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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cker News 2026.08.10 28

침묵의 문학사: 소음의 시대에 '조용함'을 다시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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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매클로플린(Kate McLoughlin)의 신간 『Silence: A Literary History』(옥스퍼드대 출판부)는 침묵이라는 주제를 문학사 전체에 걸쳐 훑는 방대한 저작이다. 옥스퍼드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베오울프』의 텅 빈 홀에서 시작해 코로나19 봉쇄기까지, 그리고 그 너머까지 시야를 넓힌다. 본문과 주석을 합쳐 696쪽에 달하고, 그중 221쪽이 아주 작은 글씨의 주석으로 채워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저자가 얼마나 넓게 그물을 던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뉴요커의 서평자는 이 책의 야심을 인정하면서도, 침묵이 욕망이나 신앙, 질병처럼 경계를 긋기 어려운 '넘쳐흐르는 주제'라는 점을 지적한다.

하나의 단어, 서로 모순되는 의미

침묵의 흥미로운 점은 그것이 정반대의 두 가지를 동시에 뜻한다는 데 있다. 서평자는 『천로역정』의 저자 존 버니언을 예로 든다. 그의 영적 자서전 『넘치는 은혜』에서 침묵은 한편으로 죄 많은 세상의 소란 속에 내려앉는 거룩한 고요, 즉 마음속에서 짖어대던 '주인 없는 지옥의 사냥개들'을 잠재우는 평안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1660년 공개 설교로 체포된 버니언에게 침묵은 진실을 말하기 위해 반드시 찢어내야 할 재갈이었다. 석방되면 다시 설교하겠다고 답한 그를 두고 1905년 미국판 삽화는 '버니언은 침묵당하기를 거부한다'고 적었다. 같은 단어가 성스러운 고요이자 억압의 도구인 셈이다. 매클로플린의 책 곳곳에 이런 역설이 흩어져 있다.

소음 반대 운동에서 하이든까지

저자의 탐색은 문학의 정전에만 머물지 않는다. 1933년 창설된 '반소음연맹'은 일상의 볼륨을 실제로 낮추려 했고, 1935년 사우스켄싱턴 과학박물관 전시에서는 '매우 조용한' 물내림을 자랑하는 변기까지 선보였다. 반대로 책의 마지막 장은 하이든 교향곡 45번 '고별'을 다룬다. 악보의 지시에 따라 연주자들이 한 파트씩 보면대의 촛불을 끄고 무대를 떠나며 음악이 잦아드는 장면이다. 2021년 영국 BBC의 '스트릭틀리 컴 댄싱'에서는 선천적 청각장애가 있는 출연자가 익숙하게 지내온 침묵을 시청자가 잠시 공유하도록 연주를 중간에 끊었다. 소리의 극단이 지나간 뒤 찾아오는 '떨리는 침묵'까지 저자는 놓치지 않으려 한다.

무게 있는 대목은 전쟁의 정적이다. 토머스 하디는 시 '그리고 거대한 고요가 있었다'에서 종전 직후 병사들이 '이상하다, 어떻게? 모든 사격이 멎었다'고 중얼거리는 장면을 그렸다. 매클로플린은 1918년 미 육군 통신대가 그 순간을 녹음한 음향 기록의 그래픽을 함께 싣는다. 왼쪽에는 총성을 나타내는 요동치는 선이, 오른쪽에는 침묵이 내려앉으며 거의 평평해진 선이 이어진다. 서평자는 '공적 기록이 그것이 담아낸 무게 때문에 예술이 될 수 있는가'라고 되묻는다. 영국에서 매년 11월 11일 오전 11시에 지키는 2분간의 묵념은 그 시각을 기리는 관습으로 지금도 이어진다.

무엇을 빼느냐가 곧 관점이다

서평이 던지는 비판도 곱씹을 만하다. 매클로플린은 침묵을 '트라우마의 침묵, 스토아적 침묵, 행복한 침묵' 셋으로 나누지만, 실제 책에서는 저항과 절망에서 비롯된 급진적 침묵이 앞서고 '행복한 침묵'은 뒤로 밀린다. 국가가 주관하는 2분 묵념 같은 형식적 침묵은 단 한 번 스치듯 언급될 뿐이다. 또한 저자가 다루는 상당 부분은 엄밀한 의미의 침묵이라기보다 그에 '인접한' 것들이다. 고독과 평온에 대한 갈망이 반드시 입을 다무는 것을 뜻하지는 않으며, 은둔이 오히려 소문의 온상을 키우기도 한다. 스스로를 '침묵의 괴물'이라 칭했으나 실제로는 쉼표조차 삼킬 만큼 수다스러웠던 마거릿 캐번디시 공작부인을 침묵의 계보에 끼워 넣는 대목에서, 서평자는 '억지스러운 지렛대질'의 흔적을 읽어낸다.

그럼에도 셰익스피어에 이르면 저자의 발판은 단단해진다. 『코리올라누스』에서 주인공은 아내를 추상명사처럼 '나의 우아한 침묵이여, 안녕!'이라 부르고 그녀는 답하지 않는다. 『겨울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죽은 줄 알았던 왕비 헤르미오네가 조각상처럼 서 있다가 말없이 되살아나고, 마침내 입을 열 때 그 말은 남편이 아니라 딸을 향한다. 한편 서평자는 침묵(Silence)이라는 이름의 인물이 취해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 『헨리 4세 2부』가 언급조차 되지 않은 점을 아쉬워하며, 저자 스스로 마지막 장을 '분량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이 책에 없는 것을 물고 늘어질 것'이라는 문장으로 열었다고 전한다.

방대한 주제일수록 무엇을 담느냐만큼 무엇을 덜어내느냐가 관점을 드러낸다. 종교적 깊이는 파고들면서 미란다 원칙 같은 침묵의 법적 함의는 손대지 않은 선택이 누군가에게는 이상하게 비칠 수 있다. 결국 이 책이 남기는 교훈은 침묵이 단일한 미덕이 아니라 맥락에 따라 평안도 억압도 되는 다면적 현상이라는 점이다. 정보의 소음이 끊이지 않고 알림과 발화가 미덕처럼 여겨지는 환경에서, 언제 말하고 언제 잠잠할지를 구분하는 감각이야말로 오래된 문학이 여전히 건네는 실용적인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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