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이 잘 모르는 잡스의 "중간 10년"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면 우리는 보통 두 장면을 그리잖아요. 1984년에 매킨토시를 들고 박수받던 청년, 그리고 1997년 애플에 복귀해 아이맥·아이팟·아이폰을 줄줄이 터뜨린 천재. 그런데 그 사이의 12년(1985~1997) 은 거의 공백처럼 다뤄져요. IEEE Spectrum이 새로 소개한 책 'Steve Jobs at NeXT' 는 바로 이 잃어버린 10년을 정면으로 들여다봅니다.
잡스는 1985년 자기가 세운 회사에서 쫓겨나요. 그리고 NeXT라는 회사를 차려서 "고등교육 시장을 겨냥한 차세대 워크스테이션"을 만들겠다고 선언합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NeXT는 상업적으로 실패했어요. 하드웨어는 거의 안 팔렸고, 결국 1993년에 하드웨어 사업을 접고 소프트웨어 회사로 바뀝니다. 그런데 이 "실패한" 회사가 사실은 오늘날 우리가 쓰는 macOS, iOS, 그리고 World Wide Web의 모태 였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NeXT 컴퓨터가 가졌던 기술적 야망
1988년에 공개된 NeXT Cube는 그 당시 기준으로 거의 SF 같은 머신이었어요. 새까만 마그네슘 큐브 케이스(한 변 30cm)에, 모토로라 68030 CPU와 디지털 신호 처리 칩(DSP), 그리고 256MB 광자기 디스크 라는 신기한 저장장치를 달았죠. CD-ROM처럼 생겼는데 쓰기도 가능한 매체예요. 가격이 당시 6500달러였으니,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1500만원이 넘어요.
하지만 진짜 혁신은 소프트웨어였습니다. NeXTSTEP 이라는 운영체제는 Mach 마이크로커널 위에 BSD 유닉스를 얹고, 그 위에 Objective-C 기반의 객체지향 프레임워크 를 쌓아 올렸어요. 이게 뭐냐면, 화면에 버튼 하나를 만들 때 객체를 마우스로 끌어다 놓고 속성만 바꾸면 되는, 당시로선 충격적인 개발 환경이었던 거죠. Interface Builder 라는 도구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Xcode 안에서 거의 같은 철학으로 살아있어요.
또 하나 놀라운 건 Display PostScript 입니다. 화면과 프린터에 똑같은 PostScript 언어로 그림을 그려서, 화면에 보이는 그대로 인쇄가 되는 "WYSIWYG"를 진정한 의미로 구현했어요. 오늘날 macOS의 Quartz, PDF 기반 렌더링이 사실 이 DNA를 그대로 이어받은 겁니다.
팀 버너스리가 NeXT를 선택한 이유
잘 알려진 일화 하나 짚고 가요. 1990년 CERN의 팀 버너스리(Tim Berners-Lee)는 월드 와이드 웹 을 발명하면서 NeXT Cube를 개발 머신으로 골랐습니다. 왜냐고요? 객체지향 프레임워크와 Interface Builder 덕분에 단 몇 달 만에 세계 최초의 웹 브라우저이자 에디터인 WorldWideWeb 을 만들 수 있었거든요. 만약 NeXT가 없었다면 웹의 탄생이 몇 년쯤 늦어졌을지도 몰라요.
상업적 실패와 그 안의 씨앗
그런데도 NeXT는 안 팔렸어요. 너무 비쌌고, 너무 닫혀 있었고(매체가 광자기 디스크라 호환성이 나빴어요), 무엇보다 윈도우 3.0/95가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던 시기였거든요. 1993년 하드웨어 사업부 폐쇄로 직원 절반이 해고됐고, 잡스는 이 시기에 가장 깊은 좌절 을 겪었다고 책은 묘사합니다.
하지만 이 실패가 그를 단련시켰어요. 그는 NeXT에서 두 가지를 배웁니다. 첫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통제해야 한다는 것. 너무 비싼 하드웨어는 안 되지만, 분리되면 사용자 경험이 무너진다는 걸 깨달았죠. 둘째, 개발자 생태계의 힘. NeXTSTEP의 객체지향 프레임워크는 적은 개발자가 짧은 시간에 강력한 앱을 만들 수 있게 해줬고, 이게 훗날 iPhone SDK 전략의 기반이 됩니다.
애플 복귀의 진짜 비밀
1996년 애플은 차세대 OS "Copland" 프로젝트가 좌초하자 외부 OS 인수를 검토해요. Be Inc.의 BeOS도 후보였지만, 결국 NeXTSTEP을 인수 합니다. 4억 2900만 달러였어요. 그리고 그 인수 과정에서 잡스가 자연스레 애플로 복귀하죠. NeXTSTEP은 곧 Rhapsody, Mac OS X로 진화하고, 그 안에 있던 Objective-C 프레임워크는 Cocoa 로 이름을 바꿔 오늘날 macOS와 iOS 앱 개발의 토대가 됩니다.
즉, 우리가 아는 "애플 르네상스"는 사실 NeXT라는 12년짜리 실패를 통째로 흡수한 결과 였던 거죠. Swift 언어조차 Objective-C의 후예이고, AppKit·UIKit의 설계 사상은 NeXTSTEP의 DNA입니다.
한국 개발자에게 주는 시사점
NeXT 이야기는 단순한 회고록이 아니에요. "실패가 어떻게 자산이 되는가" 에 대한 가장 강력한 사례거든요. 시장에선 졌지만, 만들어낸 기술과 철학이 10년 뒤 산업을 바꿨다는 이 흐름은, 단기 KPI에 시달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또한 잡스가 NeXT에서 다듬은 수직 통합 모델 은 지금 한국의 많은 IT 기업이 따라가려는 방향이기도 해요. 하드웨어·OS·앱스토어·결제까지 한 회사가 묶는 전략의 원형이 사실 NeXT의 실험에서 시작됐다는 걸 생각하면, 우리가 만드는 플랫폼의 모양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거리가 생기죠.
Objective-C, Cocoa, Mach 커널 같은 키워드는 지금도 macOS·iOS 개발에서 살아있는 개념이에요. iOS 개발자라면 한 번쯤 NeXTSTEP 시절 문서나 인터뷰 영상을 찾아보면, "왜 UIKit 클래스 이름이 NS로 시작했지?" 같은 오랜 의문이 한 번에 풀릴 거예요.
마무리
잡스의 진짜 천재성은 1984년이나 2007년에 있었던 게 아니라, 1990년대의 어두운 10년을 어떻게 견뎠는가 에 있었을지도 몰라요. 여러분은 지금 만들고 있는 "안 팔리는" 것이 있나요? 그게 10년 뒤 여러분의 가장 큰 자산이 될 가능성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본 적 있으세요?
🔗 출처: Hacker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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