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가락으로 쓸어내리기만 하면 끝없이 새 콘텐츠가 이어지는 '무한 스크롤'. 인스타그램, 유튜브 쇼츠, 틱톡까지 요즘 서비스들의 기본 문법이 된 이 UI 패턴이 캘리포니아에서 법으로 제한될 위기에 놓였어요. 캘리포니아 주 의회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SNS의 '중독성 설계'를 규제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메타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논쟁이 커지고 있거든요. UI 패턴 하나가 법률 조문에 오르내리는, 개발자 입장에서 꽤 낯설고 흥미로운 상황이에요.
무한 스크롤이 왜 표적이 됐을까요
무한 스크롤이 뭐냐면, '다음 페이지' 버튼 없이 스크롤을 내리면 콘텐츠가 자동으로 계속 로딩되는 패턴이에요. 2006년에 디자이너 아자 라스킨(Aza Raskin)이 고안했는데, 정작 본인이 나중에 '사람들의 시간을 낭비하게 만든 걸 후회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걸로도 유명하죠. 멈출 지점이 없으니 뇌가 '여기서 그만'이라는 신호를 받을 기회가 사라지고, 슬롯머신처럼 '다음엔 뭐가 나올까' 하는 기대감에 계속 내리게 되거든요. 규제 진영에서는 이걸 우연한 부작용이 아니라 체류 시간을 늘리도록 의도된 설계, 즉 '중독성 설계'라고 봐요.
이번 법안은 미성년자 계정에 대해 이런 기능들을 제한하는 내용이에요. 무한 스크롤이나 영상 자동재생, 심야 시간대 푸시 알림처럼 이용자를 계속 붙잡아두는 장치들이 대상이고, 알고리즘 추천 피드 대신 시간순 피드를 기본값으로 두는 방향도 포함돼요. 캘리포니아는 이미 2024년에 미성년자 대상 '중독성 피드' 제공을 제한하는 SB 976을 통과시킨 적이 있어서, 이번 법안은 그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어요. 플랫폼 입장에서 체류 시간은 곧 광고 노출이고 광고 노출이 곧 매출이니, 메타 같은 회사가 필사적으로 막으려는 것도 이해는 가는 구도죠.
기술적으로 제일 까다로운 지점은 '누가 미성년자인지 어떻게 아느냐'예요. 연령 확인(age verification)을 제대로 하려면 신분증 검증이나 얼굴 나이 추정 같은 수단이 필요한데, 이건 곧바로 프라이버시와 충돌하거든요. 청소년을 보호하겠다고 전체 이용자의 신원 정보를 수집하면 익명성이 무너지고, 모아둔 개인정보 자체가 새로운 보안 리스크가 되는 딜레마가 생겨요. 빅테크가 반대 논리로 내세우는 것도 이 지점이고, 실제로 비슷한 법들이 법원에서 표현의 자유나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제동이 걸린 사례도 있어요.
세계적으로 번지는 '설계 규제' 흐름
이런 움직임은 캘리포니아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EU는 DSA(디지털서비스법)로 초대형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에 투명성 의무를 지웠고, 영국은 아동 대상 서비스의 설계 기준을 정한 'Age Appropriate Design Code'를 운영하고 있어요. 미국 연방 차원에서도 아동 온라인 안전법(KOSA) 논의가 이어지고 있고요. 우리나라도 심야에 청소년의 게임 접속을 막던 '셧다운제'를 10년간 운영하다 실효성 논란 끝에 폐지한 경험이 있죠. 눈여겨볼 변화는 규제의 과녁이 '이용 시간'에서 '제품의 설계 자체'로 옮겨왔다는 거예요. 시간을 막는 게 아니라, 애초에 끊기 어렵게 만든 장치를 문제 삼는 거죠.
캘리포니아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이른바 '캘리포니아 효과' 때문이에요.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본거지라서 캘리포니아 법이 사실상 전 세계 서비스의 표준이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주마다 다른 버전을 따로 만드는 것보다 가장 엄격한 기준 하나에 맞추는 쪽이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에요. 개인정보 규제인 CCPA가 그랬듯, 이 법이 통과되면 한국 이용자가 쓰는 앱의 설계에도 영향이 올 수 있어요.
한국 개발자에게 주는 시사점
글로벌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면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에요. 미성년자가 쓸 수 있는 서비스라면 연령 확인 플로우, 추천 피드의 켜고 끄기 옵션, 알림 시간대 제한 같은 기능을 아키텍처 단계에서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거든요. 피드 시스템에 '시간순 모드'를 나중에 붙이려면 랭킹 파이프라인 전체를 손대야 할 수도 있어서, 처음부터 규제 대응이 가능한 설계로 가는 게 훨씬 싸요. 그리고 기획 논의에서 '리텐션을 올리는 기능'이 몇 년 뒤 '규제 대상 기능'이 될 수 있다는 관점도 챙겨둘 만하고요.
정리하면, 지난 15년간 업계의 성장 공식이었던 '중독성 설계'가 이제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는 이야기예요. 여러분은 어느 쪽이세요? 무한 스크롤 같은 설계를 법으로 규제하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이용자의 자율과 플랫폼의 자정 노력에 맡겨야 할까요?
🔗 출처: Hacker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