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를 도입하면 일이 줄어든다고 했는데, 어쩐지 더 바빠진 것 같지 않으세요? 직장인들이 AI가 만든 결과물을 검토하고 고치는 데만 주당 6시간 이상을 쓰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어요. 이런 일에 '봇시팅(botsitting)'이라는 이름까지 붙었는데요. 베이비시팅처럼 AI를 옆에 끼고 돌봐주는 노동이라는 뜻이에요.
봇시팅이 뭐길래
구체적으로 이런 일들이에요. AI가 작성한 보고서에서 그럴듯하게 지어낸 수치를 찾아내 바로잡고, AI가 만든 코드가 진짜 돌아가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이상한 답을 내놓으면 프롬프트를 바꿔가며 다시 시키고, 고객에게 나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사람 눈으로 훑는 일이요. 문제는 이 시간이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회사 차원에서 'AI 도입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은 열심히 측정하지만, 그 뒤에서 사람이 AI 뒤치다꺼리에 쓰는 시간은 보이지 않거든요. 그래서 이걸 '그림자 노동' 혹은 '숨겨진 인간 노동'이라고 불러요.
더 고약한 건 심리적인 부분이에요. 경영진은 AI가 일을 대신한다는 전제로 인력 계획을 세우는데, 현장에서는 오히려 검증 업무가 늘어나니 직원들 입장에선 '내 일은 늘었는데 내 가치는 깎이는' 이중고를 겪게 되는 거죠. 이게 조사에서 드러난 직무 불만의 핵심이에요.
사실 예견된 일이었어요
자동화 연구에는 '자동화의 아이러니'라는 유명한 개념이 있어요. 1983년에 리잔 베인브리지라는 학자가 정리한 건데, 자동화가 쉬운 일을 가져갈수록 인간에게는 '자동화가 실패하는 순간을 감시하고 수습하는' 더 어려운 일이 남는다는 거예요. 비행기 자동조종이 발달할수록 조종사에게 더 높은 수준의 판단력이 요구되는 것처럼요. 지금의 생성형 AI는 여기에 고약한 특성을 하나 더했어요. 바로 환각, 그러니까 틀린 내용을 아주 자신감 있고 그럴듯하게 말하는 성질이요. 산출물이 그럴듯할수록 검증에는 더 깊은 전문성과 더 많은 시간이 들거든요. 만드는 비용은 0에 가까워졌는데 검증하는 비용은 그대로인 비대칭이 생긴 거예요.
비슷한 맥락에서 '워크슬롭(workslop)'이라는 말도 나왔죠. AI로 뚝딱 만든, 그럴듯하지만 알맹이 없는 산출물을 동료에게 넘기면 받은 사람이 해독하고 검증하느라 시간을 쓰게 되는 현상이요. 일이 사라진 게 아니라 만드는 사람에게서 받는 사람에게로 옮겨간 것뿐인 셈이에요.
개발자에게는 남 얘기가 아니에요
코드 리뷰 현장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이잖아요. AI로 생성한 대량의 PR이 올라오면 리뷰어는 예전보다 훨씬 촘촘하게 봐야 해요. 사람이 쓴 코드는 실수의 패턴이 어느 정도 예측되는데, AI가 쓴 코드는 멀쩡해 보이는 곳에서 미묘하게 틀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테스트 코드까지 AI가 썼다면 '테스트가 통과한다'는 사실 자체도 그대로 믿기 어려워지고요.
그럼 어떻게 써야 할까
핵심은 검증 비용을 기준으로 AI를 배치하는 거예요. 첫째, 결과가 틀렸을 때 바로 티가 나는 작업(코드 실행, 포맷 변환, 초안 작성)에는 적극적으로 쓰고, 틀려도 티가 안 나는 작업(사실 확인이 필요한 문서, 수치가 들어간 보고)에는 보수적으로 쓰는 거죠. 둘째, 내가 직접 검증할 수 있는 영역에만 AI를 쓰는 원칙도 중요해요. 내가 모르는 분야의 AI 산출물은 애초에 검증이 불가능하니까요. 셋째, 조직 차원에서는 검증 노동을 공식 업무로 인정하고 측정해야 해요. 보이지 않는 노동은 결국 번아웃으로 돌아오거든요.
정리하며
한 줄 요약: AI는 일을 없애는 게 아니라 '만드는 일'을 '검증하는 일'로 바꾸고 있고, 그 전환 비용은 지금 측정되지 않은 채 직원들 어깨에 얹혀 있어요. 여러분 팀에서는 AI 산출물을 검증하는 시간을 정식 업무로 인정해 주고 있나요?
🔗 출처: Hacker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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