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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cker News 2026.08.20 33

편의점이 관광지가 되는 시대: '외국 마트 순례'가 뜨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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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도시에 도착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박물관이나 전망대가 아니라 동네 슈퍼마켓인 여행자가 늘고 있다. 도쿄의 세븐일레븐에서 폭신한 계란 샌드위치와 가쓰 카레 빵, 말차 킷캣을 바구니에 쓸어 담고 계산도 하기 전에 사진부터 찍는 풍경은 이제 특별한 장면이 아니다. 치약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경험' 자체를 사러 온 사람들이다. 힐튼의 2026 트렌드 리포트는 여행자의 77%가 해외에서 식료품점 방문을 즐긴다고 집계했고, 콘데나스트 트래블러는 이 '그로서리 투어리즘'을 2026년 가장 큰 여행 트렌드 중 하나로 꼽았다.

업계도 이 흐름을 감지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핀란드 최대 식료품 체인 중 하나인 K-슈퍼마켓은 올해 초 세계 최초로 자사 매장을 트립어드바이저에 공식 관광지로 등록했다. 헬싱키의 한 지점은 옥상 벌통에서 자체 생산한 꿀을 파는 것으로, 다른 지점은 수제 맥주 셀렉션으로 이름을 알렸다. 각 지점은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지역 특성에 맞춰 변형된다. 슈퍼마켓이 하나의 목적지로 상품화되기 시작한 셈이다.

큐레이션되지 않은 진짜 일상

외국 슈퍼마켓의 매력은 역설적이게도 '아무도 여행자를 위해 꾸미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진열대의 어떤 상품도 관광청 인증을 받지 않았고, 외지인의 시선을 의식해 배치되지 않았다. 예약 시간을 지켜 입장하는 미술관과 바이럴 포토 스폿이 넘쳐나는 시대에, 동네 마트의 통로를 어슬렁거리는 일은 각본 없는 경험에 가깝다. 기념비가 한 나라가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는지 보여준다면, 슈퍼마켓은 그 나라가 오늘 어떻게 사는지를 드러낸다. 사람들이 아침에 무엇을 먹는지, 통조림 생선을 몇 종류나 두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지가 진열대에 그대로 담긴다. 잠깐이나마 관광객과 현지인이 같은 공간에서 똑같은 동선을 따라 움직인다.

해외에서 산 과자가 유난히 맛있게 느껴지는 데는 심리학적 설명이 있다. 옥스퍼드의 실험심리학자 찰스 스펜스 교수는 이를 '프로방스 로제 역설'의 소박한 버전으로 설명한다. 여름 휴가지에서 마신 와인이 추운 겨울밤 집에서 열면 결코 그때 그 맛이 나지 않는 현상이다. 도쿄에서 먹은 계란 샌드위치나 해외에서 집어 든 감자칩은 맛만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그 분위기와 환경이 함께 미각의 일부가 된다. 여행지의 발코니에서 먹던 새 맛 감자칩이 귀국 후에는 어쩐지 마법을 잃는 이유다.

익숙함이 만드는 탐험의 여유

소비자심리학자이자 휴머나이징 브랜즈 창립자인 케이트 나이팅게일은 이 트렌드가 여행자들이 원하는 것의 근본적 변화를 반영한다고 본다. 관찰만 하는 여행이 아니라 진정성 있고 참여적이며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일부가 되는' 경험을 원한다는 것이다. 슈퍼마켓은 바로 그 조건을 충족한다. 바구니를 들고 통로를 돌아 계산대에 줄을 서는 방식은 전 세계적으로 거의 동일하다. 나이팅게일은 "익숙함이 뇌를 더 탐험적으로 만들어, 공간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걱정하는 대신 다른 점을 모두 알아차리게 한다"고 설명한다. 부모가 가까이 있다는 걸 알면 아이가 놀이터로 뛰어나가 탐험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실무적으로 보면 이 현상은 접근성과 참여성이라는 두 축으로 정리된다. 미슐랭 식당이나 프라이빗 푸드 투어는 예산의 장벽이 있지만, 10유로면 누구나 현지 간식과 낯선 음료로 바구니를 채울 수 있다. 미술관이나 가이드 투어가 완성된 경험을 건네주는 것과 달리, 슈퍼마켓에서는 경험을 스스로 조립한다. 집에서라면 최대한 빨리 들렀다 나오는 공간이, 여행지에서는 처음 보는 과일 앞에 멈춰 서고 색과 그림만으로 정체를 추측하게 만드는 능동적 공간으로 바뀐다. 콘텐츠와 리테일 업계가 주목할 지점은 여기, 정형화된 상품이 아니라 '해석의 여지'가 몰입을 만든다는 대목이다.

다만 이 트렌드에는 스스로를 갉아먹는 한계가 있다. 일본 가와구치코의 한 로손 편의점은 지붕 너머로 후지산이 걸리는 구도가 알려지면서 촬영객이 몰려들었고, 당국은 경비원과 차단 바리케이드, 인파 통제 인력을 투입한 끝에 결국 거대한 검은 가림막으로 전망 자체를 막아버렸다. 슈퍼마켓이 '평범한 일상의 단면'으로 기능하는 것은 아무도 여행자를 위해 연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관광객이 현지인 수를 넘어서는 순간, 그곳은 더 이상 평범한 가게가 아니게 된다. 진정성을 소비하려는 시도가 바로 그 진정성을 파괴하는 구조적 딜레마다.

결국 이 흐름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사람들은 완성되어 제공되는 경험보다, 스스로 발견하고 참여하는 날것의 순간에 더 큰 가치를 둔다. 아테네의 유제품 냉장고 앞에서 알아볼 수 없는 라벨을 하나씩 뒤집어 보다가, 카트를 멈추지 않고 지나가며 하나를 집어 든 현지인을 따라 같은 요거트를 사는 경험 — 그 사소한 참여가 여행의 기억으로 남는다. 리테일이든 여행이든 콘텐츠든, 이용자에게 해석의 여백과 자기 주도의 여지를 남기는 설계가 왜 힘을 갖는지를 이 작은 트렌드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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