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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cker News 2026.08.21 34
#AI

버클리 로스쿨, 2026년 여름부터 수업 내 AI 사용 '원칙적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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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UC버클리 로스쿨이 2026년 여름 학기부터 수업에서 생성형 AI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학교가 AI를 미래 법률가에게 불필요한 도구로 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정책 문서는 오히려 "미래의 법률가는 AI를 능숙하게 다뤄야 할 수도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AI 활용이 그것을 전략적으로 배치하고, 산출물을 비판적으로 검증하며, 의뢰인과 사법 체계에 대한 윤리적 의무를 지키는 인지 능력과 반드시 결합되어야 한다고 못박는다. 요컨대 "사고(thinking)는 여전히 좋은 법률 실무의 필수 조건"이라는 것이 정책의 핵심 명제다.

무엇을 금지하고 무엇을 허용하나

금지 범위는 구체적이다. 학점이 부여되는 과제에 대해 개념화, 개요 작성, 초안 작성, 수정, 번역, 편집 목적으로 AI를 쓰는 것이 금지된다. 특히 번역을 금지 대상에 명시적으로 포함한 점이 눈에 띈다. 학생이 스스로 법률 영어 구사 능력을 기르도록 하려는 의도다. 시험 상황에서는 목적을 불문하고 AI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또한 과제, 읽기 자료, 슬라이드, 수업 녹화본 등 강의 자료를 생성형 AI 시스템에 업로드하는 행위 자체가 금지된다.

반대로 좁게나마 허용되는 영역도 있다. 논문 작성 시 판례, 법령, 2차 자료 등 출처를 식별하는 제한적 목적의 리서치에는 AI를 쓸 수 있다. 다만 그 결과의 정확성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학생에게 있으며, 존재하지 않는 출처를 인용할 경우 금지된 AI 사용을 했다는 추정(presumption)이 성립한다. 이는 이른바 'AI 환각(hallucination)'으로 만들어진 가짜 판례 인용을 겨냥한 장치로, 실제 미국 법조계에서 챗봇이 지어낸 판례를 법정에 제출했다가 제재를 받은 사례들과 맞닿아 있다.

'기본값'이라는 설계

이 정책의 이름에 '기본값(by default)'이 붙은 이유는 예외 구조 때문이다. 교수는 재량으로 이 원칙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단, 서면으로, 적절한 사전 고지와 함께여야 하며, 허용된 AS 사용을 학생이 공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AI 활용 능력 자체를 가르치도록 설계된 과목이나, 교수가 다른 규칙이 교육적으로 적절하다고 판단한 과목은 이 예외에 해당한다. 학생 입장에서 특정 사용이 규칙 위반인지 애매하면, 사용 전에 교수에게 물어 서면으로 확인을 받아야 한다. 즉 '금지가 원칙, 허용은 명시적 예외'라는 방향으로 입증 부담과 판단 책임의 무게중심을 옮겨 놓은 설계다.

실무자가 읽어야 할 지점

이 사안은 로스쿨 규정을 넘어 조직이 AI 도입 정책을 짤 때 참고할 만한 프레임을 담고 있다. 첫째, 버클리는 AI를 전면 허용하거나 전면 금지하는 이분법 대신, '핵심 인지 역량이 형성되는 과정'과 '그 역량을 전제로 도구를 쓰는 국면'을 구분했다. 기업 교육이나 신입 온보딩에서도, 결과물의 품질보다 사람이 판단 능력을 기르는 것이 목적인 단계에서는 도구 사용을 제한하는 접근이 유효할 수 있다는 시사점이다. 둘째, 정책이 명시하는 두 가지 목적 중 하나가 '공정성과 집행 가능성(administrability)'이라는 점이다. 규칙은 지킬 수 있게 만들어야 하고, 위반 여부를 판별할 수 있어야 한다. 가짜 인용을 위반 추정의 신호로 삼은 것은 검증 가능한 증거를 규칙 집행의 앵커로 삼은 사례다.

동시에 한계도 분명하다. 강의 자료 업로드 금지나 개요·편집 단계의 AI 사용 금지는 실제로 학생이 개인 기기에서 무엇을 했는지 완벽히 감시하기 어렵다. 정책의 실효성은 상당 부분 자기 신고와 학문적 정직성, 그리고 결과물에서 드러나는 흔적(존재하지 않는 인용 등)에 의존한다. 또한 '개념화'나 '수정'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해석의 여지가 크고, 교수마다 예외 규칙이 달라지면 학생이 여러 과목에서 서로 다른 기준을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결국 이 정책은 AI 시대에 '무엇을 스스로 할 줄 알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교육 현장에 던진 하나의 답안일 뿐, 완결된 해법은 아니다. 도구가 빠르게 진화하는 만큼 이 '기본값' 역시 재조정될 여지를 안고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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