거죠.
고프로도 손을 놓고 있진 않았어요. 클라우드 저장과 파손 교체를 묶은 구독 서비스로 반복 매출을 만들려 했고, 편집 앱 Quik으로 소프트웨어 생태계도 시도했죠. 구독자를 수백만 명 모으긴 했지만, 하드웨어 판매 하락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고, 몇 차례의 감원으로 이어졌어요.
이 이야기의 교훈
고프로의 사례는 하드웨어 비즈니스의 고전적인 함정을 다 보여줘요. 첫째, 단일 제품 의존이에요. 액션캠이라는 니치가 아무리 커도 전체 시장 규모에는 천장이 있는데, 그 천장에 닿은 뒤의 성장 스토리를 만들지 못했어요. 둘째, 커머디티화예요. 이게 뭐냐면, 기술이 성숙해서 어느 회사 제품이든 비슷비슷해지면 차별화 포인트가 사라지고 가격 경쟁으로 끌려 들어가는 현상이에요. 셋째, 플랫폼 부재예요. 애플이 아이폰을 앱스토어라는 생태계로 감싼 것처럼, 하드웨어를 소프트웨어 록인으로 보호하는 전환을 고프로는 너무 늦게, 너무 약하게 시도했죠.
한국에도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많잖아요. 이 사례가 주는 질문은 명확해요. '우리 제품이 잘 팔린 다음에는 뭘 팔 것인가?'를 제품이 정점일 때 준비해야 한다는 거예요. 개발자 관점에서도, 하드웨어 회사에 합류할지 고민한다면 그 회사의 소프트웨어와 구독 매출 비중을 보는 게 회사의 수명을 가늠하는 좋은 지표가 되고요.
정리하면, 고프로는 카테고리를 창조했지만 카테고리가 성숙한 뒤의 답을 찾지 못한 회사예요. 여러분 생각은 어떠세요? 지금의 고프로가 살아날 길이 남아 있을까요, 아니면 인수합병으로 브랜드만 남게 될까요?
🔗 출처: Hacker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