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 댈러스의 소재 기업 액티나이드(Actinide)가 스타트업으로서는 처음으로 천연우라늄을 고순도 저농축우라늄(HALEU) 영역까지 농축하는 데 성공했다고 8월 26일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이번 농축은 1세대 칼루트론(calutron) 장비로 이뤄졌으며, 이 장비는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회사의 주력 상용 제품인 농축 이터븀-176을 생산해 오클로 아이소토프스(Oklo Isotopes)에 납품하던 기계였다. 하나의 장비를 며칠 만에 재구성해 전혀 다른 동위원소를 분리했다는 점이 이 회사가 강조하는 핵심이다.
HALEU 공급망의 빈자리
HALEU는 미국 법률상 우라늄-235 함량이 5%를 넘고 20% 미만인 우라늄을 가리킨다. 미 에너지부(DOE)는 대부분의 차세대 원자로 설계가 HALEU를 필요로 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현재 국내 공급업체가 내놓을 수 있는 물량은 사실상 전무하다. 통상적인 원심분리 농축은 육불화우라늄 가스 형태의 농축우라늄을 만들어내지만, 이를 연료로 가공하려면 다시 고체 형태로 변환하는 '탈전환(deconversion)' 공정을 거쳐야 한다. 문제는 미국에 이 탈전환을 담당할 상업적 설비가 없다는 점이다. DOE는 2024년 여섯 개 기업과 계약을 맺어 이 병목을 해소하려 하고 있는데, 액티나이드는 고체 HALEU를 직접 생산해 이 단계 자체를 건너뛴다고 주장한다.
이번에 생산된 물질은 NRC 규정상 실험 목적 시설에만 적용되는 '실험실 규모 예외' 조항 아래 연구용 소량으로 만들어졌다. 독립적인 ISO/IEC 17025 인증 시험소가 측정한 농축도는 15.38%로, HALEU 정의 범위 안에 든다. 다만 이 물질을 원자로에 넣으려면 봉(rod), 펠릿, 입자 형태의 연료로 다시 가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은 회사도 분명히 하고 있다. 즉 '농축에 성공했다'는 것과 '연료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 사이에는 아직 상당한 간극이 있다.
맨해튼 프로젝트의 기술을 현대화하다
액티나이드의 칼루트론은 자기장 안에서 원자를 질량에 따라 분리하는 전자기식 동위원소 분리기다. 오크리지 Y-12에서 맨해튼 프로젝트 당시 사용된 칼루트론과 같은 기본 원리를 쓰지만, 현대적 자석과 진공 시스템, 전력 전자기기, 제어 기술에 회사 고유의 영업비밀 기술을 더해 동급 최고의 생산성을 낸다고 회사는 설명한다. 미국은 오크리지에서 칼루트론을 만들어 1998년까지 의료·산업·연구용 안정 동위원소를 공급했고, 이후 DOE가 전자기 분리 역량을 재건해 확장하고 있으나 그 능력은 여전히 정부 안에 집중돼 있다.
로버트 멘델슨 공동창업자 겸 CTO는 원심분리 공장은 한 가지 일만 하고 수십억 달러가 들며 가동까지 수년이 걸리는 반면, 자사 장비는 수십만 달러 수준의 비용으로 몇 달 안에 물질을 생산하고 어디든 배치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며칠 만에 다른 동위원소 분리로 재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에릭 올셰프스키 공동창업자 겸 CEO는 미국이 원자로 가동이나 암 치료제 생산을 좌우하는 소재를 다른 나라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5년 미국 민간 원자로 사업자들이 구매한 농축 서비스의 77%가 해외에서 왔고, 그중 26%가 러시아산, 미국산은 23%에 그쳤다.
실무자가 눈여겨볼 지점과 한계
한국을 비롯한 원자력 산업 관계자에게 이 소식의 의미는 두 갈래다. 하나는 대규모 원심분리 시설에 의존하던 농축 패러다임에 소형·분산형 전자기 분리라는 대안이 실험 단계에서나마 실증됐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고체 HALEU 직접 생산이 탈전환 병목을 우회하는 경로로 제시됐다는 점이다. 회사는 현재 2세대 분리기 '포티튜드(Fortitude)'를 제작 중인데, 자체 엔지니어링 추정으로는 이 기계 한 대가 미국 정부가 보유한 전자기 분리 설비 전체 용량의 약 절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수치는 회사 자체 추정치이며 외부 검증을 거친 상업적 실적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연구용 소량 생산과 이터븀-176의 상업 납품이며, HALEU가 실제 원자로 연료로 이어지려면 연료 가공, 규제 승인, 대량 생산 실증이라는 관문이 남아 있다. 액티나이드는 멘델슨이 7년간 연구·시제품 제작을 거친 뒤 2025년 9월 댈러스에서 설립됐고, 2026년 3월 온토 벤처스(Onto Ventures)가 주도한 초과 청약 시드 라운드를 마감했다. 기술적 참신성과 안보상 명분은 뚜렷하지만, 스타트업 한 곳이 국가 규모의 공급망 공백을 얼마나 메울 수 있을지는 다음 세대 장비의 실제 처리량과 규제 대응에서 판가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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