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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cker News 2026.06.12 28

'애플이 파워서플라이를 혁신했다'는 잡스의 신화 — 진짜 주인공은 트랜지스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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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파워서플라이를 혁신했다'는 잡스의 신화 — 진짜 주인공은 트랜지스터였어요

월터 아이작슨이 쓴 스티브 잡스 전기에는 이런 대목이 나와요. 애플 II의 전원장치를 설계한 로드 홀트(Rod Holt)가 스위칭 파워서플라이를 혁명적으로 만들어냈고, 지금 모든 컴퓨터가 쓰는 방식은 그의 설계를 베낀 것이라는 잡스의 주장인데요. 칩을 분해해서 분석하는 글로 유명한 엔지니어 켄 시리프(Ken Shirriff)가 이 주장을 1차 자료로 검증해 봤어요. 결론부터 말하면, 멋진 이야기지만 사실이 아니에요. 스위칭 파워는 애플 II보다 한참 전부터 있었고, 진짜 혁신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거든요.

먼저 스위칭 파워가 뭔지부터 볼게요

콘센트에서 나오는 전기는 220V 교류인데, 컴퓨터 부품은 5V나 12V 직류를 써요. 이 변환을 해주는 게 파워서플라이고, 방식이 크게 두 가지예요.

옛날 방식인 리니어 전원은 60Hz의 느린 교류를 크고 무거운 변압기로 낮춘 다음, 남는 전압을 열로 태워버리면서 원하는 전압을 맞춰요. 수도꼭지를 반쯤 잠가서 물살을 줄이는 것과 같아서, 잠근 만큼의 에너지가 그냥 버려지는 거죠. 그래서 무겁고 뜨겁고 효율이 나빠요. 반면 스위칭 전원은 전기를 1초에 수만 번씩 빠르게 껐다 켰다 하면서 필요한 만큼만 흘려보내요. 꼭지를 고속으로 여닫아서 평균 유량을 맞추는 셈이죠. 스위칭 주파수가 높을수록 변압기를 작게 만들 수 있어서 가볍고, 열로 버리는 에너지가 적어 효율도 훨씬 좋아요. 지금 여러분 책상 위의 충전기가 손바닥보다 작은 게 다 이 원리 덕분이에요.

그래서 진실은 뭐냐면

켄 시리프가 찾아본 역사는 이래요. 스위칭 전원의 개념과 실용화는 1960년대 항공우주 분야에서 이미 활발했어요. 우주선은 무게 1kg을 줄이는 게 곧 돈이라서, 무거운 리니어 전원 대신 스위칭 방식을 일찍부터 썼거든요. 1970년대 초반에는 HP나 텍트로닉스 같은 회사들이 상용 장비에 스위칭 전원을 넣고 있었고, 애플 II가 나온 1977년 즈음에는 보셔트(Boschert) 같은 전문 업체가 스위칭 파워를 제품으로 팔고 있었어요. 로드 홀트의 설계는 분명 깔끔하고 훌륭한 엔지니어링이었지만, '최초'도 '업계가 베낀 원본'도 아니었던 거죠.

그럼 뭐가 판을 바꿨을까요? 시리프의 답은 트랜지스터예요. 가정용 전기를 정류하면 수백 볼트의 높은 전압이 나오는데, 이걸 초당 수만 번씩 견디며 끊어줄 수 있는 고전압·고속 스위칭 트랜지스터가 1970년대에 들어서야 쓸 만한 가격으로 나왔거든요. 부품이 준비되자 업계 전체가 거의 동시에 스위칭 방식으로 이동했고, 애플도 그 큰 흐름 위에 있었던 회사 중 하나였다는 거예요. 혁신의 방아쇠는 한 천재의 영감이 아니라 부품 단가표였던 셈이죠.

영웅 신화는 왜 자꾸 만들어질까요

기술의 역사를 보면 발명은 대부분 점진적이고 동시다발적이에요. 조건이 무르익으면 여러 곳에서 비슷한 게 거의 동시에 튀어나오거든요. 그런데 사후에 이야기로 정리될 때는 한 명의 천재 서사로 압축되는 일이 많아요. 에디슨과 전구가 그랬고, 이번 건은 잡스 특유의 '현실왜곡장'이 만들어낸 대표 사례인 거죠. 회사의 마케팅 서사가 수십 년 뒤의 역사 인식까지 바꿔놓을 수 있다는 점이 이 글의 진짜 교훈이에요.

한국 개발자에게 주는 시사점

두 가지를 챙길 만해요. 하나는 1차 자료를 확인하는 습관이에요. 유명인의 회고나 발표 키노트의 서사는 출발점일 뿐, 당시의 데이터시트와 제품 매뉴얼, 논문을 찾아보면 다른 그림이 나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다른 하나는 전원부에 대한 기초 지식이에요.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도 USB-PD 충전 협상이나 GaN 충전기, 임베디드 보드의 전원 설계 같은 데서 의외로 자주 만나는 주제라, 리니어와 스위칭의 차이 정도는 알아두면 두고두고 쓸모가 있어요.

마무리

정리하면, 애플 II의 전원장치는 훌륭했지만 혁명은 트랜지스터가 일으켰고, 우리가 아는 '잡스의 신화' 중 일부는 검증이 필요한 이야기라는 거예요. 여러분이 믿고 있던 기술사 중에, 알고 보니 신화였던 사례가 또 뭐가 있을까요?


🔗 출처: Hacker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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