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은 한 번 새기면 지우기 어렵다는 점이 매력이자 부담이었다. 미국 콜로라도대 볼더캠퍼스 연구진이 이 전제를 흔드는 기술을 내놓았다. 특정 파장의 빛으로 색을 켜고 끄거나 바꿀 수 있는 문신 잉크 '포토탯(PhotoTat)'이다. 연구 결과는 10월 9일 학술지 '매터 앤드 라이트(Matter & Light)'에 실렸으며, 생의학공학 부교수 카슨 브런스가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핵심은 색소 자체는 피부에 남아 있지만, 외부에서 비추는 빛에 따라 문신의 '보임' 상태가 달라진다는 데 있다.
광변색 색소를 나노입자에 가두다
포토탯은 파랑, 마젠타, 노랑 세 가지 기본색 잉크로 구성된다. 각 잉크에는 빛의 파장에 따라 분자 구조가 바뀌어 색이 변하는 광변색(photochromic) 색소가 들어 있다. 이 색소는 PMMA(폴리메틸메타크릴레이트) 나노입자 안에 캡슐화돼 있는데, PMMA는 의료용 임플란트와 피부 필러에 이미 쓰이는 유리 같은 의료 등급 플라스틱이다. 즉 완전히 새로운 소재를 피부에 넣는 것이 아니라, 검증 이력이 있는 재료를 운반체로 삼았다는 점이 기술의 현실성을 뒷받침한다.
작동 방식은 직관적이다. 365나노미터 자외선(UV) LED를 비추면 색소가 약 2~3초 만에 활성화된다. 한 번 켜진 색은 일반적인 실내 조명 아래에서 수 시간에서 며칠까지 유지되지만, 착용자가 밝은 야외 햇빛에 피부를 노출하면 강한 빛에 의해 수 초 만에 색이 지워진다. 색을 켜고 끄는 데 서로 다른 파장을 쓸 수 있어, 예컨대 마젠타 부분은 녹색광으로, 노랑 색소는 청색광으로 각각 활성화하는 식의 부분 제어도 가능하다. 덕분에 같은 도안을 그때그때 다른 색 조합으로 연출할 수 있다.
영구성 부담을 덜어내는 실용적 쓰임새
연구진은 피부에 주입된 세 채널 모두가 1.4~2.2년 동안 전환 가능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브런스는 자신의 피부를 실험대로 삼아 비늘 모양으로 서로 다른 잉크 조합을 배치해 각 이터레이션을 시험해 왔다고 밝혔다. 포토탯은 기존의 일반 문신 잉크와도 결합할 수 있다. 가령 영구적인 검정 도안 안에 숨겨진 포토탯 요소를 심어 두면, 평소에는 보이지 않다가 활성화할 때만 드러나게 만들 수 있다.
브런스가 강조하는 활용처는 두 갈래다. 하나는 문신을 좋아하지만 직장, 사회적 기대, 가족 등의 이유로 가끔 가려야 하는 사람, 또는 영구성에 주저하는 사람을 위한 선택지다. 그는 "평소에는 켜져 있다가 할머니 앞에서 잠깐 꺼 두는" 식의 사용을 예로 들었다. 다른 하나는 의료 현장이다. 방사선 치료 환자는 방사선 조사 위치를 정렬하기 위해 영구 문신 표식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치료가 끝난 뒤에도 그 흔적이 남아 경험을 상기시킨다. 포토탯 방식이라면 필요할 때만 표식을 켜고 이후에는 숨길 수 있어, 수술 중 켜고 끝난 뒤 가리는 활용도 상정된다.
브런스는 수년간 다른 스마트 문신도 개발해 왔다. 착용자가 받은 UV 방사량을 측정하는 선량계형 문신, 위험한 감마선에 노출되면 색이 변하는 문신 등이다. 그는 "우주비행사나 원자력 기술자처럼 선량계를 착용해야 하는 사람들"을 염두에 둔 응용이라고 설명했다.
상용화는 보라색 한 종에서 출발
다만 현재 상용화된 것은 제3자 의료 시험을 거친 보라색 포토탯 잉크 한 종뿐이다. 시험 결과 안전성이 확인돼 주문이 가능하지만, 작은 병 하나에 100달러로 가격이 싸지 않다. 브런스는 추가 연구를 통해 나머지 색을 시장에 내놓고 생산 비용을 낮춰 접근성을 높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무 관점에서 보면, 이 기술은 '지울 수 없다'는 문신의 근본 제약을 완화하는 흥미로운 접근이지만 아직 초기 단계다. 색 유지 기간이 1~2년대에 머물고, 밝은 야외광만으로 의도치 않게 꺼질 수 있다는 점은 일상적 사용에서 변수가 된다. 세 가지 색 중 하나만 상용화됐고 가격 장벽도 높아, 당장 널리 쓰일 제품이라기보다는 의료·산업 선량 측정 같은 특수 용도와 소비자용 '전환형' 문신이라는 두 방향에서 실증이 더 쌓여야 할 기술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