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 라디오4가 90년 넘게 써온 드로이트위치 장파(198kHz) 송신소가 곧 꺼집니다. 이유가 의미심장합니다. 송신기 심장부에 들어가는 특수 진공관(밸브)이 더 이상 생산되지 않아, BBC는 남은 재고를 사재기하며 겨우 버텨왔습니다. 부품 단종으로 끝나는 전형적인 레거시 시스템의 최후죠. 더 흥미로운 건 숨은 의존성입니다. 이 장파 신호에는 라디오 텔레스위치 시스템(RTS)이 얹혀 있어, 수십만 가구의 심야 전기요금제 계량기를 자동 전환해 왔습니다. 즉 방송 인프라가 전력 과금 인프라까지 떠받치고 있던 셈이라, 송신 종료 전에 스마트미터로의 전환이 시급한 과제가 됐습니다. IT 종사자에게 이 이야기는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기술 부채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작동만 잘 되는 시스템도 부품·인력의 단종 앞에서는 무너지고, 오래된 인프라에 알게 모르게 얹힌 의존성을 정리하지 않으면 종료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점. 우리 코드베이스의 그 오래된 모듈을 떠올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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