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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cker News 2026.06.08 53

1948년 IBM 604, 진공관 계산기에 78년 만에 다시 전원을 넣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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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IBM 604, 진공관 계산기에 78년 만에 다시 전원을 넣어봤어요

컴퓨터가 '진공관'으로 계산하던 시절

요즘 우리는 손톱만 한 칩 안에 수백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들어있는 시대에 살고 있죠. 그런데 불과 80년 전만 해도 계산을 하려면 사람 키만 한 기계에 뜨겁게 달궈진 유리관을 잔뜩 꽂아야 했어요. 이번에 하드웨어 분석으로 유명한 켄 셔리프(Ken Shirriff)가 1948년에 나온 IBM 604라는 전자 계산기의 모듈 하나를 입수해서, 무려 78년 만에 다시 전원을 넣어보는 실험을 했습니다.

IBM 604는 흔히 떠올리는 '컴퓨터'는 아니에요. 프로그램을 메모리에 저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배선판(plugboard)에 케이블을 꽂아서 계산 순서를 정하던 '전자식 계산 천공기'였거든요. 그래도 1,400개가 넘는 진공관으로 곱셈, 나눗셈까지 처리했으니 당시로선 어마어마한 물건이었죠. 이런 골동품에 전기를 흘려 넣어 실제로 동작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컴퓨터 역사를 만지는 일이에요.

핵심 부품, 사이러트론(Thyratron) 진공관

이번 분석의 주인공은 모듈 안에 들어있는 사이러트론(thyratron) 이라는 특이한 진공관이에요. 이게 뭐냐면, 일반 진공관은 신호를 증폭하는 역할을 하는데, 사이러트론은 안에 수은이나 가스를 채워 넣어서 마치 '스위치'처럼 동작하는 부품이에요. 평소엔 전류를 막고 있다가, 제어 신호(그리드)에 살짝 신호를 주면 가스가 이온화되면서 전류가 확 흐르기 시작합니다.

재미있는 건, 한 번 켜지면 제어 신호를 빼도 스스로 꺼지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끄려면 아예 전원 쪽 전압을 끊어줘야 하죠. 이 '한 번 켜지면 계속 유지된다'는 성질은 정보를 잠깐 기억하는 데 쓸 수 있어서, 초창기 기계에서 카운터나 제어 회로에 요긴하게 활용됐어요. 셔리프는 이 모듈에 조심스럽게 전원을 넣고, 그리드에 신호를 줬을 때 사이러트론이 켜지면서 특유의 보랏빛으로 빛나는 모습과 전압이 뚝 떨어지는 동작을 직접 측정해 보여줬습니다. 78년 묵은 부품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죠.

옛날 부품을 깨울 땐 조심해야 하는 이유

오래된 전자기기는 함부로 콘센트에 꽂으면 안 돼요. 특히 진공관 시대 기기에는 전기를 저장하는 콘덴서(커패시터)가 들어있는데, 수십 년 방치되면 내부가 상해서 갑자기 전원을 넣으면 펑 터지거나 회로를 태워버리거든요. 그래서 전압을 0부터 아주 천천히 올려주는 '재성형(reforming)'이라는 과정을 거쳐요. 셔리프도 이런 안전 절차를 밟으면서 부품 하나하나의 상태를 확인했죠. 이건 단순한 호기심 충족을 넘어, 사라져가는 옛 기술의 동작 원리를 직접 기록으로 남긴다는 의미가 큽니다.

지금 우리 기술과 연결해보면

사이러트론이 했던 '스위치' 역할은 오늘날 트랜지스터가 완벽하게 대체했어요. 우리가 쓰는 모든 디지털 회로의 0과 1은 결국 '전류를 흘릴까 말까'를 결정하는 스위치의 집합이거든요. 1948년에 뜨거운 유리관과 가스로 겨우 하던 일을, 지금은 나노미터 단위의 반도체가 수십억 번 반복하고 있는 거죠. 기술의 본질(스위칭)은 그대로인데 구현 방식만 극적으로 작아지고 빨라진 셈이에요.

한국 개발자에게 주는 의미

매일 고수준 언어로 코드만 짜다 보면 '컴퓨터가 결국 전기로 움직이는 기계'라는 사실을 잊기 쉬워요. 이런 레트로 컴퓨팅 분석 글은 추상화의 가장 밑바닥, 즉 전압과 스위치 수준에서 컴퓨터가 어떻게 '판단'을 하는지 감각적으로 이해하게 해줍니다. 임베디드나 하드웨어, 펌웨어 쪽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켄 셔리프의 블로그(righto.com)는 정말 좋은 교과서예요. 당장 실무에 쓸 일은 없어도, 내가 다루는 추상화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아는 개발자와 모르는 개발자는 깊이가 다르거든요.

마무리

78년 전 진공관 계산기가 다시 보랏빛으로 빛났다는 소식, 그 자체로 낭만적이지 않나요? 우리가 무심코 쓰는 if문 하나도 결국 이런 스위치 수십억 개의 합작품인 셈이에요. 여러분은 평소 코드를 짤 때 그 아래 하드웨어 동작까지 의식하시나요, 아니면 추상화를 믿고 신경 끄는 편이신가요?


🔗 출처: Hacker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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