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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떤 작가는 아직도 1990년대 워드프로세서를 고집할까 — WordStar 이야기

왜 어떤 작가는 아직도 1990년대 워드프로세서를 고집할까 — WordStar 이야기

30년 전 프로그램을 아직도 쓴다고요?

SF 작가 로버트 J. 소여가 "나는 여전히 도스(DOS) 시절의 워드프로세서 WordStar로 소설을 쓴다"고 쓴 글이 있어요. 처음 들으면 좀 황당하죠. 요즘 같은 시대에 1990년대 프로그램이라니. 그런데 읽다 보면 "아, 이건 단순한 향수가 아니구나" 싶어져요. 비슷하게 '왕좌의 게임' 작가 조지 R. R. 마틴도 WordStar로 글을 쓰는 걸로 유명하고요.

WordStar가 뭐냐면, 개인용 컴퓨터 초창기에 가장 널리 쓰였던 글쓰기 프로그램이에요. 마우스가 흔하지 않던 시절에 나와서, 모든 기능을 키보드 단축키로 다루도록 설계됐어요. 지금 우리가 쓰는 한글이나 워드의 먼 조상뻘이라고 보면 돼요.

왜 더 좋은 신식 도구를 안 쓸까

소여의 주장을 풀어보면 핵심은 이거예요. 글 쓰는 사람에게는 '글만 쓰게 해주는 도구'가 가장 좋은 도구라는 거죠.

첫째, 손을 키보드에서 뗄 일이 없어요. WordStar는 커서 이동, 단어 삭제, 문단 이동까지 전부 키 조합으로 처리해요. 마우스로 손을 옮겼다가 다시 자판으로 돌아오는, 그 미세한 흐름 끊김이 없는 거예요. 생각이 손가락을 타고 그대로 흘러나오는 느낌이라고 표현해요.

둘째, 방해 요소가 없어요. 요즘 워드프로세서를 켜면 리본 메뉴, 맞춤법 물결선, 자동 서식, 클라우드 동기화 알림까지 화면이 정신없잖아요. WordStar는 까만 화면에 글자뿐이에요. 글쓰기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거죠.

셋째, 서식이 아니라 내용에 집중하게 해줘요. 소여는 소설 원고는 어차피 출판사 양식에 맞춰 다시 조판되니까, 작가가 글꼴이나 줄간격을 만지는 데 시간을 쓰는 건 낭비라고 봐요. WordStar는 보이는 그대로의 꾸밈보다 텍스트 자체를 다루는 데 충실하거든요.

사실 개발자에게 익숙한 철학이에요

여기서 "어?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긴데" 싶지 않나요? 맞아요. 개발자들이 Vim이나 Emacs 같은 터미널 기반 에디터를 사랑하는 이유와 정확히 같은 논리예요. 손을 자판에서 떼지 않고, 화면은 단순하게, 도구가 사고를 방해하지 않게.

Vim을 처음 배울 땐 단축키가 너무 많아서 머리가 아프지만, 손에 익으면 마우스 쓰는 사람보다 압도적으로 빨라지잖아요. WordStar의 단축키 체계(Ctrl 키를 활용한 'WordStar diamond'라고 불리는 커서 이동 방식)도 똑같은 원리예요. 실제로 초기 프로그래밍 에디터들 중 상당수가 이 단축키 배열을 그대로 베껴 갔을 정도로 영향력이 컸어요. 도구가 손에 완전히 녹아들면, 도구를 의식하지 않게 되고, 그때부터 진짜 작업에만 몰입할 수 있다는 거죠.

한국 개발자에게 주는 시사점

이 이야기의 교훈은 "여러분도 옛날 프로그램 쓰세요"가 아니에요. 진짜 메시지는 남들이 좋다는 최신 도구가 꼭 내 작업에 최선은 아니다라는 거예요.

새 IDE, 새 노트 앱, 새 협업 도구가 끝없이 쏟아지죠. 그런데 정작 중요한 건 '그 도구가 내 사고의 흐름을 끊지 않느냐'예요. 화려한 기능이 많을수록 오히려 집중을 방해하기도 하거든요. 가끔은 기능을 더하는 게 아니라 빼는 게 답일 때가 있어요. 코드 짤 때 알림 다 끄고, 창 하나만 띄워놓고 몰입했던 경험, 다들 있잖아요. 그게 바로 소여가 WordStar에서 찾은 거예요.

마무리

WordStar 이야기는 결국 '도구는 사용자의 사고에 봉사해야지, 사용자가 도구에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는 오래된 진리를 다시 짚어줘요. 30년 된 프로그램이 여전히 누군가의 최고의 도구일 수 있다는 게 그 증거고요.

여러분에게 '손에 완전히 익어서 사고를 방해하지 않는' 도구는 뭔가요? 그리고 최신 도구로 갈아탔다가 오히려 불편해서 돌아온 경험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 출처: Hacker News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www.sfwriter.com/wordstar.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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