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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cker News 2026.09.04 26

MIT 이메일 불평에서 시작된 Julia, 100만 사용자의 과학 언어가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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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와 엔지니어가 복잡한 수치 계산과 통계 시뮬레이션을 다루려면 대개 두 가지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하나는 코딩을 몰라도 쓸 수 있게 만든 언어들이 대체로 경직되고 느리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어렵게 쓸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도 실제로 빠르게 돌리려면 프로그램 전체를 다른 언어로 다시 작성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2009년 무렵 MIT의 한 연구자 그룹은 이 답답함을 이메일로 토로하기 시작했고, 그 불평이 결국 하나의 프로그래밍 언어 연구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그렇게 탄생한 언어가 Julia다.

Julia는 과학 연구, 데이터 분석, 그리고 제트엔진·의약품·금융시장·로봇처럼 복잡한 시스템을 모델링하기 위해 설계됐다. 무료 오픈소스로 공개된 이 언어는 현재 100만 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했으며, 전 세계 수천 개의 기업과 대학에서 쓰인다. 원자의 거동부터 반도체, 신경망, 경주용 자동차, 항공기까지, 나아가 천문학자들이 블랙홀을 촬영하는 작업에까지 활용됐다는 설명은 이 언어의 적용 범위가 특정 분야에 갇혀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느림과 어려움을 동시에 풀려 한 설계

Julia의 핵심은 컴파일 방식에 있다. 사용되는 데이터의 타입에 따라 코드를 그때그때 컴파일하는 이른바 '적시(just-in-time) 컴파일' 덕분에, 기존 수치 계산용 언어보다 빠르면서도 유연하다는 것이 개발진의 설명이다. 공동 창립자이자 JuliaHub CEO인 비랄 샤(Viral Shah)는 "과학자와 엔지니어는 프로그래머가 아니다"라며, 과학자·엔지니어·프로그래머가 뒤섞인 다학제 팀으로 과학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일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가 던진 질문은 명확하다. 아이디어를 높은 수준에서 표현하면서도 뛰어난 소프트웨어 성능을 얻을 수 있는 언어를 과학자·엔지니어에게 쥐여줄 수는 없을까 하는 것이었다.

목표는 "Python이나 MATLAB만큼 쓰기 쉬우면서 C 언어만큼 빠른" 언어였다고 샤는 말한다. 즉 사용 편의성과 실행 속도라는, 흔히 상충한다고 여겨지는 두 축을 동시에 잡으려 한 시도다. 창립자 중에는 샤 외에도 MIT 수학과 교수 앨런 에델만(Alan Edelman), 제프 베잔손(Jeff Bezanson), 전 MIT 연구원 스테판 카핀스키(Stefan Karpinski)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이 시작한 Julia Lab은 지금도 MIT 컴퓨터과학·인공지능연구소(CSAIL)에서 활동을 이어간다.

연구 프로젝트에서 회사로

흥미로운 점은 창립자들 스스로 초기 반응을 기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에델만은 "누군가 관심을 갖기까지 10년은 걸릴 거라 생각했지만, 인내는 미덕이니 해보자고 했다"고 회고한다. 2012년 블로그 게시글로 Julia를 공개하자 같은 답답함을 겪던 연구자들이 빠르게 호응했다. 처음에는 대화형 연구 워크플로를 겨냥했지만 점차 사람들이 모든 작업에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 베잔손의 설명이며, 개발진은 이제 언어 전체 스택을 더 작은 임베디드 장치로 옮기는 방향으로 사용자와 함께 진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용자가 늘면서 지원 요청이 쏟아졌고, 2015년 수요가 충분히 강해지자 이들은 아예 회사 JuliaHub를 세워 전업으로 사용자를 돕기로 결정했다. 창업 과정에서는 MIT의 데슈판데 기술혁신센터 등의 지원을 받았다. 실제 성과 목록은 구체적이다. Julia로 만든 제약 모델링 플랫폼은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개발 가속에 쓰였고, 항공기 충돌 회피 프로그램은 이전 Python 기반 버전보다 약 50배 빠르게 동작했다고 한다. 메타의 엔지니어들은 40억 사용자를 가진 WhatsApp을 위한 개선된 오디오 코덱을 Julia로 개발했다.

Dyad와 '물리 컴파일러'라는 방향

JuliaHub의 최근 행보는 AI 플랫폼 Dyad다. 2025년 6월 프로그래밍 가속용 연구 에이전트로 Dyad 1.0을, 같은 해 12월 2.0을 내놓았고, 2026년 4월 로켓·히트펌프·위성 같은 복잡한 물리 시스템 개발을 돕는 3.0을 공개했다. 엔지니어들은 이미 Dyad로 자율 AI 에이전트를 지휘해 물리 시뮬레이션, 안전성 분석, 품질 관리 등을 처리하고 있다. 샤는 보잉 같은 고객과 함께 엔지니어를 위한 '에이전트형 하드웨어 설계' 기능을 만들고 있으며, 설계 문서를 올리면 시스템이 물리 법칙을 고려해 코드를 컴파일하고 검증하며 설계를 완성하는 방향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주목할 개념이 '물리 컴파일러'다. 샤는 일반적인 AI 시스템이 물리 법칙을 위반하는 방식으로 물리 문제를 푸는 경우가 많은데, Dyad는 그런 위반을 감지해 물리적으로 올바른 해로 에이전트를 유도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것이 제품 엔지니어링의 설계 시간을 크게 줄여 수개월치 작업을 몇 시간 안에 끝낼 수 있게 하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무 관점에서 이는 검증 부담을 도구 안으로 내재화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다만 이러한 자율 설계 역량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느 정도의 신뢰성과 검증 절차를 확보할지, 그리고 창립진이 말한 '수개월을 수시간으로'라는 효과가 특정 사례를 넘어 일반화될지는 아직 지켜볼 문제다.

에델만은 MIT 강의를 통해 Julia의 파급을 체감한다고 한다. 학생들이 강의를 듣기 전부터 로보틱스, 천문학, 물리 시뮬레이션, 금융 등에서 이미 Julia를 쓰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다. 그가 전하는 한 연구자의 말은 이 언어의 성격을 압축한다. "지도교수에게는 빠르기 때문에 쓴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정말 재미있어서 쓴다." 에델만은 Julia의 강점이 추상화에 있다고 본다. 많은 언어가 눈앞의 한 문제만 풀도록 강제하는 반면, Julia는 자신의 문제뿐 아니라 세계 곳곳 다른 이들의 문제까지 함께 풀도록, 즉 문제를 더 일반적으로 풀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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