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잊혀진 컴퓨터, Lisa
Macintosh는 다들 아시죠. 그런데 그 이전에 Apple Lisa라는 컴퓨터가 있었다는 사실은 의외로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요. 1983년에 출시된 이 기계는 애플이 처음으로 "마우스로 클릭해서 쓰는 컴퓨터"를 대중에게 선보인 시도였거든요.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 멀티태스킹, 보호 메모리(protected memory, 한 프로그램이 다른 프로그램 메모리를 못 건드리게 막는 기능) 같은 개념을 일반 사용자용 PC에 처음 들고 온 기계예요. 가격이 9,995달러(지금 가치로는 3천만 원 가까이)였던 탓에 상업적으로는 처참하게 실패했지만, 그다음 해 나온 Macintosh의 직계 조상으로 컴퓨팅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예요.
이번에 YouTube에 올라온 한 프로젝트는 이 Lisa를 통째로 FPGA에 재현해냈어요. 단순 에뮬레이터가 아니라, 진짜 전자회로 수준에서요.
FPGA로 컴퓨터를 만든다는 게 뭐예요?
FPGA(Field-Programmable Gate Array)라는 말부터 풀어볼게요. 이게 뭐냐면, "내가 원하는 회로를 그때그때 그릴 수 있는 칩"이에요. 일반 CPU는 제조 시점에 회로가 고정되어 있어서 정해진 명령어만 실행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FPGA는 내부에 수십만~수백만 개의 작은 논리 블록(LUT, Look-Up Table)들이 있어서, 이걸 어떻게 연결할지 사용자가 프로그래밍할 수 있어요. Verilog나 VHDL이라는 하드웨어 기술 언어로 "AND 게이트 여기, 플립플롭 저기" 식으로 적어주면, FPGA가 진짜 그런 회로처럼 동작하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이 프로젝트는 1983년 Lisa 안에 들어 있던 모토로라 68000 CPU, 비디오 컨트롤러, 메모리 매니지먼트 유닛, 디스크 컨트롤러를 전부 FPGA 안에서 회로 수준으로 재구현했다는 뜻이에요. 소프트웨어로 흉내내는 에뮬레이션과 달리, 신호 타이밍과 클럭 사이클(clock cycle, CPU가 한 번 박동하는 시간 단위)까지 원본과 똑같이 동작하는 거예요. 원본 Lisa OS가 자기가 진짜 Lisa 위에서 돌고 있다고 "속을" 정도로요.
왜 이게 어려운 일인가
Lisa는 그냥 68000 CPU에 메모리만 붙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었어요. MMU(Memory Management Unit)라는 칩을 직접 설계해서 보호 메모리를 구현했고, 비디오는 720×364 1비트 모노크롬에 60Hz 인터레이스 방식이라는 좀 특이한 스펙을 갖고 있었어요. 트윈 5.25인치 "Twiggy" 플로피 드라이브라는 애플이 자체 개발한 (그리고 신뢰성 문제로 악명 높았던) 저장장치도 달려 있었고요. 이걸 다 FPGA에 옮기려면 원본 회로도와 ROM 덤프, OS 동작 패턴까지 다 분석해야 해요. 일종의 하드웨어 리버스 엔지니어링 마라톤이죠.
비슷한 프로젝트로는 MiSTer FPGA 커뮤니티가 있어요. 거긴 Amiga, Atari ST, 초기 Macintosh, 닌텐도 콘솔 같은 옛 기계들을 FPGA로 복원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인데요. 다만 Lisa는 워낙 마이너하고 자료도 부족해서 공식 코어가 없었어요. 이 프로젝트는 그 빈 자리를 채우는 셈이에요.
왜 에뮬레이터로 안 하고 FPGA로?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어요. "그냥 소프트웨어 에뮬레이터로 돌리면 되잖아?" QEMU나 MAME 같은 거요. 실제로 LisaEm이라는 소프트웨어 에뮬레이터도 존재하고요. 그런데 FPGA 재현이 매력적인 이유가 있어요.
첫째, 타이밍이 정확해요. 옛날 게임이나 소프트웨어 중에는 CPU가 정확히 몇 사이클 만에 응답해주는지에 의존해서 동작하는 게 많거든요. 소프트웨어 에뮬은 호스트 OS의 스케줄링 때문에 미세하게 어긋날 수 있는데, FPGA는 진짜 회로니까 그런 문제가 없어요. 둘째, 레이턴시가 거의 0이에요. 원본 키보드, 마우스, CRT 모니터 신호를 그대로 받아서 처리할 수 있어요. 셋째, 이건 좀 낭만적인 이유인데, "진짜 그 칩"이 다시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줘요. 호스트 컴퓨터 없이도 독립적으로 동작하는 기계가 되니까요.
한국 개발자에게는?
레트로 컴퓨팅이나 임베디드, 하드웨어 쪽에 관심 있으신 분들한테는 정말 좋은 학습 자료예요. 요즘 FPGA 입문용 보드(Tang Nano 9K, iCE40 시리즈 같은)는 5만 원 안쪽으로도 살 수 있고, 오픈소스 툴체인(Yosys, nextpnr)도 다 무료라서 진입 장벽이 예전 같지 않거든요. 실무적으로도 FPGA는 5G 기지국, 자율주행 센서 처리, AI 추론 가속 같은 분야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어서, 이런 "오래된 컴퓨터 재현" 프로젝트로 입문하는 게 의외로 좋은 길이에요. CPU 내부 동작, 버스 프로토콜, 메모리 계층 같은 컴퓨터 구조의 본질을 손으로 만져보면서 배울 수 있거든요.
마무리
40년 전 컴퓨터를 손바닥만 한 칩 안에 다시 살려내는 일은,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하드웨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는 작업이에요. 여러분이라면 어떤 옛 기계를 FPGA에 부활시켜보고 싶으세요? MSX? 애플 II? 아니면 한국형 8비트인 삼보 트라이젬?
🔗 출처: Hacker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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