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다운으로 쓰고, PDF는 자동으로 뽑고 싶을 때
문서 작업할 때 마크다운(Markdown)으로 편하게 쓰다가, 막상 제출용 PDF를 만들려고 하면 막막했던 적 있으시죠? 이럴 때 개발자들이 오래전부터 써온 도구가 바로 Pandoc(팬독)이에요. 이게 뭐냐면, 마크다운으로 쓴 글 하나를 PDF, HTML, 워드(docx), 슬라이드 등 거의 모든 문서 형식으로 변환해주는 "만능 문서 번역기" 같은 거거든요. 글은 한 번만 써놓고 결과물은 여러 형태로 뽑을 수 있으니 정말 편하죠.
그런데 여기엔 오랜 골칫거리가 하나 있었어요. Pandoc이 PDF를 만들 때는 거의 무조건 LaTeX(라텍)라는 조판 시스템을 거쳐야 했거든요. LaTeX는 논문이나 책 조판에서 수십 년간 표준으로 군림해온 강력한 도구이긴 한데, 솔직히 말하면 좀 무겁고 어렵습니다. 설치하면 몇 기가바이트씩 디스크를 잡아먹고, 뭔가 잘못되면 에러 메시지가 거의 외계어 수준이라 초보자는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하거든요.
이번에 소개할 글은 바로 이 지점을 건드려요. LaTeX 대신 Typst(타입스트)라는 신상 조판 시스템을 Pandoc에 연결해서 쓰기 위한 커스텀 템플릿을 직접 만든 경험담입니다.
Typst가 뭐고, 왜 LaTeX의 대안일까
Typst는 Rust로 만들어진 최신 조판 도구예요. 조판(typesetting)이라는 말이 어렵게 들릴 수 있는데, 쉽게 말하면 "글자랑 그림을 종이 위에 예쁘고 규칙적으로 배치하는 기술"이라고 보면 돼요. LaTeX가 하던 일을 똑같이 하는데, 방식이 훨씬 현대적이에요.
가장 큰 차이는 속도랑 편의성이에요. LaTeX는 문서를 고칠 때마다 전체를 처음부터 다시 컴파일하는 느낌이라 큰 문서는 답답할 만큼 느린데, Typst는 바뀐 부분만 빠르게 다시 계산하는 증분 컴파일(incremental compilation)을 지원해서 거의 실시간으로 결과를 보여줘요. 또 문법도 마크다운처럼 직관적이고, 에러가 나면 "몇 번째 줄 여기가 문제야"라고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게 콕 집어줘요. 변수나 반복문 같은 프로그래밍 기능도 처음부터 깔끔하게 내장돼 있어서, LaTeX의 복잡한 매크로 지옥을 안 겪어도 되고요.
Pandoc은 이미 몇 년 전부터 Typst를 출력 형식으로 정식 지원하기 시작했어요. 동작 방식을 풀어보면 이래요. Pandoc이 마크다운을 읽어서 자기만의 중간 표현(내부적으로 문서 구조를 트리 형태로 저장한 거)으로 바꾸고, 그걸 다시 Typst 마크업으로 변환한 다음, 마지막에 Typst가 그 마크업을 PDF로 컴파일하는 흐름이에요. 중간 다리 역할을 LaTeX 대신 Typst가 맡는 거죠.
템플릿이 핵심인 이유
여기서 "템플릿(template)"이 왜 중요하냐면요. Pandoc이 그냥 기본값으로 뽑아주는 PDF는 폰트, 여백, 제목 스타일이 다 정해져 있어서 내 입맛대로 바꾸기가 어려워요. 템플릿은 "제목은 여기, 본문은 여기, 페이지 번호는 이렇게" 하고 결과물의 뼈대를 잡아주는 틀이에요. 본문 내용이 들어갈 자리는 $body$, 제목이 들어갈 자리는 $title$ 같은 변수로 비워두고, 나머지 디자인은 Typst 코드로 자유롭게 꾸미는 식이죠.
글쓴이가 강조하는 포인트가 바로 이거예요. Typst 템플릿은 LaTeX 템플릿보다 훨씬 쓰고 읽기 쉽다는 거. LaTeX로 커스텀 템플릿을 만들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정말 고통스럽거든요. 반면 Typst는 함수와 변수 개념이 깔끔해서, 비개발 디자인 작업도 코드 읽듯이 술술 따라갈 수 있어요.
업계 흐름에서 보면
Typst의 등장은 "LaTeX를 대체하겠다"는 야심 찬 도전이에요. 비슷한 시도로는 예전에 ConTeXt 같은 것도 있었지만, Typst는 Rust 생태계의 힘과 모던한 설계로 학계와 기술 문서 작성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자리를 넓혀가고 있어요. 특히 Pandoc 같은 핵심 도구가 Typst를 공식 백엔드로 받아들였다는 건, 단순한 신상 장난감이 아니라 실무 파이프라인에 들어갈 만큼 성숙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어요. 마크다운 → Pandoc → Typst → PDF로 이어지는 이 조합은 무겁고 복잡한 LaTeX 의존성을 걷어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됩니다.
한국 개발자에게 주는 시사점
기술 문서, 사내 보고서, 개인 이력서, 심지어 전자책 PDF까지 마크다운으로 관리하고 싶은 분들에게 당장 써볼 만한 조합이에요. 특히 CI 환경에서 문서를 자동으로 PDF로 빌드하는 파이프라인을 운영한다면, 수 기가짜리 LaTeX 배포판을 도커 이미지에 욱여넣는 대신 가벼운 Typst 바이너리 하나로 끝낼 수 있으니 빌드 속도와 용량 측면에서 이득이 커요. 한글 폰트 처리도 Typst가 비교적 깔끔하게 지원하는 편이라, 한국어 문서를 다루는 분들도 한번 실험해 볼 가치가 충분합니다.
마무리
한 줄로 정리하면, "이제 PDF 뽑겠다고 LaTeX 통째로 설치하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는 거예요. 여러분은 지금 문서 PDF를 어떻게 만들고 계신가요? 아직 LaTeX를 쓰고 계신다면, Typst로 갈아탈 때 가장 걸리는 부분은 무엇일지 댓글로 이야기 나눠봐요.
🔗 출처: Hacker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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