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세상에 처음 공개됐던 모습 그대로 다시 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원본이 사라졌거나 손상된 경우도 있지만, 더 흔한 이유는 저작권을 쥔 스튜디오나 감독 스스로가 작품을 다시 손보기 때문이다. 무비(MUBI)의 노트북에 실린 이 글은 세르지오 레오네의 1966년작 서부극 '석양의 무법자(The Good, the Bad and the Ugly)'를 정확한 판본으로 되살리려 한 개인적 시도를 출발점으로, 상업 배급판의 한계와 이를 메우는 '팬 보존(fan preservation)' 문화를 들여다본다.
필자는 2011년 밴쿠버에서 룸메이트와 함께 불법으로 추출한 세 가지 판본을 짜맞춰 원래의 편집본을 복원하려 했다. 문제의 발단은 MGM이 2000년대 초에 내놓은 '확장판'이었다. 레오네가 잘라냈던 장면들을 되살리면서 영어판 상영 시간이 161분에서 179분으로 늘었고, 이스트우드와 월랙이 빠진 대사를 다시 더빙했으며 이미 세상을 떠난 리 반 클리프의 목소리는 성대모사 배우가 대신했다. 모노 사운드트랙은 요즘식 총성 효과가 튀는 서라운드 믹스로 바뀌었다. 이 확장판은 근 10년간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유일한 판본이었다. 필자 일행은 1998년 DVD의 음향과 이탈리아판 블루레이의 영상을 합치려 했지만, 이탈리아판은 국제판과 더 크게 달라 고문 장면이 통째로 재구성돼 있는 등의 문제로 결국 작업을 포기했다.
스튜디오와 감독, 두 갈래의 훼손
대중이 접근할 수 있는 판본이 부실해지는 경로는 다양하다. 스튜디오의 홈비디오 부서는 '새롭고 개선된 경험'이라는 스티커를 붙이기 위해 영화를 늘리고, 모노 음향을 리믹스하고, 필름 그레인을 지우고, 화면을 과채도·과선명하게 만들거나 화면비까지 바꾼다. 반대로 낮은 예산과 무관심 탓에 오류가 방치되기도 한다. 디지털 릴리스를 학술적 엄밀함으로 검증하는 유튜버 스펜서 드레이퍼는 스튜디오가 결함 있는 마스터나 30년 된 채널이 뒤바뀐 음향 파일을 그대로 내보내면서도 개의치 않는다고 지적한다. '옛날 옛적 서부에서(1968)'의 경우 1970년에 생긴 오류를 1984년에 고치려다 실패한 탓에 이후 모든 판본의 엔드 크레디트 음향에 결함이 남아 있다.
또 다른 원인은 살아 있는 감독 자신이다. 아로우 필름스의 제작 책임자 제임스 플라워는 채플린이 후년에 무성 고전을 손본 일, 왕가위가 2021년 크라이테리언 박스세트를 위해 대표작들의 색보정과 화면비, 음향을 급진적으로 바꾼 일을 예로 든다. 왕가위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는 말로 이를 정당화했지만, 이런 개작은 개봉 당시의 판본을 역사가와 관객 모두에게서 앗아간다. 플라워는 한 감독이 사진화학적으로는 불가능한 매끈하고 탈그레인된 과채도 화면을 고집하며 역사적 판본의 동시 수록을 완강히 거부한 사례를 회고하며 '그는 자기 작품을 훼손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팬들이 스튜디오를 앞지르는 이유
비공식 보존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무르나우의 '노스페라투(1922)'는 저작권 소송에서 패해 독일 법원이 모든 프린트 파기를 명령했지만, 사본들이 관할권 밖으로 빠져나가 해적판으로 유통된 덕에 살아남았다. 케빈 브라운로가 아벨 강스의 '나폴레옹(1927)'을 복원한 작업도 1954년 10대 시절의 은밀한 취미에서 시작해 수십 년에 걸쳐 파편을 추적한, 사실상 거대한 팬 편집이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오리지널 3부작 '특별판'과 원본의 사실상 부재다. 드레이퍼와 플라워 모두 2004년 DVD와 OriginalTrilogy.com 같은 커뮤니티를 통해 팬 보존의 세계에 입문했다고 밝힌다.
스타워즈에서는 두 갈래 프로젝트가 나왔다. 여러 공식 릴리스를 짜깁기한 페트르 '하미' 하르마체크의 '디스페셜라이즈드' 판본, 그리고 35mm 극장 프린트를 자체 4K 스캔해 정확한 디지털 사본을 만든 팀 네거티브1의 '프로젝트 4K77'이다. 아마추어 네트워크가 업계를 앞지르는 것은 대개 기술력 자체보다 제약 조건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복원 업체는 예산과 마감에 쫓기지만 팬 보존가들은 수십 년치 옛 릴리스를 몇 년에 걸쳐 교차 대조할 수 있다. 색보정처럼 논쟁의 여지가 남는 요소도 있으나, 편집 컷·누락 프레임·원본 음향 같은 객관적 요소는 자료로 판정할 수 있다. 프로젝트 4K77은 현재 수십 개의 음향 트랙과 100GB가 넘는 용량을 담는데, 이는 상업 블루레이로도 합법적 온라인 배급으로도 불가능한 규모다.
스타워즈 밖에서는 서로 다른 릴리스의 최상의 영상·음향 스트림을 화질 손실 없이 이어붙이는 '리먹스(remux)' 커뮤니티가 자리 잡았다. 'Stop Making Sense(1984)'의 모든 사운드 믹스를 골라 들을 수 있는 판본, '마스터 앤드 커맨더(2003)'의 원본 5.1 믹스를 새 4K 트랜스퍼에 붙인 판본, 디테일이 뭉개지지 않은 '007 살인번호(1962)'의 음향 등은 공식 디스크가 아니라 폐쇄적인 사설 토렌트에서만 구할 수 있다. 드레이퍼는 이런 자원 공유를 큰 봉사로 여기면서도 '언제든 단속이 닥칠까 늘 조마조마하다'며 뒷문 밀주 가게에 암호를 대고 들어가는 심정에 비유한다.
남는 문제: 이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법적으로 이 모든 활동은 명백한 저작권 침해다. 미국 디지털밀레니엄저작권법(DMCA) 1201조에 따르면 블루레이의 디지털 잠금을 푸는 행위 자체가, 의도와 무관하게 연방법 위반이다. 법은 영리 목적의 대량 배포와 역사적 기록의 보존을 구분하지 않으며, 참여자는 권리자의 경고와 중지 요청 서한 같은 실질적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플라워는 저작권을 양날의 검으로 본다. 저작권과 그에 따른 제약이 아로우의 활동을 묶어두지만, 동시에 라이선스와 복원에 큰돈을 투자할 수 있게 하는 수입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는 저작권 폐지에는 반대하면서도, 물리적 사본을 확보한 뒤 손보는 방식의 보존에는 나름의 자리가 있다고 인정한다. 결국 핵심은 '누가 여기서 금전적 이득을 얻는가'라는 물음으로 좁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