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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cker News 2026.06.20 32

둠과 울펜슈타인의 그 사운드, 그 음악을 만든 사람 — 바비 프린스를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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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을 켜면 흐르던 그 사운드, 그 음악의 주인

1993년, 어두운 화성 기지에서 산탄총을 들고 악마들을 쏘던 게임 "둠(DOOM)"을 기억하시나요? 직접 안 해보셨더라도 첫 스테이지에서 흐르던 묵직한 기타 리프, "At Doom's Gate"는 어디선가 들어보셨을 거예요. 그 음악과 효과음을 만든 작곡가 바비 프린스(Bobby Prince, 본명 Robert Prince)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졌어요.

그는 둠뿐 아니라 "울펜슈타인 3D", "듀크 뉴켐 3D" 같은 1990년대 id 소프트웨어의 전설적인 게임들의 사운드를 책임졌던 사람이에요. 게이머라면 추억으로, 개발자라면 "그 시절 게임 음악은 대체 어떻게 만든 거지?"라는 기술적 호기심으로 한 번쯤 돌아볼 만한 이름이죠. 오늘은 그를 추모하면서, 당시 게임 사운드 기술 이야기를 좀 풀어볼게요.

그때는 음악을 "녹음"이 아니라 "계산"으로 만들었어요

지금이야 게임에 풀 오케스트라 녹음을 통째로 넣지만, 1990년대 초 PC는 사정이 완전히 달랐어요. 일단 사운드카드라는 게 표준이 없었어요. 애드립(AdLib), 사운드 블래스터(Sound Blaster) 같은 카드들이 각자 따로 놀던 시절이었죠. 게다가 저장 공간이 너무 부족했어요. 게임 하나를 플로피 디스크 몇 장에 욱여넣어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등장한 게 FM 합성(FM synthesis)이라는 기술이에요. 이게 뭐냐면, 실제 악기 소리를 녹음해서 파일로 저장하는 게 아니라, 사인파(매끈한 파동) 하나를 다른 파동으로 비틀고 변조해서 새로운 음색을 "계산해서" 만들어내는 방식이에요. 야마하의 OPL2, OPL3라는 칩이 이 역할을 했죠. 비유하자면, 음악 파일을 통째로 들고 다니는 게 아니라 "악보 + 악기 설정값"만 들고 다니다가 재생할 때 칩이 즉석에서 소리를 빚어내는 거예요. 그래서 용량이 아주 작았어요. 우리가 아는 MIDI랑 비슷한 발상이죠.

프린스가 대단했던 건, 이렇게 제약이 빡센 환경에서도 사람들 머릿속에 평생 박히는 멜로디를 만들어냈다는 점이에요. 그는 메탈과 하드록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는데, 표절 시비를 피하려고 원곡을 살짝씩 비틀어 자기 것으로 소화했어요. OPL 칩이 동시에 낼 수 있는 채널이 고작 9개 남짓이었는데, 그 좁은 틈에서 둠 특유의 어둡고 공격적인 사운드를 짜낸 거죠. 음악만이 아니라 그 유명한 산탄총 소리 같은 효과음도 직접 만들었고요.

제약이 오히려 개성을 만들었어요

같은 시대를 돌아보면 비슷한 이야기가 많아요. 콘솔 쪽에서는 패미컴(NES)이나 슈퍼패미컴이 칩으로 직접 소리를 내는 "칩튠"을 만들었고, PC 게임 쪽에서는 트래커로 짠 MOD 음악이 유행했죠. 다들 "용량과 채널이 부족하다"는 똑같은 벽 앞에 서 있었어요.

재미있는 건, 이 지독한 제약이 오히려 그 시대만의 독특한 사운드 정체성을 만들어냈다는 거예요. 마음껏 고음질 오디오를 쓸 수 있었다면 오히려 "그 시절 둠 느낌"은 안 나왔을지도 몰라요. 실제로 둠 사운드트랙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수많은 밴드가 커버하고, 신작 둠 게임에서 현대적으로 리메이크되고 있어요.

한국 개발자에게 주는 생각거리

옛날 이야기 같지만 사실 지금도 통하는 교훈이 있어요. 제약이 창의성을 낳는다는 거죠. 메모리 몇 KB, 채널 몇 개 안에서 최고의 결과를 뽑아내야 했던 그 시절 엔지니어링은, 오늘날 임베디드 환경이나 리소스가 빠듯한 모바일/IoT 개발과도 통하는 면이 있어요.

레트로 게임이나 인디 게임을 만드는 분이라면 칩튠과 FM 합성은 지금도 살아있는 표현 도구예요. 또 우리가 평소에 당연하게 쓰는 오디오 라이브러리와 사운드 엔진이 사실은 이런 역사 위에 쌓아 올려진 거라는 걸 알면, 도구를 보는 눈이 좀 더 깊어지거든요.

마무리

바비 프린스는 "한정된 자원 안에서도 사람의 기억에 남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사람이에요. 화려한 장비가 아니라 아이디어와 장인정신이 결국 명작을 만든다는 거죠.

여러분이 기억하는 "인생 게임 음악"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기술적 제약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던 경험, 여러분의 프로젝트에도 있으셨나요?


🔗 출처: Hacker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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