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 구매'인데 절차는 더 복잡한 역설
회사 다니다 보면 다들 한 번쯤 겪잖아요. 몇천 원짜리 케이블 하나 사려는데 품의서 쓰고, 결재 라인 타고, 승인 기다리고… 정작 물건값보다 그 절차에 들어간 사람들 시간값이 훨씬 비싼 상황이요. 영국의 한 기술자가 정부의 '소액 구매 시스템(Low Value Purchase System)'을 실제로 써보고는 '이건 시간 낭비 그 자체'라고 조목조목 비판하는 글을 올렸는데, 읽다 보면 우리 회사 얘기 같아서 헛웃음이 나와요.
원래 '소액 구매'라는 별도 절차를 만든 취지는 좋았어요. 값싼 걸 살 땐 복잡한 정식 절차 대신 가볍고 빠르게 처리하자는 거였거든요.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가 됐어요. 간소화하라고 만든 그 시스템이 오히려 정식 절차보다 더 복잡하고 느려진 거예요. 작은 물건 하나 사려고 거쳐야 하는 단계와 입력 항목이 너무 많아서, 그걸 처리하는 직원의 인건비가 정작 사려는 물건값을 훌쩍 넘어버리는 거죠. 돈을 아끼려고 만든 시스템이 돈을 더 쓰게 만드는 역설이에요.
'갇힌 사용자'를 위한 소프트웨어는 왜 이 모양일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어요. 우리가 평소 쓰는 앱들, 그러니까 배달앱이나 쇼핑앱은 조금만 불편해도 사람들이 바로 떠나버리니까 회사들이 UX(사용자 경험)에 목숨을 걸잖아요. 그런데 회사나 정부 내부에서 쓰는 시스템은 사정이 달라요. 직원 입장에선 그게 불편하든 말든 안 쓸 수가 없거든요. 다른 선택지가 없는 거예요. 이런 사용자를 '갇힌 사용자(captive user)'라고 부르는데, 만드는 쪽 입장에선 '어차피 쓸 수밖에 없으니까' 편의성을 뒷전으로 미루기 쉬워요.
게다가 이런 시스템은 대부분 '편하게 쓰라고'가 아니라 '감사와 통제를 위해' 설계돼요. 누가 언제 뭘 샀는지 다 추적하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려다 보니, 입력 항목과 승인 단계가 계속 늘어나는 거죠. 그 결과 정작 일하는 사람은 본업보다 시스템 다루는 데 시간을 더 쓰게 되고요. 통제를 강화할수록 생산성은 떨어지는, 흔하지만 잘 안 보이는 비용이에요.
업계 맥락에서 보면
영국은 사실 정부 디지털 서비스(GDS)로 유명해요. '복잡한 행정을 시민이 쉽게 쓸 수 있게 만들자'는 철학으로 전 세계 벤치마킹 대상이 됐거든요. 그런데도 내부용 시스템에선 이렇게 허술한 부분이 남아 있다는 게 시사하는 바가 커요. 시민용 서비스엔 신경을 쏟으면서, 정작 직원이 쓰는 내부 도구는 여전히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는 수준에 머무는 거죠. 이건 영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규모가 큰 거의 모든 조직이 똑같이 빠지는 함정이에요.
한국 개발자에게는
우리한테도 정말 와닿는 얘기예요. 사내 그룹웨어, 전자결재, 경비 처리 시스템 한 번씩 욕 안 해본 사람 없잖아요. 만약 여러분이 사내 도구나 어드민 페이지를 만드는 입장이라면, 이 글이 주는 교훈은 명확해요.
- 절차의 비용을 계산해보세요. 단계 하나, 입력 항목 하나 늘릴 때마다 그걸 매일 쓰는 수백 명의 시간이 곱해진다는 걸 기억하면 함부로 못 늘려요.
- '어차피 쓸 사람'이라고 막 만들지 마세요. 갇힌 사용자일수록 더 정성껏 만들어야 회사 전체 생산성이 올라가요.
- 통제와 편의의 균형을 잡으세요. 감사 추적이 필요하다면, 사용자가 일일이 입력하게 하지 말고 시스템이 자동으로 기록하게 설계하면 둘 다 잡을 수 있어요.
마무리
좋은 의도로 만든 시스템도 '쓰는 사람의 시간'을 계산에 넣지 않으면 순식간에 애물단지가 돼요. 핵심은 절차를 추가하는 비용은 눈에 잘 안 보이지만 분명히 존재한다는 거예요.
여러분 회사에서 '이건 진짜 왜 이렇게 만들었지?' 싶었던 내부 시스템이 있으신가요? 반대로 잘 만든 사내 도구 덕에 일이 편해진 경험이 있다면, 어떤 점이 좋았는지도 같이 들려주세요.
🔗 출처: Hacker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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