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도 편집, 퀴즈 풀듯 할 수 있다면요?
OpenStreetMap(OSM)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지도계의 위키피디아'라고 불리는 프로젝트인데요. 구글 지도처럼 한 회사가 소유한 지도가 아니라, 전 세계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그리고 다듬는 공개 지도예요. 누구나 데이터를 무료로 가져다 쓸 수 있어서 수많은 앱과 서비스의 기반이 되고 있고요. 포켓몬고 같은 게임의 지도도 OSM 데이터를 쓰는 걸로 유명하죠. 그런데 이 프로젝트에는 오래된 고민이 하나 있어요. '보는 사람'은 많은데 '기여하는 사람'은 적다는 거예요. 이유는 단순해요. 기여하기가 어렵거든요.
OSM의 데이터는 '태그'라는 키-값 쌍으로 표현돼요. 예를 들어 벤치 하나를 등록하려면 amenity=bench 같은 태그를 알아야 하고, 등받이 유무는 backrest=yes 같은 식으로 적어야 해요. 이 태그 체계가 방대하고 관례도 복잡해서, 지도에 뭔가 하나 추가해보려다가 문서만 읽다 포기하는 분들이 많았거든요. 오늘 소개할 MapComplete는 바로 이 진입장벽을 허물어버린 도구예요.
질문에 답하면 지도가 됩니다
MapComplete의 아이디어는 단순한데 강력해요. 태그를 직접 입력하게 하는 대신, 사람이 답할 수 있는 쉬운 질문으로 바꿔서 보여주는 거예요.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자전거 정비소', '음수대', '벤치', '휠체어 접근성' 같은 주제별 지도(테마)가 수십 개 준비돼 있는데요. 예를 들어 벤치 테마를 열고 집 앞 공원의 벤치를 누르면 "이 벤치에 등받이가 있나요?", "재질은 뭔가요?" 같은 질문이 떠요. 버튼 몇 번 누르면 끝이에요. 그러면 MapComplete가 그 답을 올바른 OSM 태그로 변환해서 실제 지도 데이터에 반영해주는 거죠. 사진을 찍어 올릴 수도 있고요. OSM 계정으로 로그인만 하면 되고, 별도 설치 없이 모바일 브라우저에서도 잘 돌아가요.
기술적으로 재미있는 부분은 테마가 '선언적 설정'으로 정의된다는 점이에요. 이게 뭐냐면, 새로운 주제의 지도를 만들 때 코드를 짜는 게 아니라 "어떤 대상을 보여줄지, 어떤 질문을 던질지, 답을 어떤 태그로 저장할지"를 JSON 설정 파일로 기술하는 방식이거든요. 덕분에 프로그래밍을 깊게 몰라도 자기 관심사에 맞는 테마를 만들어 붙일 수 있고, 실제로 커뮤니티가 만든 테마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프로젝트 자체도 오픈소스라서 누구나 개선에 참여할 수 있고요.
StreetComplete와는 뭐가 다를까요
이 분야에는 이미 유명한 선배가 있어요. 안드로이드 앱 StreetComplete인데요. 지도 위에 '퀘스트' 핀을 띄워서 게임하듯 기존 데이터의 빈칸을 채우게 하는 앱이에요. 둘은 철학이 닮았지만 역할이 조금 달라요. StreetComplete는 모바일 전용이고 이미 등록된 장소의 정보를 보완하는 데 집중하는 반면, MapComplete는 웹 기반이라 어느 기기에서든 열리고, 새로운 지점을 추가하는 것도 되고, 테마를 통한 확장성이 훨씬 커요. 전문가용 에디터인 iD나 JOSM이 '모든 걸 할 수 있지만 배워야 하는' 도구라면, 이 두 도구는 '할 수 있는 걸 줄인 대신 아무나 쓸 수 있는' 도구인 셈이죠. 기여의 단위를 잘게 쪼개고, 도메인 지식을 UI가 대신 흡수하는 크라우드소싱 설계의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한국 개발자에게는요
솔직히 한국에서는 네이버 지도와 카카오맵이 워낙 강력해서 OSM의 존재감이 약해요. 그러다 보니 한국 지역의 OSM 데이터는 상세함이 아쉬운 편이거든요. 그런데 거꾸로 보면 이게 기회이기도 해요. 글로벌 서비스를 만들 때, 게임이나 시각화 프로젝트에서 지도 데이터가 필요할 때, 라이선스 걱정 없이 쓸 수 있는 건 사실상 OSM뿐이에요. 한국 데이터가 좋아질수록 그 혜택은 한국 개발자들에게 돌아오는 구조죠. 출퇴근길에 MapComplete로 동네 데이터를 채워보는 건 꽤 괜찮은 취미가 될 수 있어요. 그리고 제품 만드는 분들에게는 이 도구 자체가 교과서예요. '사용자 기여를 받고 싶은데 진입장벽이 높다'는 문제를 어떻게 UX로 풀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살아있는 사례거든요.
마무리
정리하면, MapComplete는 "전문 지식이 필요한 기여를 누구나 답할 수 있는 질문으로 바꾸면 참여가 늘어난다"는 걸 보여주는 도구예요. 여러분이 만드는 서비스에서도 사용자 기여의 문턱을 이렇게 낮춰볼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요? OSM에 기여해본 경험이 있다면 어떤 도구를 쓰셨는지도 궁금해요.
🔗 출처: Hacker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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