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러(Modular)가 자사의 프로그래밍 언어 Mojo를 컴파일러와 모든 툴링까지 포함해 Apache 2.0 라이선스로 완전 공개했다. 회사가 표방하는 '개방'의 마지막 조각을 이번에 채운 셈인데, 이 발표가 나온 ModCon 키노트는 퀄컴(Qualcomm)의 모듈러 인수 완료 직후 열렸다는 점에서 더 무겁게 읽힌다. 4년 반 전 모듈러는 'AI가 영원히 한 종류의 실리콘 위에서만 돌지는 않을 것이며, 소프트웨어 스택을 이종(heterogeneous) 하드웨어 시대에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는 전제로 출발했다. 이번 발표는 그 베팅의 중간 결산 보고에 가깝다.
Mojo 1.0과 완전 오픈소스
Mojo는 지난주 1.0에 도달했다. 1.0의 핵심은 새 기능보다도 안정성 보장, 즉 지금 작성한 코드가 이후 버전에서 깨지지 않는다는 약속이다. 프로덕션에 언어를 채택하려는 팀에게는 이 계약이 기능 목록보다 중요하다. 이번에 공개된 것은 표준 라이브러리(2024년)와 MAX 커널(2025년)에 이은 세 번째 단계로, 언어 전체가 제약 없는 Apache 2.0 아래로 들어왔다. 이는 개발자가 언어를 직접 확장하고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컴파일러 공개가 곧바로 활발한 외부 기여로 이어지는지는 별개의 문제로, 실제 커뮤니티가 형성되기까지의 시간과 거버넌스 구조는 아직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그동안 Mojo는 macOS와 리눅스를 지원했고 윈도우 개발자는 WSL을 통해 우회해 왔다. 네이티브 윈도우 지원은 가장 많이 요청받은 항목이었는데, 모듈러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팀과 협력해 이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윈도우 플랫폼·개발자 부문 CVP 로건 아이어(Logan Iyer)가 협력 사실을 확인하는 코멘트를 남겼다. 다만 구체적인 출시 시점이나 지원 범위는 제시되지 않아, 현 단계에서는 방향 발표로 받아들이는 것이 정확하다.
Modular Cloud와 실제 서빙 실적
소프트웨어 스택만큼 눈여겨볼 것은 이를 서비스로 묶은 Modular Cloud다. console.modular.com에서 정식 출시됐으며, OpenAI 호환에 토큰당 과금인 공유 엔드포인트와, 모듈러 또는 사용자 자체 인프라의 격리된 예약 인스턴스에서 돌아가는 전용 배포를 함께 제공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서비스가 지난 몇 달간 'ModelRun'이라는 이름으로 OpenRouter 트래픽을 조용히 처리해 왔다는 사실이다. 지연시간과 처리량에서 상위권을 유지했다고 하며, 독립 벤치마킹 업체 Artificial Analysis의 측정도 같은 결과를 보였다고 회사는 주장한다. 벤치마크 세부 수치가 공개되지 않은 만큼 이 부분은 회사 측 설명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대표 사례로는 MiniMax가 자사 모델 M3를 전용 배포로 올려 분당 수십억 토큰의 프로덕션 트래픽을 처리한다고 소개됐다. M3는 100만 토큰 컨텍스트 윈도우, 네이티브 멀티모달, 그리고 관련 KV 블록만 선택적으로 참조해 컨텍스트가 길어질수록 필요한 연산을 줄이는 희소 어텐션 구조 MSA(MiniMax Sparse Attention)를 결합한 모델이다. 모듈러는 M3를 MAX에 네이티브로 구현하고 MSA 전용 커널을 튜닝하며 실제 트래픽 패턴에 맞춰 배포를 최적화했다고 설명한다. 이는 단순히 모델을 얹는 수준이 아니라 스택 전 계층에 걸친 최적화가 상용 서빙에서 요구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가속기 확장과 퀄컴 인수의 함의
하드웨어 측면의 메시지가 가장 도전적이다. 기존 NVIDIA·AMD GPU에 더해 AWS Trainium, 구글 TPU, 퀄컴 Cloud AI 100 Ultra와 Dragonfly 같은 커스텀 AI 가속기 지원이 추가됐다. 핵심은 동일한 모델링 API와 서빙 워크플로, 언어, 추상화를 그대로 쓰면서 서로 다른 아키텍처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듈러는 새 하드웨어를 올리는 데 전통적 방식 대비 10배 이상 적은 엔지니어링 노력이 들었다고 밝혔으며, HTEC가 소수 인력으로 몇 달 만에 구글 TPU 지원을 직접 구현한 사례를 근거로 든다. 이 '한 번 작성해 모든 가속기에 도달한다'는 명제가 실무자에게 갖는 의미는, 하드웨어 선택을 스택 종속성이 아니라 성능과 경제성 기준으로 되돌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여기서 퀄컴 인수가 미묘한 긴장을 만든다. 모듈러는 퀄컴 산하에서도 퀄컴 플랫폼과 직접 경쟁하는 하드웨어까지 계속 지원·최적화하겠다고 못박았다. 중립적 수평 플랫폼을 지향하면서 특정 실리콘 벤더의 자회사가 되는 구조가 장기적으로 얼마나 유지될지는, MAX의 라이선스 개방과 준비 중이라는 산업 얼라이언스 프로그램(alliance@modular.com)의 실제 거버넌스에서 판가름날 것이다. 개방형 수평 플랫폼이 산업을 재편한 전례는 있지만, 그것은 언제나 생태계가 함께 만들어냈을 때에 한해서였다는 점을 회사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