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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cker News 2026.07.27 33

평생 시간 맞출 필요 없는 시계, DIY로 만들다: 라즈베리 파이와 LLM의 합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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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침대맡 시계에는 오래된 불편이 하나 있다. 정전이 한 번 스치거나 서머타임이 시작·종료될 때마다 사람이 직접 버튼을 눌러 시간을 다시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한 기술 필자는 최근 정전 후 다시 시계 앞에 서서 'HOUR' 버튼을 연타하다가 결국 스스로 시간을 맞추는 시계를 직접 만들기로 했다. 그가 원한 조건은 명확했다. 네트워크로 자동 시각 동기화가 되고, 서머타임을 스스로 처리하며, 초 단위 오차 없이 정확하고,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별도 앱 설치가 필요 없어야 했다. 그리고 반드시 빨간색 7세그먼트 디스플레이여야 했다. 이 모든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기성품은 시장에 존재하지 않았고, 결국 직접 제작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왜 마이크로컨트롤러가 아니라 라즈베리 파이였나

하드웨어 선택지는 크게 두 갈래였다. 하나는 아두이노 계열 마이크로컨트롤러, 다른 하나는 라즈베리 파이였다. 필자는 라즈베리 파이 제로 W와 제로 2 W를 사용했다. 이유는 실무적이었다. 데비안 기반 운영체제 위에서 Wi-Fi와 NTP를 그대로 쓸 수 있어 '시계가 알아서 시간을 맞추고 갱신한다'는 요구를 자연스럽게 충족하고, 익숙한 리눅스 원격 관리 방식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는 Adafruit의 1.2인치 7세그먼트 LED 모듈과 이를 구동하는 HT16K33 컨트롤러가 담긴 '백팩' 보드 키트를 골랐다. 다만 이 조합에는 납땜이 필요했는데, 필자는 납땜 경험이 전혀 없어 입문용 인두 키트와 60/40 땜납, 그리고 노안 때문에 탁상용 확대경까지 새로 사야 했다.

한 가지 주목할 대목은, 필자 스스로 이 선택이 최선은 아니었을 수 있다고 인정한 점이다. 라즈베리 파이는 현재 물량이 극히 부족하고, Adafruit 디스플레이를 구동하는 목적만 놓고 보면 Wi-Fi와 I2C를 기본 지원하면서 데비안이라는 무거운 운영체제를 끌고 오지 않는 ESP32가 오히려 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평소 익숙한 도구'와 '작업에 최적인 도구'가 늘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이 프로젝트는 솔직하게 드러낸다.

스스로 인정한 한계, LLM이 메운 개발 영역

필자는 자신을 devops의 'ops' 쪽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인프라 운영은 익숙하지만 코드를 짜는 'dev' 역량은 부족하다는 뜻이다. systemd 타이머와 서비스, 사내 NTP와 apt 미러, Gitea 액션 기반 배포 파이프라인 같은 운영 영역은 무리 없이 다뤘다. 문제는 I2C로 디스플레이와 통신하는 파이썬 코드였다. 오랫동안 쓰지 않아 굳어버린 파이썬 실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웠고, 이 지점에서 프로젝트는 재미에서 부담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코딩 작업을 LLM에 넘겼다. 필자는 Claude Code를 사용해 Opus 4.8, 이후에는 새로운 Fable 모델로 작업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결과물은 잘 정돈된 파이썬 파일들과 테스트 스위트였고, 만족스러운 품질 덕분에 HomeKit 연동, 설치 루틴, 배포 파이프라인 세부, 저장소 문서 대부분까지 LLM에 맡겼다. 그는 LLM 없이는 이 프로젝트를 끝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솔직하게 적었다. 검증하기 어려운 출력을 LLM에 맡기는 일이 위험할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인라인 주석의 도움으로 결과를 따라 읽으며 흐름을 이해할 정도의 파이썬 지식은 남아 있었다는 점이 안전판이 됐다.

완성된 애플리케이션은 비특권 서비스 계정으로 도는 정식 systemd 서비스로, HomeKit 명령을 수신하는 동시에 유닉스 소켓을 통해 로컬 터미널에서도 제어할 수 있다. 배포는 로컬 Gitea 저장소에 태그를 푸시하면 러너가 릴리스 아티팩트를 만들어 배포 전용 권한만 가진 별도 계정으로 파이에 밀어 넣는 구조다. 취미 프로젝트치고는 권한 분리와 자동 배포까지 갖춘 셈이다.

CAD와 물리적 마감, 그리고 로컬 모델 실험

소프트웨어만큼이나 까다로웠던 것은 케이스였다. 같은 Adafruit 디스플레이를 위해 설계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3D 프린팅 인클로저를 찾았지만 완전히 맞지는 않았고, 수정을 위해 Autodesk Fusion을 다뤄야 했다. 필자는 파라메트릭 모델링이 프로그래밍보다 더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대목은 Fusion이 이제 MCP 서버를 탑재해 LLM이 애플리케이션을 원격 제어하며 모델을 수정하도록 시킬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는 GB10 기반 Acer Veriton GN100에서 로컬로 구동한 양자화 Qwen 3.6-35B로 먼저 시도했는데, 한 가지 수정은 성공했지만 다른 하나는 실패해 결국 Claude Code와 Fable로 대부분의 모델 조정을 마무리했다. 로컬 모델은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가능성을 보였다는 평가다.

물리적 마감에서도 실용적인 문제들이 이어졌다. Adafruit 디스플레이는 밝기 조절이 되지만 최저 밝기에서도 어두운 침실에는 지나치게 밝았다. 그래서 12% 중성 밀도 필터(NDF)와 연막색 아크릴을 조합해 빛을 눌렀고, 이를 수용하도록 케이스를 여러 조각으로 나누고 아크릴을 끼울 홈과 정렬 핀·구멍을 추가했다. 이 모든 수정이 서포트 없이 프린팅되도록 오버행을 만들지 않는 방향으로 이뤄졌다는 점은 3D 프린팅 실무자에게 참고할 만한 설계 원칙이다. 최소 세 차례의 대규모 개정을 거쳤고, 앞쪽 베젤은 여전히 전기 테이프나 순간접착제로 고정해야 하는 미완의 부분으로 남았다.

결과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하나의 성공적인 취미 활동인 동시에, 운영 역량은 있지만 개발과 CAD 역량이 부족한 사람이 LLM과 MCP를 지렛대 삼아 자기 손이 닿지 않던 영역까지 완성해내는 과정의 사례다. 필자 자신도 인정하듯 타협해서 기성 시계를 샀다면 돈과 시간을 훨씬 아꼈을 것이다. 부품이 배송되기를 기다린 시간이 실제 작업 시간보다 길었을 정도다. 다만 이 이야기가 주는 실무적 함의는 분명하다. LLM은 이제 개인 취미 수준의 프로젝트에서 부족한 전문 역량을 메우는 현실적 도구가 됐지만, 출력의 흐름을 최소한이라도 읽어낼 수 있는 배경 지식과 권한 분리·서포트리스 설계 같은 기본기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안정적인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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