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톱만 한 칩 안에 도시 하나가 들어간다
요즘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의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나 데이터센터의 AI 가속기 안에는 트랜지스터가 수백억 개씩 들어 있어요. 손톱만 한 칩 위에 도쿄 인구의 몇 배쯤 되는 "스위치"가 빼곡히 박혀 있다고 생각하면 감이 잡히죠. 이걸 가능하게 만든 건 한 가지 기계 덕분이에요. 바로 네덜란드 회사 ASML이 만드는 EUV(극자외선) 노광장비예요.
이 글에서 다루는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기계"가 바로 그 EUV 노광기인데요. 한 대 가격이 약 2억 달러, 우리 돈으로 2,800억 원 안팎이고, 더 진보된 High-NA EUV는 4억 달러를 넘어요. 무게는 180톤, 부품 수는 10만 개 이상. 보잉 747 한 대보다 훨씬 더 정교한 물건을 한 회사에서 한 해 수십 대만 만들어내요. 그런데 이 한 대가 없으면 인류가 7나노미터 이하의 최첨단 칩을 만들 방법이 사실상 없어요.
빛으로 그림을 그리는 기술, 노광이 뭔데
노광(lithography)이라는 단어가 좀 낯설 수 있어요. 쉽게 말하면 사진 인화 같은 거예요. 빛을 마스크(필름 같은 거)에 통과시켜서 웨이퍼라는 실리콘 원반 위에 회로 패턴을 새기는 작업이거든요. 다만 그리려는 선의 굵기가 머리카락 굵기의 1만 분의 1쯤 되니까, 보통 빛으론 어림도 없죠.
그래서 점점 더 짧은 파장의 빛을 써왔어요. 가시광선(400~700nm)에서 시작해, 자외선, DUV(심자외선, 193nm)를 지나, 마침내 EUV(13.5nm)까지 왔어요. 파장이 짧을수록 더 가는 선을 그릴 수 있거든요. 그런데 13.5nm짜리 빛은 너무 에너지가 강해서 공기에도 흡수되고, 일반 유리 렌즈도 통과를 못 해요. 그래서 EUV 장비 안은 진공 상태고, 빛을 "휘게" 하는 데 렌즈 대신 거울을 써요. 그것도 그냥 거울이 아니라 분자 단위로 평탄도를 맞춘 다층 반사경이에요. 이 거울 표면을 지구 크기로 확대해도 가장 높은 봉우리가 1mm를 넘지 않을 정도로 매끈하게 갈아 만들어요.
액체 주석을 총으로 쏴서 빛을 만든다
더 놀라운 건 EUV 광원을 만드는 방식이에요. 진공 챔버 안에서 녹은 주석 방울을 초당 5만 개씩 떨어뜨리고, 그 방울 하나하나를 고출력 CO2 레이저로 두 번 때려요. 첫 번째 펄스로 방울을 납작한 팬케이크 모양으로 만들고, 두 번째 펄스로 그걸 플라즈마로 바꾸면서 13.5nm의 EUV 빛이 튀어나오는 식이에요. 이 과정이 1초에 5만 번 반복돼요. 글로 쓰니까 SF 같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대만 TSMC, 한국 삼성전자, 미국 인텔의 팹 안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에요.
그리고 이걸 다 통과한 빛이 마스크에 반사되어 웨이퍼 위에 회로를 그리는데, 한 장의 웨이퍼에 수백 번의 노광을 거치고, 노광 사이사이에 식각·증착·세정 같은 수백 단계의 공정이 끼어들어요. 칩 한 개가 만들어지는 데 3~4개월이 걸리는 이유죠.
이 기계는 왜 한 회사만 만들까
글에서 강조하는 또 하나의 포인트는 "공급망의 극단적 집중"이에요. EUV 노광기를 만들 수 있는 곳은 전 세계에 ASML 단 한 곳이에요. 그 ASML조차도 핵심 부품을 자기들이 다 만들지 못해요. 광원은 미국 회사 사이머(Cymer, ASML이 인수했지만 미국에 본거지)에서 오고, 거울은 독일 자이스(Carl Zeiss SMT)가 만들고, 정밀 스테이지·진공 펌프·레이저 등은 일본·미국·독일의 수많은 전문 업체에서 와요.
트랜지스터 하나를 더 작게 만들기 위해 인류 전체가 분업해서 한 대를 조립하는 셈이죠. 그래서 미·중 반도체 갈등에서 "중국에 EUV 수출 금지"라는 카드가 그렇게 강력한 거예요. 한 회사, 한 나라에서 그 기계를 못 만든다는 건 칩 미세화 경쟁에서 사실상 손을 떼야 한다는 뜻이거든요.
한국 개발자에게 주는 의미
소프트웨어를 짜는 입장에선 "내 코드가 결국 어떤 기계 위에서 돌아가는가"를 가끔 떠올릴 필요가 있어요. AI 모델을 학습시킬 때 쓰는 H100, B200 같은 GPU는 모두 EUV로 만들어져요.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매년 더 빠른 칩"이라는 흐름은, 사실 이 기계가 한 단계씩 더 가는 선을 그어주기 때문에 가능한 거예요.
한국은 이 생태계의 핵심 플레이어예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EUV의 가장 큰 고객사 중 하나고, 동진쎄미켐의 EUV용 포토레지스트, 에스앤에스텍의 블랭크 마스크 같은 소재·부품에서도 의미 있는 점유율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임베디드, 시스템 SW, AI 인프라 쪽 일을 한다면 "노드 미세화 로드맵"을 알아두는 게 단순 교양 이상의 의미가 있어요. 어떤 칩을 언제 쓸 수 있을지가 결국 제품 로드맵을 좌우하니까요.
마무리
인류가 만든 가장 복잡한 기계 위에서 우리의 코드가 돌아간다는 사실, 가끔은 경외감을 갖고 들여다볼 만하지 않나요? 미세화의 한계가 점점 다가오는 지금, 다음 도약은 어디서 올 거라고 보시나요?
🔗 출처: Hacker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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