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신시사이저용 이펙터 시장에서 최근 몇 년간 가장 흥미로운 악기들이 '페달'의 형태로 팔리고 있다. 스테레오 입출력을 지원하고, 프리셋을 저장할 수 있으며, 아예 발로 밟는 스톰프 스위치를 없앤 제품까지 등장했다. 이런 페달 상당수는 MIDI로 제어할 수 있지만, 정작 그 잠재력을 손끝에서 실시간으로 끌어내는 컨트롤러는 흔치 않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만들어지는 스톰 서머너(Storm Summoner)는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 MIDI 컨트롤러를 하나의 연주 악기로 재해석한 하드웨어다.
핵심은 열두 개의 정전식(capacitive) 터치 영역과 40개 이상의 할당 가능한 동작이다. 손가락으로 필터를 스윕하거나 두 개의 파라미터를 동시에 모핑하고, 곡이 바뀔 때 리그(rig) 전체의 설정을 한 번에 전환하는 식의 표현이 가능하다. 제조사는 이 제품이 소리를 직접 만드는 페달이 아니라 '컨트롤러'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즉 새로운 음색을 추가하는 물건이 아니라, 이미 보유한 장비가 더 많은 일을 하도록 만드는 도구라는 것이다.
매뉴얼을 서랍에 넣어둘 수 있는 이유
일반적으로 MIDI 페달을 연결하려면 각 기기가 어떤 CC 번호에 어떤 파라미터를 매핑했는지, TRS 케이블의 극성이 Type A인지 B인지를 사용자가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스톰 서머너는 주요 MIDI 지원 페달들의 배선 정보를 담은 내장 데이터베이스로 이 과정을 자동화한다. TRS Type A/B 극성이 자동 처리되고, 8분의 1인치 TRS와 5핀 DIN 어댑터, 삼각대를 마이크 스탠드에 물리는 마운트가 기본 제공된다. 데이터베이스에 없는 페달도 수동으로 매핑할 수 있으며, 지원 요청 시 매뉴얼이나 CC 표를 보내면 된다.
실무자 관점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개방성이다. 펌웨어는 공개적으로 개발되며 MIT 라이선스로 배포된다. 소스를 열어보고, 포크하고, 고치고, 새로운 동작을 직접 가르칠 수 있다는 의미다. 페달 데이터베이스 역시 별도 저장소에서 관리되는 오픈 자원이라, 새 페달 지원이 펌웨어 정식 릴리스를 기다리지 않고 추가될 수 있다. 기기와 사용자 사이에 '블랙박스'를 두지 않겠다는 설계 철학인 셈이다. 개발 스택은 ESP-IDF 기반이며 기여도 받는다.
업데이트와 구매 방식
설정과 펌웨어 업데이트는 별도 앱 없이 브라우저에서 처리된다. 크롬, 엣지, 브레이브, 아크 등 크로미움 계열 브라우저에서 설정 도구를 열고 USB로 연결하면 WebUSB를 통해 1분 안에 펌웨어가 갱신된다. 모바일 앱이나 구독은 없다. 앱 설치와 계정 종속을 피하려는 사용자에게는 반가운 접근이다.
다만 몇 가지 현실적인 제약은 분명하다. 스톰 서머너는 주문 제작 방식이라 모든 인클로저를 토론토에서 손으로 재단·마감·조립하고, 주문 순서대로 출고한다. 대기열이 짧으면 며칠이지만 주문이 몰린 뒤에는 몇 주가 걸릴 수 있다. 배송은 캐나다 포스트를 통하며, 미국행 주문에는 10%가 추가된다. 국내에서 실시간으로 받아보기는 어렵고, 국제 배송의 시간·비용을 감안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데이터베이스가 '주요' MIDI 페달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마이너 제품이나 최신 출시작은 수동 매핑이나 추가 요청에 의존해야 할 수 있다.
정리하면 스톰 서머너는 이미 MIDI 페달 리그를 운용하는 연주자에게 손끝 기반의 실시간 제어라는 새로운 층위를 얹어주는 장비다. 오픈소스 펌웨어와 개방형 페달 데이터베이스는 벤더 종속을 꺼리는 실무자에게 특히 설득력이 있지만, 그 가치를 체감하려면 이미 MIDI를 지원하는 장비를 갖추고 있고 브라우저 기반 설정과 국제 주문 제작의 불편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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