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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cker News 2026.06.15 33

글이 안 써질 땐 ‘딱 한 사람’을 위해 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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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안 써질 땐 ‘딱 한 사람’을 위해 써보세요

기술 글쓰기, 왜 이렇게 안 써질까

블로그 글이든 사내 문서든 README든, 막상 쓰려고 빈 화면을 마주하면 손이 안 나가는 경험 다들 있으시죠. 분명 머릿속엔 아는 내용인데 문장이 안 나와요. 그 이유 중 하나가 의외로 단순한데요, 바로 ‘모두를 위해’ 쓰려고 하기 때문이에요. 프로그래밍 만화로 유명한 Julia Evans가 던지는 조언이 딱 여기를 찌릅니다. ‘모두’가 아니라 ‘딱 한 사람’을 위해 쓰라는 거예요.

‘모두를 위한 글’이 빠지는 함정

생각해보면 ‘모두’라는 독자는 사실 존재하지 않아요. 완전 초보부터 10년 차 시니어까지 한꺼번에 만족시키려고 하면, 글이 이상하게 꼬이거든요. 초보를 챙기려니 기초 설명이 길어지고, 고수를 의식하니 갑자기 어려운 용어가 튀어나오고, 누구도 틀렸다 안 하게 만들려니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식으로 자꾸 말끝을 흐리게 돼요. 그렇게 모두를 향하다 보면 결국 아무에게도 가닿지 않는, 밍밍한 글이 나옵니다.

핵심은 ‘대상이 흐릿하면 글도 흐릿해진다’는 거예요. 어느 정도까지 풀어 설명해야 하는지, 어떤 전제 지식을 깔고 가도 되는지, 말투는 어떻게 잡을지 — 이 모든 결정의 기준이 바로 ‘독자’인데, 그 독자가 안갯속이면 결정을 내릴 수가 없는 거죠.

‘한 사람’을 정하면 결정이 쉬워진다

그래서 나오는 처방이 ‘구체적인 한 사람’을 떠올리고, 그 사람한테 설명하듯 쓰는 거예요. 옆자리 후배여도 좋고, 6개월 전 이 주제를 1도 몰랐던 과거의 나여도 좋아요. 이 사람을 정해두면 신기하게도 막혔던 결정들이 술술 풀립니다.

예를 들어 ‘이 친구는 도커는 써봤지만 쿠버네티스는 처음이지’라고 정하면, 도커 설명은 건너뛰고 쿠버네티스 개념에 집중하면 되잖아요. ‘이 후배는 이 에러 메시지 보고 당황했겠지’라고 떠올리면, 어디서 막힐지 미리 짚어서 풀어줄 수 있고요. 추상적인 ‘독자 일반’에게는 못 하던 친절한 설명이, 얼굴 아는 한 사람한테는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예요. 글에 온기와 구체성이 생기는 비결이죠.

사실 글쓰기의 오래된 지혜

이 조언, 사실 Julia Evans만의 발견은 아니에요. 소설가 스티븐 킹도 글을 쓸 때 ‘이상적인 독자(Ideal Reader)’ 한 명을 머릿속에 두고 쓴다고 했거든요. 그 한 사람이 어디서 웃고 어디서 지루해할지 상상하며 쓰는 거죠. 오래된 글쓰기의 지혜가 기술 문서, 튜토리얼, 블로그 같은 우리 개발자들의 글쓰기에도 똑같이 통한다는 게 재미있는 지점이에요.

그리고 한 가지 더. ‘한 사람을 위해 썼으니 나머지 사람은 못 읽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는데, 오히려 반대예요. 구체적인 한 사람을 위한 글이 명확하고 생생해서, 결과적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가닿거든요. 모두를 향한 두루뭉술한 글보다, 한 명을 향한 또렷한 글이 훨씬 멀리 갑니다.

한국 개발자에게 주는 시사점

기술 블로그를 운영하거나, TIL(Today I Learned)을 쓰거나, 사내 위키·온보딩 문서를 정리하는 분이라면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기법이에요. 글 쓰기 전에 메모장에 딱 한 줄, ‘이 글은 OO를 모르는 △△ 후배를 위해 쓴다’라고 적어두고 시작해 보세요. 신기하게 톤과 깊이가 저절로 잡힙니다.

특히 한국어 기술 글은 ‘있어 보이려고’ 영어 용어를 그대로 던지거나 불필요하게 딱딱해지기 쉬운데, ‘옆자리 후배에게 말하듯’이라는 기준 하나만 잡아도 그런 군더더기가 확 줄어요. 발표 자료를 만들 때, 심지어 동료에게 코드 리뷰 코멘트를 남길 때도 똑같이 적용되는 원칙이고요.

한 줄 정리: 글이 막힐 땐 ‘모두’가 아니라 ‘구체적인 한 사람’을 떠올려라 — 그게 글을 더 명확하게, 그리고 역설적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가닿게 한다.

여러분은 글 쓸 때 머릿속에 떠올리는 ‘그 한 사람’이 있나요? 있다면 누구인가요?


🔗 출처: Hacker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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