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지난주 만 3세 유아를 겨냥한 터치스크린 태블릿 'Amazon Kids Tablets'를 공개했다. 8.7인치와 11인치 안드로이드 기반 제품으로, 선명한 화면과 빠른 반응성을 내세웠다. 아마존은 보도자료에서 "아이들은 장난감이 아니라 진짜 태블릿을 원한다"고 밝히며 부모에게 이 기기를 아이의 '첫 태블릿'으로 제안했다. 색·모양·숫자 학습을 돕는 교육 도구이자 창의력을 키워 주는 기기라는 것이 마케팅의 핵심이다. 하지만 유아기 디지털 기기 사용과 발달·정서·시력 문제를 연결 짓는 소아과 연구가 쌓이는 가운데 나온 출시라, 제품 설계 자체가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기기를 둘러싼 설계 논란
제품에는 아이 손 크기에 맞춘 손잡이와 보호 케이스, 이른바 '키드 프루프 범퍼'가 달려 있다. 아마존은 "가방이든 뒷좌석이든 식탁이든 아이가 원하는 곳 어디든 갈 수 있는 태블릿"이라고 광고한다. 하루 종일 가는 배터리는 '비행에 충분' '장거리 운전에 충분'하다는 문구와 함께 홍보됐다. 아마존 대변인은 배터리가 유아를 비행 중 '앉아 있게' 하거나 차 안에서 '정신을 뺏어 두려는' 목적이라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정작 '비행에 충분한' 배터리를 강조한 마케팅 이미지가 함께 노출된 상태다.
아동 미디어를 오래 연구한 미시간대 소아과 교수 제니 라데스키는 태블릿이 아이를 달래거나 조용히 시키기 위해 어디든 들고 다니는 '늘 곁에 있는 친구'가 될 때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류가방처럼 들고 다니도록 만든 손잡이를 우려하며, "장차 작은 화면을 늘 지니고 다니고 싶어 할 시간은 충분한데 왜 어려서부터 시작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아마존은 블루라이트 필터가 장거리 이동이나 어두운 곳에서도 아이 눈을 편안하게 해 준다고 주장하지만, 2025년 한 연구는 휴대용 기기의 상시 사용을 아동 근시의 예측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연구가 가리키는 방향
지난달 소아의학 학술지 JAMA Pediatrics에 실린 메타분석은 23개 메타분석, 280만 명 이상 아동 데이터를 종합해 화면 노출이 전반적 학업 성취·언어 발달의 저하, 그리고 내재화·외현화 행동 문제, 정서 문제, 또래 관계 문제의 증가와 연관된다고 밝혔다. 분석을 이끈 캘거리대 심리학 교수 셰리 매디건은 화면이 "본질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지만 수면, 신체 활동, 사람과의 교류, 학습, 놀이처럼 아이가 성장에 정말 필요로 하는 것들을 밀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라데스키가 2022년 3~5세 아동 422명을 관찰한 연구에서는 아이를 달래려는 모바일 기기 사용, 곧 '디지털 공갈젖꼭지'가 실행기능 저하 및 정서 반응성 증가와 연관됐다. 실행기능은 일상에 필요한 기억·문제해결 능력을, 정서 반응성은 스트레스에 대한 충동 조절의 어려움을 뜻한다. 2024년 캐나다에서 미취학 아동 부모 315명을 조사한 연구도 3.5세의 태블릿 사용이 4.5세의 분노·좌절 표현 증가와 연관되고, 그 기질이 다시 5.5세의 태블릿 사용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 가능성을 제시했다. 아마존은 블리피, 칸 아카데미 등을 통한 학습을 강조하지만, 2021년 상위 100개 아동 교육 앱 분석에서는 특히 무료 콘텐츠의 교육적 질이 낮게 평가됐다.
생성형 AI와 데이터, 실무자가 볼 지점
태블릿에는 이미지 생성 도구 'Art Studio', 아이가 목소리로 이야기를 만들면 그림책·만화책으로 변환해 주는 'Storybuilder', 아이의 관심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화된 청취 경험을 제공하는 'Stories with Alexa' 등 생성형 AI 기능이 프리미엄으로 탑재됐다. 라데스키는 창작의 상당 부분을 AI가 대신 채워 주는 데 익숙해지면 아이가 덜 유연하고 덜 창의적인 사고를 하게 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아동 대상 데이터 수집도 짚어 둘 대목이다. 아마존은 2023년 아동의 알렉사 음성 녹음을 보관하고 부모의 삭제 요청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FTC·법무부와 2,500만 달러에 합의한 전력이 있다.
수익 구조도 실무적으로 눈여겨볼 지점이다. 광고 없는 콘텐츠는 'Kids+' 구독자에게만 보장되며, 12개월 무료 체험 후 최대 월 8.99달러로 자동 갱신된다. 구독하지 않은 기기의 아동용 앱에는 광고가 노출될 수 있다고 아마존 스스로 안내한다. 대변인은 ConnectSafely, 보스턴아동병원 디지털웰니스랩, 가족온라인안전연구소의 연구를 반영해 제품을 만든다고 밝혔다.
제품 설계와 연구 사이의 간극은 분명하다. 라데스키는 부모가 태블릿을 준다면 식사·취침 시간과 차 안, 그리고 아이가 지루함과 작은 좌절을 다루는 법을 배우는 '틈새 시간'에는 사용을 제한하라고 권한다. 또 공동 시청과 모니터링이 쉬운 큰 화면을 추천한다. 반면 아마존의 홍보 이미지 상당수는 아이가 혼자 기기를 쓰는 모습을 담고 있다. 기기를 설계하고 평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손잡이·배터리·AI 같은 기능이 '아이를 오래, 혼자, 어디서나' 머물게 만드는 방향으로 수렴하는지, 아니면 사용을 절제하도록 돕는지를 구분하는 것이 결국 제품 윤리의 핵심 질문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