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이후 미국이 '안보'라는 이름으로 도입한 비상 권력들이, 20여 년이 지나 권위주의의 토대가 되었다는 분석이다. 영장 없는 감시, 무기한 구금, 행정부의 전쟁 권한 확대, 적과 아군을 가르는 정치 언어 등은 당시 '일시적 예외'로 정당화됐지만 결코 철회되지 않았다. 한번 만들어진 비상 권한은 평시에도 그대로 남아 다음 통치자가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됐다. 두려움이 만든 제도가 견제와 균형을 약화시키고, 시민들이 권력 확대에 무뎌지도록 만들었다는 것이 핵심이다. IT 종사자에게 시사하는 바도 크다. '보안'과 '효율'을 명분으로 도입한 감시 인프라와 데이터 수집 체계가 한번 구축되면 되돌리기 어렵고, 본래 목적을 넘어 오·남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위기 대응으로 만든 기술과 권한이 영구화될 때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기술을 설계하는 사람일수록 깊이 새겨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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