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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문화와 관계 맺는 문화: 우리는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대하는가

'만드는 것'과 '관계 맺는 것', 우리는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대하나

과학 계산 분야에서 오래 글을 써온 콘라트 힌젠(Konrad Hinsen)이 'Cultures of Making and Relating(만드는 문화와 관계 맺는 문화)'라는 제목으로 흥미로운 에세이를 내놨어요. 기술 글인데 코드나 벤치마크 얘기가 아니라, '우리가 도구와 시스템을 대하는 두 가지 태도'를 다루는 좀 더 철학적인 글이에요. 처음엔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는데, 읽다 보면 우리가 매일 하는 개발 일에 그대로 적용되는 이야기라 곱씹을 만해요.

두 개의 문화

힌젠이 대비시키는 건 '만드는 문화(culture of making)'와 '관계 맺는 문화(culture of relating)'예요. 만드는 문화는 새로운 걸 짓고, 통제하고, 생산하는 데 가치를 둬요. 더 빠르게 출시하고, 더 멋진 새 프레임워크를 만들고, 빈 땅에 새 시스템을 세우는 걸 멋지다고 보는 태도죠. 반대로 관계 맺는 문화는 이미 있는 것을 이해하고, 돌보고, 유지하고, 연결하는 데 가치를 둬요. 누가 만든 코드를 오래 살아남게 가꾸고, 그걸 쓰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천천히 신뢰를 쌓는 쪽이고요.

소프트웨어 세계는 압도적으로 '만드는 문화'에 기울어 있어요. 우리는 '0에서 1을 만드는 사람'을 영웅으로 치켜세우고, 새 라이브러리를 발표하면 박수를 보내지만, 10년 된 라이브러리를 묵묵히 유지보수하는 사람에게는 별 관심이 없잖아요. 이력서에도 '무엇을 새로 만들었는가'를 적지, '무엇을 잘 돌봐서 안 망가지게 했는가'는 잘 안 적고요.

과학 소프트웨어라는 거울

힌젠이 이 이야기를 과학 소프트웨어 맥락에서 꺼내는 게 핵심인데요. 과학 코드는 '결과를 빨리 내는 도구'로만 보면 한 번 쓰고 버려져요. 하지만 과학은 본질적으로 '남이 이해하고 재현할 수 있어야' 성립하잖아요. 즉 과학 소프트웨어는 단지 작동하는 것을 넘어, 사람들이 그 코드와 관계를 맺고 이해할 수 있어야 가치가 있어요. 빠르게 만들어 치우는 '만들기' 논리만 적용하면, 작동은 하지만 아무도 이해 못 하고 몇 년 뒤엔 재현도 안 되는 죽은 코드가 쌓이는 거죠. 이건 재현성 위기(reproducibility crisis)라고 불리는 과학계의 실제 문제이기도 해요.

그래서 힌젠의 제안은 '만들기'를 버리자는 게 아니라, 우리가 너무 한쪽으로 기울어 있으니 '관계 맺기'의 가치를 다시 보자는 거예요. 코드를 짜는 행위를 '내가 통제하는 산출물 찍어내기'가 아니라 '미래의 누군가, 그리고 지금의 동료와 관계를 맺는 행위'로 보면, 무엇을 어떻게 짤지가 달라지거든요.

한국 개발자에게

이 이야기는 우리 일상과 바로 닿아 있어요. 레거시 코드를 떠안았을 때 '아, 새로 다 갈아엎고 싶다'는 충동, 다들 느껴봤죠? 그게 바로 '만드는 문화'의 본능이에요. 새로 만드는 게 이해하고 돌보는 것보다 멋지고 빠르게 느껴지니까요. 하지만 실제로 회사와 서비스를 떠받치는 건 화려한 신규 프로젝트가 아니라, 누군가 꾸준히 관계 맺으며 가꿔온 시스템인 경우가 많아요.

오픈소스 유지보수자의 번아웃 문제도 같은 맥락이에요. 다들 새 기능은 원하지만 묵묵히 돌보는 사람의 노고는 잘 안 보거든요. 이 글은 우리에게 '리뷰를 꼼꼼히 해주는 동료, 문서를 다듬는 사람, 오래된 시스템을 안 망가지게 지키는 사람'의 가치를 다시 보게 해줘요.

핵심 한 줄: 소프트웨어는 만드는 것만큼이나 관계 맺고 돌보는 것이며, 업계는 그 균형을 너무 한쪽으로 잃어버렸다는 거예요. 여러분의 팀은 '새로 만드는 사람'과 '잘 돌보는 사람' 중 누구를 더 인정해주나요?


🔗 출처: Hacker News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blog.khinsen.net/posts/2026/06/25/culture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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