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플랫폼에 우리의 디지털 정체성을 위탁하는 시대에 대한 반론으로 HCCF(인간 중심 컴퓨팅 재단)가 새로운 최상위 도메인 '.self'를 제안했다. 핵심은 단순하다. 클라우드 임대가 아니라 '내가 직접 운영하는 서버'를 위한 도메인 공간을 만들자는 것. 기존 .com 생태계가 기업과 투기적 도메인 거래에 최적화돼 있다면, .self는 개인의 자가호스팅을 1급 시민으로 대우한다. 블로그, 이메일, 파일 저장, 신원 인증까지 빅테크 계정 없이 스스로 소유·운영하도록 설계됐고, 거버넌스도 영리 레지스트라가 아닌 비영리 재단이 인간 중심 원칙으로 관리한다. 시사점은 분명하다. 데이터 주권과 탈중앙화가 추상적 구호에서 '도메인 인프라' 수준으로 내려왔다는 점이다. 자가호스팅을 취미로 다뤄온 엔지니어라면, 이제 정체성과 소유권의 문제로 다시 볼 때다. 플랫폼이 계정을 잠그는 순간 사라지는 '나'를, 다시 내 손에 되돌리려는 실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