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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멸망이 낳은 알파벳, W가 걸어온 길

로마 멸망이 낳은 알파벳, W가 걸어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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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 W는 로마 제국이 무너진 자리에서 태어난 문자다. 서기 5세기, 서로마의 중앙 권력이 흔들리면서 제국은 여러 왕국으로 쪼개졌다. 로마인들이 '야만인'이라 낮춰 부르던 이주민들은 사실 조약을 맺고 로마의 적과 싸우는 대가로 땅과 식량을 받던 포이데라티(foederati)였고, 451년 아틸라의 훈족을 막아낸 것도 이들의 힘이었다. 그러나 지방 지도자의 권력이 커질수록 황제의 권위는 줄었고, 결국 476년 서방의 마지막 황제가 폐위된다. 새 지배자 상당수는 게르만어를 쓰는 이들이었고, 오늘날 우리가 읽는 영어의 조상 언어도 이 시기 로마령 브리튼의 잔해 위에 도착했다.

라틴 문자에 없던 소리

새 왕들은 자신을 로마 황제의 정당한 계승자로 포장하고 싶어 했고, 그래서 공문서에 자기네 게르만어 대신 권위 있는 라틴어를 기꺼이 채택했다. 문제는 이름이었다. 클로비스, 비티게스, 오도아케르 같은 왕들의 이름에는 라틴 문자로 적을 수 없는 /w/ 소리가 들어 있었다. 사실 고대 지중해에서는 이 소리가 흔했고 그리스어에는 Ϝ, 라틴어에는 V라는 글자가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리스어에서 이 소리는 사라졌고 라틴어의 V는 /v/를 가리키게 되었다. 인도유럽어족 곳곳에서 /w/는 이렇게 사라지거나 변했으며, 오늘날 독일어 W가 /v/로 소리 나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 영어의 /w/는 브리튼섬으로 건너간 덕에 살아남은 드문 생존자인 셈이다.

표기 공백을 메운 것은 필경사들의 임기응변이었다. 6세기 무렵 프랑크 왕국을 중심으로 U를 두 번 겹쳐 쓰기 시작했고, 문헌에는 UUandeberctus 수도원장이나 UUaldemarus 왕 같은 표기가 등장한다. 이 두 글자는 점차 붙어 쓰이다가 늦어도 11세기에는 하나의 W로 융합됐다. 이때는 V와 U가 아직 별개 글자로 갈라지기 전이었기에, 영어권은 이 글자를 '더블 U'로, 프랑스어권은 '더블 베'로 부르는 차이가 지금까지 남아 있다.

룬 문자에서 온 경쟁자, 윈

영어는 여기에 또 다른 선택지를 더했다. 라틴어를 쓸 때는 라틴 문자만 쓰되, 고유어인 고대 영어를 적을 때는 더 자유롭다고 여긴 필경사들이 룬 문자에서 가져온 Ƿ, 곧 '윈(wynn)'을 썼다. 현존하는 유일한 『베오울프』 사본 첫 행의 hƿæt(what), ƿe(we)에 이 글자가 보이고, 켄트에서 발견된 9~10세기 장식 단검에도 'Biorhtelm me ƿorte(비오르텔름이 나를 만들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윈은 노르만 정복 이후에도 한동안 살아남았지만, 6세기부터 줄곧 W를 써 온 프랑스어·라틴어의 압력에 밀려 결국 W로 대체되며 사라졌다.

철자와 소리가 어긋나는 이유

W의 역사는 오늘날 영어 철자의 불규칙성을 설명해 준다. 중세 필사본에서는 세로획이 빽빽해 U가 셋 이어지면 읽기 어려웠기에, 필경사들은 W 다음의 U를 O로 바꿔 적었다. wolf, wood, wonder에서 소리와 철자가 어긋나는 것은 그 흔적이다. 또 고대 영어 G가 중세 영어 시기에 /w/로 변하면서 fugol이 fowl로, sagu가 saw로, 북유럽어 lǫg가 law로 바뀌었고, 대모음추이를 거친 town·cow·owl의 W는 이 모음이 더 이상 단순 장모음이 아니라 이중모음임을 알려 준다. 같은 소리를 OW와 OU가 나눠 맡으면서 flower와 flour처럼 어원이 같은 단어를 구분하는 데 쓰이기도 했다.

W에는 뒤따르는 모음을 둥글게 만들고 뒤로 끌어당기는 성질도 있다. as·has와 달리 was가, and·hand와 달리 wand가, arm·harm과 달리 warm이 각운을 이루지 않는 이유다. W가 없는 quartz가 parts가 아니라 shorts와 운을 맞추는 것도 같은 원리인데, 이 자음이 그대로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 원순화는 비교적 최근의 변화로 15세기께 was 같은 흔하고 약하게 발음되는 단어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며, 셰익스피어가 소네트에서 was를 glass와, warmed를 disarmed와 각운으로 묶은 점은 그의 시대에는 아직 표준이 아니었음을 시사한다.

실무자에게 남는 것

한 글자의 내력이지만, 디지털 문서와 언어 처리를 다루는 실무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윈처럼 표준 알파벳에서 사라진 글자를 고문헌 디지털화 과정에서 어떻게 인코딩하고 검색 가능하게 만들 것인가는 여전히 실제 문제이며, wolf나 flower/flour처럼 소리와 철자가 어긋나는 사례는 형태소 분석·맞춤법 검사·음성 합성 같은 자연어 처리에서 규칙만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예외로 남는다. 같은 문자를 두고 '더블 U'와 '더블 베'로 이름이 갈리는 사실은, 국제화 작업에서 문자 자체뿐 아니라 그 명칭과 관용까지 지역마다 다르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다만 이 글은 영어라는 한 언어와 W라는 한 글자에 집중한 이야기이며, 여기서 끌어낸 실무적 함의는 원문의 언어사적 서술을 넘어선 편집자의 해석임을 밝혀 둔다. 표기 체계가 소리를 완벽히 담지 못한 채 역사적 우연과 타협의 지층 위에 쌓여 왔다는 사실은, 오늘의 문자 데이터를 다룰 때도 규칙 이전에 내력을 살펴야 한다는 오래된 교훈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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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전체 보기 → https://lithub.com/a-necessary-history-of-the-oddest-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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