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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은 왜 유독 잘 재생될까 — '암세(癌稅)'로 읽는 몸의 설계

간은 왜 유독 잘 재생될까 — '암세(癌稅)'로 읽는 몸의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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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의 대부분은 놀라울 만큼 취약하다. 신장은 성인이 되면 서서히 기능이 떨어지고, 탈수 상태에서 이부프로펜을 복용하거나 비타민 D를 과다 섭취하는 정도의 일로도 손상을 입을 수 있다. 한번 심하게 상하면 흉터(섬유화)가 남고 기능은 영구히 줄어든다. 잇몸도 마찬가지여서 너무 세게 닦거나 치실을 게을리하면 내려간 잇몸은 다시 올라오지 않는다. 그런데 간은 다르다. 손상돼도 대개 흉터 없이 아물고, 나이가 들어도 기능을 거의 유지하며, 절반을 떼어 남에게 이식해도 몇 달 만에 원래 크기와 기능에 가깝게 다시 자란다. 도대체 왜 간만 이렇게 유별나게 재생될까. 이 질문을 뒤집으면 몸 전체의 설계 원리를 관통하는 하나의 실마리가 보인다.

취약함은 실수가 아니라 선택이다

원문 필자가 제시하는 핵심 개념은 재생 능력과 암 위험이 맞바꿈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가 텔로미어다. 염색체 끝에는 텔로미어라는 반복 서열이 있는데, 세포가 분열할 때 DNA 중합효소가 끝까지 완전히 복제하지 못해 분열을 거듭할수록 조금씩 짧아진다. 50~70번쯤 분열하면 텔로미어가 소진되고 세포는 분열을 멈춘 뒤 서서히 기능을 잃는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 몸에 텔로미어를 다시 늘리는 효소인 텔로머레이스가 이미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배아 발생 이후에는 줄기세포, 생식세포, 면역계 일부를 제외하면 이 효소를 쓰지 않는다. 능력이 있는데도 굳이 쓰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실수가 아니라 의도된 설계라는 게 논지의 핵심이다. 몸속에서는 어떤 세포가 돌연변이로 지나치게 빨리 증식하기 시작하는 일이 흔하게 벌어진다. 면역계가 이를 제거하기도 하지만, 살아남은 세포는 정상보다 훨씬 빠르게 증식과 사멸을 반복하며 추가 돌연변이를 쌓아간다. 이렇게 폭주하듯 분열하다 보면 텔로미어가 먼저 바닥나 증식을 멈추게 된다. 즉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은 암세포가 무한 증식으로 치닫기 전에 제동을 거는 안전장치다. 텔로미어 마모는 몸이 서서히 노화한다는 점에서 나쁘지만, 암을 늦춘다는 점에서 좋다. 진화는 이 득실을 저울질해 '좋음'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재생을 켤수록 암도 가까워진다

같은 논리가 다른 취약함에도 적용된다. 도롱뇽은 다리가 잘리면 새로 자라지만 사람은 그러지 못한다. 사지를 재생하려면 모든 세포에 '급속 성장 모드' 버튼과 그 방아쇠가 늘 준비돼 있어야 하는데, 이는 세포를 암에 한 걸음 더 가까운 상태로 방치해 두는 것과 같다. 신장도 마찬가지다. 더 적극적으로 자가 복구하는 신장을 만드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가능하겠지만, 그 대가로 신장암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 그래서 질문은 '왜 신장은 이토록 약한가'가 아니라 '왜 간만 그렇게 잘 재생되는가'로 다시 향한다.

간이 특별한 데에는 두 가지 통상적 설명이 있다. 첫째, 간은 힘든 일을 맡고 있다. 장 바로 하류에 위치해 독소·세균 산물·바이러스가 몸의 다른 부위보다 먼저, 그것도 고농도로 도달한다. 게다가 해독 과정 자체가 독성 물질을 더 독한 중간 산물로 분해했다가 다시 처리하는 식이라 스스로를 손상시킨다. 늘 망가지는 것이 업무의 일부이니 재생 능력이 필수이고, 대신 암이라는 세금을 감수한다. 둘째, 간이 그렇게 유별난 것도 아니라는 관점이다. 피부와 장 표면도 끊임없이 세포가 교체되며 상처와 소화효소·담즙·세균을 견디는데, 실제로 피부암과 대장암은 매우 흔하다. 재생이 활발한 조직일수록 암도 잦은 것이다.

구조가 복잡한 장기는 재생이라는 선택지 자체가 없다

반대편 끝에는 심장과 신경세포가 있다. 이들은 성인기 이후 분열하지 않아 한번 죽으면 그것으로 끝이며, 그 결과 '심장암'이라는 말은 낯설 만큼 드물고 뇌종양도 신경세포가 아닌 다른 세포에서 생긴다. 다만 이 대목에서 이론은 단순한 이분법을 넘어선다. 재생이 늘 선택 가능한 카드는 아니기 때문이다. 피부·장·간은 비교적 균일한 기능 단위의 반복이라 단위를 키우거나 교체하는 식으로 다시 자랄 수 있다. 반면 뉴런은 기억과 학습을 담은 복잡한 회로이고 심장은 정교한 구조물이라, 세포가 마구 증식하면 그 구조가 오히려 무너진다. 심장 절반을 떼어내고 재생을 기다리는 시나리오는 애초에 생존이 불가능하다. 구조를 유지해야만 기능하는 장기에서는 재생과 취약함을 조절할 손잡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 정돈된 그림에도 예외가 있다. 폐는 재생력이 낮으면서 암 위험은 높은, 최악의 조합이다. 기체 확산이 느리다는 물리적 제약 탓에 폐는 약 5리터 부피 안에 100제곱미터에 달하는 표면적을 욱여넣은 섬세한 프랙탈 구조를 갖는데, 이 정교함이 재생을 어렵게 만든다. 동시에 공기 중의 온갖 독소와 병원체와 접촉해야 하니 돌연변이 경로는 넘쳐난다. 구조가 복잡한 장기가 외부 환경과 맞닿으면 재생은 막히고 암 위험만 남는 셈이다. 췌장은 더 성가신 반례다. 외부에 직접 노출되지 않는데도 중간 수준의 암 위험을 안고 있어, 재생·암·환경 노출이라는 세 축만으로는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실무적으로 이 이야기는 노화·재생 연구를 바라보는 사고의 틀을 제공한다. 텔로머레이스 활성화나 조직 재생 촉진처럼 '몸을 더 잘 고치게 만드는' 접근은 본질적으로 암 억제 기전을 일부 풀어주는 일과 맞닿아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다만 필자 스스로 밝혔듯 이는 사변적인 통합 가설이며, 폐와 췌장 같은 반례가 남아 있고 '암 때문'이라는 답도 여러 단서를 붙여야만 절반쯤 맞는 설명이다. 생물학에서 늘 그렇듯 정답은 '복잡하고, 경우에 따라 다르다'에 가깝다. 그럼에도 재생과 암을 하나의 저울 위에 올려 보는 관점은, 우리 몸의 허술함이 결함이 아니라 오래 살아남기 위한 타협의 흔적일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dynomight.substack.com/p/li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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