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유명한 스티브 예기가 또 한 건 했어요
스티브 예기(Steve Yegge)라는 이름을 아시는 분 있으세요? 구글과 아마존에서 오래 일했고, 자기 블로그에 "플랫폼 선언문" 같은 전설적인 글들을 남겨온 엔지니어예요. 그가 최근에 "The Last Technical Interview(마지막 기술 면접)"이라는 글을 올렸어요. 제목 그대로, "우리가 알던 형태의 코딩 면접은 곧 사라질 거다" 라는 도발적인 주장이에요.
배경부터 짚어볼게요. 지금까지 개발자 채용의 표준 코스는 다들 아시죠? 화이트보드나 코딩 패드 앞에서 LeetCode 스타일의 알고리즘 문제를 풀고, 그걸 보면서 면접관이 "이 사람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판단하는 방식이에요. 이게 사람을 제대로 평가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비판은 십수 년 전부터 있었어요. 그래도 마땅한 대안이 없어서 다들 그냥 써왔죠.
예기의 주장 — "AI가 이걸 끝낸다"
예기가 주목하는 변화는 두 가지예요. 첫째, AI 코딩 에이전트가 면접 문제를 즉시 풀 수 있다는 것. Claude, ChatGPT, Cursor 같은 도구를 옆에 두면 LeetCode 하드 문제도 몇 초 만에 답이 나와요. 면접관이 "커닝 못 하게 하자"고 카메라를 켜고, 화면 공유를 강제하고, 보조 모니터 금지하는 식으로 막아봐도 한계가 있어요. 결국 "이 사람이 알고리즘을 머릿속에서 푸는 능력"을 측정하는 것 자체가 의미를 잃고 있다는 거예요.
둘째, 더 중요한 변화는 실무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에요. 예기는 자기가 운영하는 회사 Sourcegraph에서 Amp라는 AI 코딩 도구를 만들고 있는데, 이걸 쓰는 시니어 개발자들의 일상이 이미 "코드를 직접 타이핑하는 일"에서 "AI 에이전트에게 일을 시키고 결과를 검토하는 일"로 옮겨가고 있다고 해요. 그렇다면 면접에서 측정해야 할 능력도 달라져야 한다는 거죠.
예기의 표현을 빌리면, 앞으로의 좋은 개발자는 "내가 직접 이진 트리를 순회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AI에게 무엇을 시킬지 결정하고,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시스템 전체를 통합할 수 있는가" 로 평가받게 될 거라는 얘기예요.
그럼 면접은 어떻게 바뀔까
예기가 상상하는 "마지막 기술 면접" 이후의 모습은 이런 거예요. 후보자에게 진짜 코드베이스를 주고, "여기 이런 버그가 있어. AI 도구 마음껏 써서 고쳐봐"라고 시킨다. 면접관은 그 사람이 어떻게 문제를 쪼개는지, 어떤 질문을 AI에게 던지는지, AI가 잘못된 답을 줬을 때 어떻게 알아채는지, 최종적으로 코드를 어떻게 검증하는지를 본다. "AI를 못 쓰게 막는 면접"이 아니라 "AI를 잘 쓰는 사람을 찾는 면접" 으로 바뀐다는 거예요.
이게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이 아니라, 이미 일부 회사들이 시도하고 있어요. take-home assignment(집에서 풀어 오는 과제)를 "AI 사용 권장"으로 운영하거나, 라이브 코딩을 "실제 IDE에서 도구 다 켜고" 하는 방식으로요. 이 흐름이 표준이 되면, 우리가 LeetCode를 외우며 보내던 시간의 의미가 크게 달라지죠.
반박과 다른 시각들
물론 모든 사람이 이 의견에 동의하진 않아요. 반박 쪽 주장도 이해할 만해요. "AI가 잘못된 답을 줬을 때 그게 잘못된 답인지 알려면 기본기가 있어야 한다" 는 거예요. 알고리즘을 모르면 AI가 토해낸 O(n²) 솔루션이 사실 O(n)으로 가능한지 판단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알고리즘 면접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거고, 다만 비중과 형태가 바뀔 거라는 의견도 많아요.
또 보안이나 시스템 디자인 같은 영역은 AI가 도와줘도 결국 사람이 책임지는 영역이라서, 이쪽 평가는 오히려 더 중요해질 거예요. 단순 코딩보다 "이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할 거냐"라는 질문이 채용 비중에서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요.
한국 개발자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한국 채용 시장은 좀 특이해요. 신입 공채는 여전히 코딩 테스트 + 알고리즘 + 인성면접의 정형 패턴이 굳건하고, 경력 채용도 LeetCode 스타일 문제가 많거든요. 카카오, 네이버, 라인 같은 곳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AI 시대니까 알고리즘 공부 안 해도 돼"라는 결론은 너무 위험해요. 적어도 향후 2~3년은 기존 방식의 코딩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니까요. 다만 동시에 준비해둘 게 있어요. AI 도구를 실제로 잘 쓰는 경험이에요. Cursor, Claude Code, Copilot을 단순히 자동완성으로 쓰지 말고, 실제로 "에이전트에게 작업을 위임하고 결과를 검토하는" 워크플로우를 익혀두세요. 면접 형태가 바뀔 때 가장 빨리 적응하는 사람이 유리해질 거예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능력" 이 점점 중요해져요. AI는 자신 있게 틀린 답을 줘요. 그걸 알아채려면 결국 자기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의심하는 습관이 필요해요. 이건 LeetCode 외운다고 길러지는 게 아니라, 실제 코드를 많이 읽고 고치고 배포해본 경험에서 와요. 사이드 프로젝트의 가치가 더 올라가는 시대인 거죠.
마무리
예기의 글이 정확한 미래 예측인지는 아무도 몰라요. 그런데 적어도 "지금까지의 면접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감각은 다들 공유하고 있는 것 같아요.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우리가 준비해야 할 건 "AI를 막는 시험"이 아니라 "AI와 함께 일하는 능력"이에요.
여러분이 만약 지금 면접관이라면 후보자에게 어떤 문제를 내고 싶으세요? 반대로 면접자라면, AI 사용이 허용되는 면접과 금지되는 면접 중 어느 쪽이 본인에게 유리할 것 같으세요?
🔗 출처: Hacker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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