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외과 수술이 기억 연구의 역사를 바꿨습니다. 간질 치료를 위해 해마를 제거한 환자 H.M.은 새로운 기억을 전혀 만들지 못하게 됐지만, 놀랍게도 거울 보고 그림 그리기 같은 '운동 기술'은 반복할수록 능숙해졌습니다. 정작 본인은 연습한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했는데도요. 카블리상 수상자 브렌다 밀너는 이 모순을 파고들어, 기억이 단일한 능력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스템으로 나뉘어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사실과 사건을 떠올리는 '서술 기억'과 몸이 익히는 '절차 기억'은 뇌의 다른 영역에서 별개로 작동한다는 것이죠. 이 발견은 저장과 학습이 분리될 수 있다는 통찰을 남겼습니다. 단일 메모리가 아니라 용도별로 분화된 저장·처리 구조, 그리고 명시적 데이터와 학습된 가중치를 구분하는 오늘날 AI 아키텍처의 사고방식과도 묘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인간의 기억을 모델링하려는 엔지니어라면 곱씹어볼 만한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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