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적 그 답답함, 기억하시나요?
어렸을 때 레고로 한참 놀다가 동생이 가지고 놀던 듀플로(레고의 큰 버전)랑 같이 끼워보려고 했던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으실 거예요. 그런데 이게 묘하게 안 맞아요. 같은 회사 제품인데도요. 거기에 K'NEX(케이넥스)나 팅커토이즈(Tinkertoys) 같은 다른 회사 장난감까지 섞어보려고 하면 아예 답이 없죠. 그냥 '이 장난감은 이 장난감끼리, 저 장난감은 저 장난감끼리' 갈라놓고 노는 게 당연한 일이었어요.
그런데 이 당연함에 의문을 던진 프로젝트가 있어요. 바로 'Free Universal Construction Kit(자유 만능 조립 키트)' 입니다. F.A.T. Lab이라는 예술/기술 연구 그룹과 Golan Levin이라는 미디어 아티스트가 함께 만든 작업인데, 한 마디로 정리하면 "세상의 모든 조립 장난감을 서로 연결시켜주는 어댑터 블록 모음" 이에요. 3D 프린터로 출력하면 누구나 무료로 받아 쓸 수 있게 공개되어 있어요.
80여 가지 어댑터,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기술
이 키트가 다루는 장난감 시스템은 무려 10가지가 넘어요. 레고, 듀플로, 픽셔테크닉(Fischertechnik), 기어즈! 기어즈! 기어즈!, K'NEX, 크링클즈, 링컨 로그, 팅커토이즈, Zome, Zoob까지. 그 사이를 잇는 어댑터가 80여 가지나 들어 있죠. 즉 "레고 ↔ 듀플로 어댑터", "레고 ↔ K'NEX 어댑터", "팅커토이즈 ↔ Zome 어댑터" 이런 식으로 모든 조합이 다 마련되어 있는 거예요.
기술적으로 보면 이게 단순한 일이 아니에요. 각 장난감마다 결합 방식이 완전히 달라요. 레고는 사각형 스터드(돌기)를 위에서 누르는 방식이고, K'NEX는 막대와 커넥터가 360도 방사형으로 끼워지는 방식이거든요. Zome은 정십이면체 기반의 노드를 쓰고요. 이걸 하나의 작은 플라스틱 부품 안에 모두 담아내려면 각 시스템의 결합 톨러런스(공차)를 정확히 맞춰야 해요. 0.1mm만 어긋나도 빡빡해서 안 끼워지거나, 헐거워서 빠져버리거든요. 3D 프린팅 특성상 출력 방향에 따라 정밀도가 달라지는 것까지 감안해서 설계한 게 인상적이에요.
파일 포맷은 STL과 원본 CAD 파일까지 통째로 공개되어 있어요. 라이선스도 굉장히 자유로워서 누구나 수정하고 재배포할 수 있고, 상업적 이용도 가능해요. 그러니까 "이 어댑터는 좀 헐거우니 내가 0.05mm 줄여서 다시 올릴게요" 같은 커뮤니티 기반 개선이 가능한 구조죠.
단순한 장난감 프로젝트가 아닌 이유
이 프로젝트가 흥미로운 건, 표면적으로는 "장난감 어댑터"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훨씬 크기 때문이에요. F.A.T. Lab이 의도적으로 강조한 건 '기업이 만든 폐쇄적 생태계에 대한 우회' 라는 부분이에요. 레고는 자기들 부품끼리만 호환되도록 디자인했고, 다른 장난감 회사도 마찬가지죠. 사용자가 두 회사 제품을 같이 쓰고 싶어해도 회사가 그걸 허용하지 않아요. 이건 사실 우리가 IT 업계에서 늘 마주치는 문제와 정확히 같아요. 애플의 라이트닝 케이블, 게임기의 독점 액세서리, 프린터의 정품 카트리지 같은 거 말이에요.
비슷한 흐름의 프로젝트로는 오픈소스 하드웨어 진영의 RepRap(자기 자신을 복제할 수 있는 3D 프린터)이나, 최근의 Right to Repair(수리할 권리) 운동이 있어요. 또 농기계의 자가 수리를 막는 존 디어 트랙터에 대한 저항, 아이폰 부품 페어링 정책에 대한 비판까지 다 같은 맥락에 있죠. "내가 산 물건은 내 마음대로 쓸 수 있어야 한다"는 단순한 주장이 점점 더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어요.
한국 개발자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바로 실무에 쓸 수 있는 라이브러리는 아니에요. 하지만 두 가지 관점에서 볼 만해요. 첫째는 인터페이스 설계의 교훈이에요. 서로 다른 시스템을 연결하는 어댑터를 80개나 만들었다는 건, 결국 "좋은 어댑터 패턴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실물 사례거든요. 우리가 짜는 API 게이트웨이, 메시지 변환 레이어, 마이크로서비스 간 어댑터도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를 다뤄요. 양쪽의 톨러런스를 맞추고, 한쪽이 바뀌어도 깨지지 않게 만드는 일이죠.
둘째는 3D 프린팅과 메이커 문화에 대한 진입 동기예요. 요즘 가정용 3D 프린터가 30만 원대까지 내려왔고, PLA 필라멘트 한 통이면 이 키트를 거의 다 출력할 수 있어요. 자녀가 있는 분이라면 아이와 함께 출력해서 직접 끼워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거예요. 사이드 프로젝트 소재로도 매력적이고요.
마무리
결국 이 프로젝트가 묻는 건 하나예요. "호환되지 않는 게 정말 기술의 한계 때문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선택일까?" 여러분이 지금 쓰고 있는 도구나 플랫폼 중에서, 사실은 호환될 수 있는데 회사가 막아둔 게 있다면 어떤 게 떠오르시나요? 그리고 만약 'Free Universal Construction Kit' 같은 우회로가 만들어진다면 가장 먼저 어디에 적용되어야 할까요?
🔗 출처: Hacker News
"비전공 직장인인데 반년 만에 수익 파이프라인을 여러 개 만들었습니다"
실제 수강생 후기- 비전공자도 6개월이면 첫 수익
- 20년 경력 개발자 직강
- 자동화 프로그램 + 소스코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