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슨 일이 있었나요
기계식 키보드 좀 만져본 개발자라면 FILCO라는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거예요. Majestouch, Minila 같은 모델로 유명한 일본의 정통 기계식 키보드 브랜드죠. 이 브랜드를 만들어온 회사 Diatec(다이아텍)이 영업을 종료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어요. 홈페이지에 공식 안내가 올라왔고, 기존 재고가 소진되는 대로 더 이상 신제품은 나오지 않게 됩니다.
FILCO는 커스텀 키보드가 유행하기 훨씬 전부터, 체리(Cherry) MX 스위치를 정직하게 얹은 "기본기 좋은 완제품 키보드"의 대표 주자였어요. 한국에서도 200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에 기계식 입문자들이 가장 많이 거쳐 간 브랜드 중 하나였죠. 그래서 이번 소식이 단순한 한 회사의 폐업이 아니라, 키보드 시장의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사건처럼 읽히는 거예요.
FILCO가 왜 특별했냐면
FILCO 키보드의 특징은 화려함보다 견고함이었어요. 요즘 유행하는 커스텀 키보드처럼 가스켓 마운트, 폼 튜닝, 스태빌라이저 루브 같은 걸 공장에서 해주는 제품은 아니었지만, 대신 10년 넘게 고장 없이 쓸 수 있는 내구성으로 인정받았죠. 텐키리스 레이아웃(숫자 패드를 뺀 87키 구성)을 대중화한 것도 FILCO의 공이 커요.
Majestouch 시리즈는 "체리 MX 갈축을 써보고 싶은데 어디서 사지?"라는 질문에 가장 많이 추천되던 답이었고, 미니라(Minila)는 60% 콤팩트 레이아웃의 초창기 대표작이었어요. 특히 PBT 키캡, 2단계 스텝 스컬처 구조, 케이블 분리 가능 같은 지금은 당연해 보이는 요소들을 일찍부터 채택해온 브랜드예요.
왜 이런 회사가 문을 닫을까
여기서 업계 흐름을 읽을 필요가 있어요. 최근 10년간 기계식 키보드 시장은 두 갈래로 찢어졌거든요. 한쪽은 게이밍 대기업(Logitech, Razer, Corsair) 이 RGB와 무선 기능, 소프트웨어 생태계로 밀고 들어왔고, 다른 쪽은 커스텀 커뮤니티(GMK, Keychron, Mode, 국내의 레오폴드·한성 등)가 소음 튜닝과 타건감을 극한까지 밀어붙였어요.
FILCO는 이 두 흐름 사이에 끼인 셈이에요. 게이밍 기능은 약하고, 커스텀처럼 화려한 타건감 튜닝도 없고, 그렇다고 저가 포지션도 아니니까요. 게다가 "완제품인데 가격은 커스텀급"이라는 인식이 굳어지면서, 가성비를 중시하는 신규 유저들에게 선택받기 어려워졌죠. 비슷한 처지에서 레오폴드(한국 아이로닉스)도 최근 몇 년간 프리미엄 포지셔닝으로 버티고 있는데, 쉽지 않은 싸움인 건 비슷해요.
또 하나 현실적인 요인은 체리 스위치의 독점 시대 종료예요. 예전엔 "진짜 기계식 = 체리"라는 공식이 있었지만, Gateron, Kailh, TTC, 그리고 중국의 수많은 신생 스위치 업체들이 품질을 따라잡았고, 오히려 더 다양한 타건감을 내놓게 됐어요. "정통 체리 완제품"이라는 FILCO의 간판이 약해진 배경이죠.
한국 개발자 입장에서 느끼는 것
개발자에게 키보드는 단순한 주변기기가 아니잖아요. 하루 8시간 이상 손가락이 닿는 장비니까요. FILCO의 폐업은 "오래 쓸 수 있는 정직한 도구"라는 가치가 시장에서 점점 주류가 아니게 됐다는 신호로 읽혀요. 요즘은 1~2년 쓰고 새 키보드로 갈아타는 문화가 오히려 자연스러워졌고요.
지금 FILCO를 쓰고 있는 분들은 당황할 필요는 없어요. 이미 체리 스위치 수명이 5천만 타 수준이라 앞으로도 몇 년은 문제없이 쓸 수 있고, 키캡이나 스위치는 호환 부품으로 교체 가능하거든요. 다만 동일한 "완제품 + 정직한 체리 +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을 찾는다면, 레오폴드 FC 시리즈, 바밀로 V 시리즈, HHKB(정전용량 무접점이라 결은 다르지만) 정도가 현실적 대안이에요.
조금 더 취향에 맞춰 파고들고 싶다면 Keychron Q 시리즈나 국내 커스텀 그룹바이에도 눈길을 줘볼 만해요. QMK/VIA 펌웨어로 키맵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어서, 개발자 친화적인 매크로 설정이 가능하거든요.
한 줄 정리
FILCO의 퇴장은 "좋은 기본기"만으로 승부하던 시대의 끝을 보여주는 장면이에요. 여러분은 어떤 키보드로 코드를 치고 있고, 그걸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본 기준은 뭐였나요?
🔗 출처: Hacker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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