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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을 협상의 출발점으로: 코칭 습관과 성인 간의 대화

팀을 더 잘 이끌고 1:1 미팅을 생산적으로 만들기 위해 『코칭 습관(The Coaching Habit)』을 읽던 저자는, 책 속에서 컨설턴트 피터 블록(Peter Block)이 남긴 문장 하나에 오래 머문다. 성인 대 성인의 관계란 "원하는 것을 요청할 수 있고, 그 답이 '아니오'일 수 있음을 알며, 그 차이를 협상하는" 관계라는 정의다. 조직에서 리더십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 문장이 왜 실무적으로 유효한지 금방 감을 잡게 된다. 요청과 거절, 그리고 그 사이의 협상이 정상적인 절차라는 전제가 깔려야 비로소 솔직한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지점은 저자가 스스로를 진단하는 방식이다. 그는 오랜 시간에 걸쳐 '아니오'라는 답을 듣는 일에는 익숙해졌다고 말한다. 예전만큼 거절이 마음에 무겁게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아니오'라고 말하는 쪽은 여전히 어렵다고 고백한다. 다만 저녁 초대를 사양하거나 특별대우를 요구하는 고객을 돌려보내는 일처럼, 애초에 '예'가 기대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거절은 쉽다. 진짜 난관은 갈등이 걸려 있을 때 찾아온다. 요청을 받는 쪽이 거절을 아예 선택지로 떠올리지 못하는 순간이 문제라는 것이다.

요가원 에어컨을 둘러싼 작은 대치

이 추상적인 통찰을 저자는 지극히 일상적인 사건으로 풀어낸다. 그는 몇몇 사람과 함께 한 커피숍 2층 방을 오전 6시부터 8시 30분까지 빌려 요가를 한다. 냉기가 자연스러운 발한과 근육 이완을 방해하기 때문에 두 대의 에어컨은 꺼둔다. 그런데 사무실 사람들이 8시 30분 전에 도착하면 연습 중인데도 에어컨 두 대를 모두 켜버린다. 어느 날 혼자 연습하던 저자는 방 밖의 열 몇 명에게 에어컨을 꺼달라고 말해야 했고, 돌아온 것은 잊지 못할 짜증 섞인 시선이었다. 결국 그들의 리더가 나서서 방에서 먼 에어컨만 켜고, 방으로 직접 바람이 들어오는 쪽은 끄기로 합의한다. 8시 30분까지 임대료를 내니 그때까지 온도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가 협상의 용기를 줬다고 그는 적는다.

며칠 뒤 상황은 한 단계 올라선다. 가장 먼저 도착한 저자가 마주한 실내 온도는 18도. 밤새 에어컨 두 대가 켜져 있었고, 이번에는 조작부에 대문자로 "에어컨을 끄지 마시오"라고 적힌 종이가 테이프로 붙어 있었다. 누가, 왜 붙였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의 내면은 '순응하라, 갈등을 피하라'고 속삭인다. 하지만 블록의 문장을 떠올린 그는 그 목소리를 눌러버리고 종이 밑으로 손가락을 넣어 두 대를 모두 껐다.

관리자와의 통화가 드러낸 것

연습 5분 만에 관리인이 전화를 든 채 들어왔고, 수화기 너머의 인물은 자신을 책임자라 소개하며 에어컨을 다시 켜라고 요구한다. 압축기가 어떻고 비용이 어떻고 하는 모호한 이유를 늘어놓더니, 붙여둔 경고를 무시하고 왜 껐냐고 추궁하듯 물었다. 저자는 블록이라면 이 질문을 유치하게 여겼으리라 생각한다. 두 성인이라면 서로 원하는 바를 요청하고, 거절을 예상하며, 그 차이를 협상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그 말을 그대로 되받지는 않았지만, 방에 에어컨이 켜져 있으면 요가를 할 수 없고 임대료를 이미 냈다고만 답한다. 상대는 결국 소유주와 이야기해 계약을 해지하고 환불하겠다고 했고, 저자는 좋다고 답한 뒤 전화를 끊는다.

실무자가 가져갈 지점

이 에피소드가 IT 실무자에게 주는 함의는 온도 조절 그 자체가 아니다. 저자는 많은 이들이 '아니오'가 선택지라는 사실조차 고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자란 환경이나 타고난 기질 탓일 수도 있고, 저항이 가장 적은 길을 택하는 자동조종 모드로 살아가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요청, 리뷰, 일정 압박, 범위 확장 요구가 끊이지 않는 조직에서 무조건적인 순응은 겉으로는 원만해 보여도 실제로는 협상의 여지를 없애 관계를 성인 대 성인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다만 이 글은 개인의 각성과 짧은 대치의 성공담일 뿐, 방법론으로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저자의 사례는 임대료 지불이라는 명확한 권리 근거가 있었고, 최악의 결과가 계약 해지와 환불에 그쳤다. 반면 직장에서 상사나 핵심 고객에게 '아니오'를 말할 때는 힘의 비대칭과 뒤따르는 대가가 훨씬 복잡하다. 그럼에도 핵심 메시지는 유효하다. 무언가를 요청받았을 때 습관처럼 수락하기 전에 잠시 멈추고, 평소보다 조금 더 자주 거절을 선택지로 올려보라는 것. 상대도 그 답을 예상해야 하며, 양쪽 모두 그 차이를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건강한 대화가 성립한다.

SOURCE · HACKER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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