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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카드' 앱의 숨겨진 뒷이야기: 스티브 잡스가 만든 화려한 실패

애플 '카드' 앱의 숨겨진 뒷이야기: 스티브 잡스가 만든 화려한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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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애플은 아이폰에서 직접 편지지 카드를 디자인해 보내는 '카드(Cards)' 앱을 선보였다. iOS 5가 필요했던 이 앱은 사용자가 사진과 메시지를 넣어 레터프레스 방식으로 인쇄한 카드를 만들면, 애플이 대신 우표를 붙여 수취인에게 발송해 주는 서비스였다. 겉보기에는 애플다운 세련된 아이디어였지만, 그 뒤에는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관계자가 익명을 요구할 만큼 혼란스러운 제작 과정이 숨어 있었다.

이 이야기는 당시 애플의 인쇄·주문처리 파트너사에서 인쇄 프로그램을 총괄했던 '마이크'라는 인물의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 그는 카드 프로젝트를 두고 30년 경력에서 가장 무능하고 관리가 엉망이었던 정점이라고 표현했다. 프로젝트의 코드명은 '스피드 레이서(Speed Racer)'였고, 스티브 잡스가 직접 발상한 제품이었다. 마이크에 따르면 잡스는 저녁 식사 후 산책 중 동행자에게 "지금 이 자리에서 아이폰으로 감사 카드를 보낼 수 있으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고, 그 한마디에서 앱이 출발했다고 한다. 애플이 주도한 프로젝트답게 진행 속도는 매우 빨랐고, 앱은 잡스 생애 마지막 해에 만들어져 출시됐다.

1850년대 활판인쇄기와 만난 최신 기술

카드의 핵심은 '질감'이었다. 애플은 이가 거친 100% 면 소재의 크레인(Crane) 용지에 정교한 레터프레스 인쇄를 원했다. 이 때문에 인쇄사는 뉴욕주 북부에서 1850년대 하이델베르크 활판인쇄기 24대를 복원해 보유한 업체와 협업해야 했다. 레터프레스 전문가 글렌 플라이시먼의 설명에 따르면, 이 카드는 단순히 인쇄된 것이 아니라 거친 종이에 깊게 눌러 찍는 '디보싱(deboss)' 방식으로 제작됐다. 원래 전통 레터프레스는 잉크를 종이 위에 살짝 얹는 '키스 임프레션'을 선호했지만, 마사 스튜어트가 대중화한 눌러 찍는 방식이 오히려 더 레터프레스답게 느껴진다는 역설이 있었다.

인쇄 자체도 난제였다. 면 용지에는 잉크가 잘 붙지 않아, 최종 공정은 세 단계를 거쳐야 했다. 먼저 잉크가 붙도록 사전 코팅 처리를 하고, 그다음 레터프레스로 카드 껍데기 디자인을 찍은 뒤, 마지막으로 HP 인디고 디지털 프레스로 사용자의 사진을 인쇄하는 방식이었다. 애플은 이 까다로운 요구사항을 결코 양보하지 않았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바코드와 하트 우표

배송 과정에서도 애플의 고집이 드러났다. 애플은 봉투에 눈에 보이는 바코드가 찍히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배송 단계를 추적하기를 원했다. 결국 미국 우정공사(USPS), 체코 우정과 협업해 특정 자외선 아래에서만 보이는 투명 바코드를 봉투에 분사하는 방식을 만들어냈다. USPS는 카드가 발송될 때부터 우편 처리 시설을 거쳐 배송 트럭에 실릴 때까지 스캔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눈에 보이는 바코드가 없다는 것은 원래 로봇이 하던 분류 작업을 사람이 직접 해야 한다는 뜻이었고, 사진이 엉뚱한 사람에게 배송되는 오배송은 애플 입장에서 비상 상황급 사건이 됐다.

애플은 인쇄사가 우표를 직접 찍는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애플이 직접 디자인한 하트 모양의 전용 우표를 만들었는데, 마이크는 이것이 전례 없는 일이었다고 본다. 체코에서는 우표 디자인은 허용되지 않아 애플이 특정 우표를 지정해 사용했다. USPS는 애플의 물량이 침체된 우편 사업을 되살려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신발 상자에 담긴 첫날 수요

출시를 앞두고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벨앤하웰 분류 장비, 커스텀 바코드 인쇄와 스캔 설비를 세팅하느라 애플은 중국에서 엔지니어를 급파했고, 마이크와 팀원들은 회의실에서 잠을 잤다. 애플은 출시일에 수십만 장을 발송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요구했지만, 마이크는 아이폰 사진 인쇄 프로그램 시절부터 애플의 수요 예측이 늘 형편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실제로 앱이 공개된 날 전 세계 수요는 신발 상자 하나에 담길 정도였고, 첫날 주문 물량은 자동차 사물함에 들어갈 만큼 적었다. 수요는 이후 점진적으로 늘었지만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었다.

카드는 2011년 10월 4일 발표됐고, 스티브 잡스는 바로 다음 날 세상을 떠났다. 마이크의 표현대로 "아무도 프로그램의 플러그를 뽑을 엄두를 내지 못한" 채 서비스는 2013년 9월까지 유지되다 종료됐다. 그는 이 프로젝트 내내 애플로부터 많은 질책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이 이야기는 완벽주의적 요구가 기술적 곡예로 이어지고, 그 곡예가 실제 시장 수요와 얼마나 어긋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오늘날 애플 사진 앱에서도 인쇄 주문 메뉴는 남아 있지만, 이제는 앱스토어의 외부 앱으로 연결될 뿐 애플은 인쇄 파트너 사업에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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