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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cker News 2026.07.31 40

traceroute로 뮤직비디오를 재생한다고요? — 네트워크 명령어로 만든 '배드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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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eroute로 뮤직비디오를 재생한다고요? — 네트워크 명령어로 만든 '배드 애플'

개발자들의 오랜 밈 중에 '배드 애플(Bad Apple!!)'이라는 게 있어요. 원래는 동방프로젝트라는 일본 게임 시리즈의 곡에 붙은 흑백 실루엣 애니메이션 영상인데요. 언젠가부터 이 영상을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곳에서 재생하는 게 해커들의 통과의례처럼 됐어요. 오실로스코프로, 엑셀 시트로, 심지어 임신 테스트기 화면으로 재생한 사람도 있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한 개발자가 정말 기상천외한 방법을 들고 나왔어요. 네트워크 경로를 추적하는 명령어인 traceroute로 배드 애플을 재생해버린 거예요.

traceroute가 뭐냐면

먼저 traceroute부터 짚고 갈게요. 이게 뭐냐면, 내 컴퓨터에서 어떤 서버까지 패킷이 어떤 경로를 거쳐 가는지 보여주는 명령어예요. 인터넷에서 패킷은 목적지까지 한 번에 가지 않고 여러 라우터를 징검다리처럼 거쳐 가는데, 그 징검다리를 하나씩 보여주는 거죠.

동작 원리가 꽤 영리해요. 모든 IP 패킷에는 TTL(Time To Live)이라는 숫자가 있는데, 라우터를 하나 지날 때마다 1씩 줄어요. 0이 되면 그 자리의 라우터가 패킷을 버리면서 '여기서 수명이 다했어요'라는 응답(ICMP Time Exceeded)을 보내주거든요. traceroute는 이걸 역이용해요. TTL을 1로 설정해 보내면 첫 번째 라우터가 응답하고, 2로 보내면 두 번째 라우터가 응답하고, 이런 식으로 TTL을 하나씩 늘려가며 경로 위의 라우터를 차례로 알아내는 거예요. 그리고 각 라우터의 IP 주소를 역방향 DNS(PTR 레코드)로 조회해서 사람이 읽을 수 있는 호스트 이름으로 보여줘요.

그래서 어떻게 영상을 재생하냐면

핵심 트릭이 바로 이 '호스트 이름'에 있어요. 역방향 DNS는 그 IP 대역의 주인이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내가 IP 대역을 갖고 있다면, 각 홉의 호스트 이름에 아무 문자열이나 넣을 수 있어요. 여기에 영상의 픽셀을 문자로 바꾼 아스키 아트를 한 줄씩 심어두면, traceroute 출력의 각 줄이 화면의 한 줄이 되는 거예요. 홉을 수십 개 늘어놓으면 traceroute 한 번이 프레임 한 장이 되는 거죠.

이게 가능한 배경에는 IPv6가 있어요. IPv4는 주소가 귀해서 이런 장난에 쓸 대역을 확보하기 어렵지만, IPv6는 개인도 어마어마하게 넓은 주소 블록을 받을 수 있거든요. 프레임마다 다른 주소를 쓰고, 서버 하나가 TTL 값에 따라 각기 다른 홉인 척 응답하도록 만들면, 주소를 바꿔가며 traceroute를 반복하는 것만으로 애니메이션이 넘어가요. 실제 라우터 수십 대를 늘어세우는 게 아니라, 한 대의 서버가 가짜 경로를 연기하게 만드는 거예요.

사실 이 장르에는 전설적인 선배가 있어요. 예전에 어떤 네트워크 엔지니어가 특정 IP로 traceroute를 하면 스타워즈 에피소드 4의 오프닝 자막이 홉 이름으로 줄줄이 흘러나오게 만들어서 유명해졌거든요. 이번 작업은 그 아이디어를 '멈춰 있는 텍스트'에서 '움직이는 영상'으로 끌어올린 셈이에요.

장난이지만 배울 게 진짜 많아요

이런 장난이 좋은 이유는, 재미를 따라가다 보면 네트워크 기초가 저절로 꿰어진다는 거예요. TTL이 왜 존재하는지(패킷이 네트워크를 무한히 떠도는 걸 막으려고요), ICMP가 뭘 하는 프로토콜인지, 역방향 DNS가 어떻게 위임되는지, IPv6 주소 공간이 얼마나 넓은지까지, 교과서로 배우면 지루한 내용들이 한 번에 연결되거든요. 실무에서도 traceroute는 '우리 서비스가 느린데 어느 구간이 문제냐'를 따질 때 여전히 기본 도구라서, 출력을 제대로 읽을 줄 알면 장애 대응 때 티가 나요. 다만 하나 알아둘 건, 중간 라우터가 보안상 ICMP 응답을 막아두는 경우도 많아서 별표(*)가 뜬다고 꼭 그 구간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이에요.

정리하면

한 줄 정리: 네트워크 디버깅 도구의 동작 원리를 완벽히 이해하면, 그걸로 뮤직비디오도 틀 수 있어요. 여러분이 본 것 중 가장 기발한 '엉뚱한 곳에서 배드 애플 재생하기'는 뭐였나요? 그리고 traceroute 말고, 이런 식으로 창의적으로 갖고 놀아볼 만한 도구가 또 뭐가 있을까요?


🔗 출처: Hacker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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